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문재인 정부는 촛불 혁명에 의해 태어났다고 한다. 그럼 그 가치를 훼손해선 안 된다. 박근혜 정부와 DNA가 다르다는 말도 했다. 곧이 곧대로 들을 국민이 얼마나 되겠는가. 나는 전두환 정권부터 기자생활을 했다. 문재인 정부처럼 불통 정부도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줄곧 문재인 정부를 비판해온 이유이기도 하다. 현장에서 봤을 때 그렇다는 얘기다. 자신 있게 아니라고 할 수 있겠는가. 그 대답을 들었으면 한다.
자유한국당은 19일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이 민간인 사찰을 지속적이며 광범위하게 진행했다”며 관련 자료를 전격 공개했다. 청와대 특별감찰반에 있다가 검찰로 원대복귀한 김태우 수사관의 첩보보고서 목록이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당에 새로운 제보가 들어왔다. (청와대가) 민간인 사찰을 마구잡이로 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김 수사관의 목록을 공개했다. 김 수사관의 컴퓨터 모니터 화면을 캡처한 사진 파일로 추정되는 이 자료엔 보고서 목록이 한글파일로 정리돼 있다. 보고서엔 정치인·공직자뿐 아니라 교수·언론인 등도 포함돼 있다. 전방위로 사찰이 진행됐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문재인 정부가 적폐로 규정했던 민간인 사찰과 다를 게 뭔가. 청와대는 일일이 해명하기도 했다. 이현령비현령이다. 어떤 것은 김 수사관이 자체로 만들었다고 하고, 어떤 것은 직무범위 내에 있다고 했다. 청와대 잘못은 없다는 투로 설명하고 있다. 국민들이 이것을 믿겠는가. 페이스북에서 이런 글도 봤다. 김태우 말은 99% 사실이고, 정부 여당 말은 1%만 맞다고. 현재 민심인지도 모르겠다.
청와대 특감반 민간인 사찰 의혹이 일파만파로 커지자 야당도 특검 도입 등으로 여당을 압박하고 있다. 나 원내대표는 “검찰이 청와대 직무유기와 직권남용에 대해 수사하기는커녕 김태우 전 수사관에 대해 수사하려 한다면 결국 특검으로 갈 수밖에 없다. 국회도 국정조사를 검토할 수 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도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가 부진할 경우 특검 도입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의 무능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 6급 수사관 한 명한테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정부. 뭔가 약점을 잡힌 것 같은 느낌도 든다. 나만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점입가경이다.
오풍연 주필 poongye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