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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법원 “북한, 웜비어 측에 5억 달러 배상해야…고문·인질 혐의 모두 인정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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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법원 “북한, 웜비어 측에 5억 달러 배상해야…고문·인질 혐의 모두 인정돼”

[글로벌이코노믹 박희준 기자] 미국 연방법원이 북한에 억류됐다 숨진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가족들에게 약 5억 달러를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고 미국의 소리방송(VOA)일 보도했다.북한이 웜비어를 고문하고 인질로 잡았다는 사실도 모두 인정됐다.
북한에 억류됐다 숨진 미국인 대학생 웜비어군의 아버지 프레드 웜비어와 신디 웜비어. 사진=로이터통신이미지 확대보기
북한에 억류됐다 숨진 미국인 대학생 웜비어군의 아버지 프레드 웜비어와 신디 웜비어. 사진=로이터통신

VOA보도에 따르면, 워싱턴 DC 연방법원은 24일 발표한 '최종 판결문'을 통해 웜비어의 사망에 대한 북한의 책임을 추궁하고 이같이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지난 4월 신디와 프레드 웜비어 씨가 아들이 북한의 고문으로 숨졌다며 소송을 제기한 지 약 8개월 만에 이뤄졌다.
법원장인 베럴 하월 판사는 “웜비어에게 가해진 고문과 인질극, 비사법적 살인과 함께 웜비어의 가족들이 입은 피해에 대해 북한에 책임이 있다”며 5억113만4683 달러를 배상하라고 명령했다.

앞서 웜비어 측은 웜비어의 자산 가치에 대한 경제 손실액 603만 달러를 비롯해 부모인 신디와 프레드 웜비어 씨의 위자료, 그리고 북한의 ‘징벌적 손해배상’으로 1인당 3억5000만 달러 등 북한이 약 11억 달러를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월 판사는 웜비어 자산 가치 손실금 603만 달러를 모두 인정했으며, 웜비어 개인 위자료와 부모들의 위자료도 각각 1500만 달러로 책정했다.

또 웜비어가 미국에 돌아온 이후 발생한 9만6375달러의 의료비도 북한이 배상해야 할 금액에 포함시켰다.

징벌적 손해배상금에 대해선 과거 판례에 따라 1인당 1억5000만 달러씩 총 4억5000만 달러만을 인정하면서, 최초 웜비어 측이 요구한 배상액의 절반을 최종 배상액으로 결정했다.

하월 판사는 이번 판결문을 웜비어 측이 피고인 북한 측에 보내도록 명령했다. 웜비어 측은 조만간 국제우편 서비스 등을 이용해 북한 측에 이번 판결 내용을 알릴 것으로 예상되며, 이후 북한 측으로부터 배상금을 수령하는 방법 등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고 VOA는 전했다.
현재 웜비어 측은 미국 정부로부터 테러로 인한 피해 기금을 수령하는 등의 방법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는 ‘미국테러지원국피해기금(USVSST Fund)’을 통해 테러지원국으로부터 피해를 입은 당사자나 가족들에게 배상금을 지급하고 있다. 북한은 2008년 미국의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됐지만, 지난해 재지정됐다.

VOA는 판결문과 함께 공개된 의견서(memorandum opinion)에는 웜비어 측에게 승소 판결이 내려진 이유가 구체적으로 명시됐다면서 테러지원국을 소송할 수 있도록 한 미국의 ‘외국주권면제법(FSIA)’의 조항을 근거로 북한이 소송 대상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당초 관심을 모은 북한의 '고문' 혐의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의 증언을 인용하며 웜비어 측의 손을 들어줬다. 하월 판사는 웜비어의 주치의 대니얼 캔터 박사가 서면 진술서를 통해 웜비어의 사인을 '뇌 혈액 공급이 5~20분간 중단되거나 크게 줄었기 때문'으로 결론지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북한의 고문 방식으로 알려진 물 고문과 치아 꺾기 고문, 전기 고문은 호흡 중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명시한 로버트 콜린스 북한인권위원회 선임고문의 진술서를 인용했다.

이와 더불어 웜비어의 발에 큰 상처가 있는 점과 아랫니의 위치가 바뀌었다는 의료진의 진술도 고문이 가해진 사실로 받아들였다.

북한은 지난 6월19일 국제우편서비스인 DHL을 통해 평양 소재 북한 외무성에서 소장을 받았다는 기록이 남아 있지만, 지금까지 공식적인 대응 절차는 밟지 않고 있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