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말 검찰을 출입할 때다. 모든 기자, 검찰 직원들이 유독 한 고위 간부를 싫어했다. 인간성 등 여러 면에서 나쁜 면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검찰총장 만큼은 그를 신뢰했다. 그래서 한 번 물은 적이 있다. “나에게 잘 하는데 그를 미워할 수 있습니까” 그의 솔직한 대답이었다. 자기한테만 잘 하면 허물도 안 보이는 법. 사실 그것이 조직을 망치는 데도 말이다.
임종석 비서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참모진을 한 번 보자. 문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하는 간부가 있을까. 짐작컨대 없을 것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만약 있다면 이렇게까지 엉망은 안 됐을 것이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자신들이 잘 못하는지 모른다. 스스로 잘못을 깨우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쓴소리를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탓이다.
지금 국민들은 대통령도, 정부도 믿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는 국정운영 지지율 하락으로 나타난다. 대통령 지지층마저 이탈하고 있다. 얼마까지 떨어질지 예측하기 어려운 정도다. 박지원 의원은 30%대, 혹자는 20%대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보는 사람도 있다. 나도 30%대 추락을 예상한다. 더 꺾이기 전에 돌려놓아야 한다.
현재로선 인사밖에 방법이 없다. 모두 아니라고 하면 바꿔야 한다. 임종석 실장과 조국 수석이 대표적이다. 이 둘은 오늘 국회 운영위원회에 나온다. 야당의 공세에 변명으로 일관할 게 뻔하다. 잘못을 인정하고, 매를 맞아야 할 사람들이다. 운영위 출석 이후가 더 문제다. 민심이 악화되면 어떻게 할 것인가. 문 대통령이 결단할 문제이긴 하다.
지금까지 문 대통령 인사를 보면 단호하지 않다. 때론 냉정한 면도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래야 공직 사회도 긴장한다. 신상필벌은 반드시 필요하다. 임 실장과 조 수석이 어려운 때 자신과 함께 있었다고 감싸면 안 된다. 둘은 대통령을 제대로 보필하지 못한 책임이 있다. 따라서 경질해도 무방하다. 더 이상 뭘 망설이는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닮으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트위터 한 줄로 장관도 바꾼다. 청와대 참모진을 바꿀 시점이다. 좌고우면하지 말라.
오풍연 주필 poongye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