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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기 좋은 말만 가려서 듣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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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기 좋은 말만 가려서 듣나?

경총·대한상의, 의견서 잇따라 제출하며 정부에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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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이정선 기자]

기업들이 어려워지면서 경제계의 아우성과 호소가 줄을 잇고 있다.
이달 들어 경총이 국회에 제출한 ‘경영계 종합 의견서’가 압축해서 보여주고 있다. 무려 ‘123쪽’에 달하는 의견서라고 했다.

의견서에는 ▲근로기준법안(근로시간 단축 보완) ▲최저임금법안(최저임금 제도개선) ▲산업안전보건법안(산업안전 규제) ▲상법안(기업지배구조 개편) ▲공정거래법안(전속고발권 폐지 등) ▲상속세 및 증여세법안(상속세 제도개선) ▲고용보험법안(특수형태근로종사자 고용보험 의무적용)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촉진법안(협력이익공유제 도입) 등 8대 법안에 대한 주장이 담겨 있었다.

이에 앞서 대한상의는 ‘6대 현안’에 대한 신중한 검토를 국회에 촉구하기도 했다. ▲상법 ▲공정거래법 ▲복합쇼핑몰 관련 규제 등의 3개 법안의 신중한 검토와, ▲금융혁신지원특별법, 행정규제기본법 등 규제혁신법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선을 위한 최저임금법 ▲서비스산업발전법 등 3개 법안의 조속한 입법이다.

구체적인 근거도 제시되고 있었다.

대한상의가 대·중견기업 317개를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이들 기업 가운데 71.5%는 근로시간 단축 시행 때문에 경영 애로를 겪고 있다고 하고 있었다.

경총이 회원사와 주요 기업 244개의 최고경영자를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절반가량인 50.3%가 내년 경영 기조를 ‘긴축’이라고 밝히고 있었다. 최고경영자 가운데 69%는 현재의 경기 상황을 ‘장기형 불황’으로 진단하고 있었다.

상장기업 가운데 절반 가까운 46.4%의 올해 1∼3분기 매출액이 작년 동기보다 줄었다는 한경연의 조사도 있었다. 영업이익은 둘째 치고, 매출액 자체가 감소했다는 다소 ‘충격적인’ 조사였다.

대기업이 이렇게 어려운데 중소기업은 말할 것도 없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중소기업들이 외국인근로자의 연금보험료 가운데 절반을 부담하는 것마저 벅차다는 자료를 정부에 전달하고 있었다.

무역협회는 올해 호조를 보였던 수출 증가율이 내년에는 3%로 뚝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는 보고서를 작성하기도 했다. 수출 증가율이 ‘뚝’ 떨어지면, 피부로 느끼는 경기는 더욱 심각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정부는 마치 경제계의 목소리에 귀를 닫고 있는 것처럼 보이고 있다. 오죽했으면, 손경식 경총 회장이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기업의 ‘기 살리기’에 방점을 찍어 달라”고 요청했을 정도다.

‘소통’을 하지 않겠다는 정부는 없었다. 홍남기 신임 경제부총리도 취임식을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자영업자, 소상공인, 중견·중소기업, 대기업, 경제단체, 노동단체, 필요하면 시민단체까지도 소통을 넓혀가겠다”고 했다. “의견을 정기적으로 경청하는 창구를 ‘확실히’ 만들겠다”고도 했다.

정부가 귀를 막으면 서민들은 잠을 편하게 이루기도 고달플 수밖에 없다. 구직자 가운데 88.4%가 구직난 때문에 병을 앓았다는 취업포털 ‘사람인’의 조사도 있었다. 그 중에는 ‘불면증’이 가장 많았다.

국민의 정부 시절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낸 김태동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경제 시국토론회에서 “올해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점수로 나타내면 10점 만점에 마이너스 3점”이라고 꼬집은 바 있다. 점수를 높이기 위해서는 경제계의 지적을 경청할 필요가 있다.


이정선 기자 bellykim@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