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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풍연 시사의 창]남북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은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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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풍연 시사의 창]남북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은 했지만

첫 삽을 뜨는 장면은 볼 수 없어, 북한의 비핵화 전제돼야

[글로벌이코노믹 오풍연 주필] 26일 개성에서 남북 철도연결 착공식이 있었다. 으레 착공식이라면 첫삽을 뜨면 장면이 나오는데 그런 모습을 볼 수 없었다. 남북 대표가 침목에 기념 서명을 하고 궤도를 연결하는 행사로 마무리해야 했다. 착공식이라해도 일의 시작을 알리는 착수식 성격이 크다는 정부의 설명과 같은 맥락이다. 남북의 현실을 말해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원래 착공식을 하면 바로 공사에 들어가는 게 맞다. 그러나 이번 착공식은 그렇지 않다. 언제 공사에 들어갈지 알 수 없다. 북한의 비핵화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남북이 양해를 한다고 철도연결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풀려야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현재 북한으로의 물자 반입은 불가능한 상태다.
이유진 통일부 부대변인은 이날 “바로 공사에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면서 “북측과 현대화의 수준이라든가 노선, 그리고 사업 방식 등에 대해서 구체적인 내용을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가장 시급한 건 북한의 철도 도로 상태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다. 지난달 말부터 진행된 북측 경의선, 동해선 선로 조사, 이후 진행된 동해선 도로조사 모두 현장 실태를 점검하는 수준에 불과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도 설계만 1~2년 예상된다고 했다.

그러나 북한의 속내는 다르다. 우리 정부가 보다 빨리 나서줬으면 한다. 김윤혁 북한 철도성 부상은 착공사에서 “통일의 경적소리·기적소리가 힘차게 울려퍼질 그날을 위해 각오를 돋우고 위풍과 역풍에 흔들림 없이 똑바로 나아가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그는 “북남 철도·도로 사업의 성과는 온 겨레의 정신력·의지에 달려 있으며, 남의 눈치를 보며 휘청거려서는 어느 때 가서도 민족이 원하는 통일 열망을 실현할 수 없다”면서 “철도·도로 협력의 동력도 민족 내부에 있고, 전진 속도도 우리 민족의 의지와 시간표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북한은 예전부터 우리끼리를 강조하고 있다. 미국의 눈치를 보지 말라는 뜻이다.

남북의 철도 착공식이 처음은 아니다. 2000년과 2002년에도 있었다. 그러니까 이번이 세 번째다. 2000년엔 착공식 직후 공사가 중단됐고, 2002년엔 남과 북이 각각 12㎞의 철로를 놓고 물리적으로 연결하는 사업을 진행했다. 이번에는 경의선과 동해선을 북한 지역 철도와 연결해 향후 시베리아횡단열차(TSR)와 중국횡단철도(TCR)를 이용해 대륙으로 진출하는 프로젝트다. 정부 당국자는 “착공식을 통해 남북 정상의 합의를 이행하고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신경제 구상을 실현하는 발걸음을 디뎠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여러 가지 난관이 있겠지만 나름 의미는 있다. 남북 철도·도로 연결이 동아시아 물류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착공식에 참석한 중국·몽골·러시아 대사 등 관계자도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는 반드시 성과를 내기 바란다. 그러려면 북한이 먼저 변해야 한다. 바로 비핵화다. 그것이 전제되지 않으면 앞으로 나갈 수 없다. 북한은 명심하라.



오풍연 주필 poongye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