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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풍연 시사의 창]비정규직의 처절한 울부짖음에 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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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풍연 시사의 창]비정규직의 처절한 울부짖음에 답하라

비정규직 100인 대표단 등 청와대 앞까지 촛불 행진 벌여

[글로벌이코노믹 오풍연 주필] 2016년 5월 서울 지하철 구의역 김모군 사망. 2012년 12월 11일 태안화력발전소 김용균씨 사망. 둘다 비정규직 청년들이 희생됐다. 피어보지도 못하고 스러졌다. 그러나 이들이 던진 반향은 컸다.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다 죽자 그때서야 비로소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김용균씨가 생전 '문재인 대통령, 비정규직 노동자와 만납시다', '노동악법 없애고, 불법 파견자 혼내고, 정규직 전환은 직접 고용으로'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찍은 사진이 공개돼 더욱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우리 사회에는 비정규직이 1100만이나 된다. 위험한 일은 이들의 몫. 비정규직을 사지(死地)로 내몰았다고 할까. 결과적으로 그런 비극을 초래했다. 이는 우리 사회 모두의 책임이다. 그리고 해법을 찾아야 한다. 21일 오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대통령과의 대화를 요구하는

'이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비정규직 철폐를 외치며 '1100만 비정규직 촛불 행진'을 벌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솔직히 누구도 이들의 외침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었다. 대통령이 전체 대표단은 만날 수 없어도 김용균씨 부모님만큼은 청와대로 불러 위로 했으면 좋겠다. 국민들도 이런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이 태안 장례식장을 다녀간 바 있다. 그 뒤 아무런 소식이 없으니 시민단체들도 직접 행동에 나섰다.

비정규직 100인 대표단은 대학원생 조교, 방과 후 강사 등 특수노동자, 마트 노동자, 방송 드라마 스태프, 환경미화원, 대리운전 노동자, 톨게이트 수납원, 학습지 교사 등 각 노동 현장의 비정규직들로 구성됐다. 이들의 면면을 보라. 삶의 터전에서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처절하게 몸부림치는 사람들이다. 이들도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보살피는 것도 정부의 몫이다. 외면해선 안 된다는 뜻이다.

이날 촛불 행진 참가자들은 "우리가 김용균이다. 비정규직 철폐하자", "비정규직 이제는 그만, 비정규직 철폐하자", "김용균의 유언이다, 문재인 대통령 만납시다" 등 구호를 외쳤다. 100인 대표단과 발전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희망촛불'이라고 적힌 약 4m 높이의 촛불 조형물을 앞세우고 행진을 이끌었다. 이들은 밤샘 농성을 하고 22일 범국민 추모제를 연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이날 오후 충남 태안군 태안의료원에 마련된 김용균씨 빈소를 찾아 유족과 시민대책위로부터 사고경위와 비정규직 문제 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집권 여당이 주도적으로 사태 해결에 나서야 한다. 한편 김용균씨 사망사고에 환골탈태의 자세로 거듭나겠다고 사과했던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이 이 대표의 방문에 맞춰 물 청소를 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비정규직 문제는 1회성으로 다룰 사안이 아니다. 정부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 이를 위해 그들의 요구를 귀담아 듣기 바란다.

오풍연 주필 poongye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