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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유엔제재 회피 꼼수는...서류위조, 선박자동식별장치 가동중단, 해상환적 등 다양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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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유엔제재 회피 꼼수는...서류위조, 선박자동식별장치 가동중단, 해상환적 등 다양화

RFA소개...유엔 유류공급 상한선 50만배럴 5배 공급 추정

[글로벌이코노믹 박희준 기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결의와 미국의 독자 대북 제재 등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촘촘해지고 있지만 이를 회피하기 위한 북한의 수법도 날로 다양해지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북한 선적 유조선 '유정 2호'(왼쪽)와 국적을 알 수 없는 '민닝더유 078 호'가 지난 2월 동중국해상에서 호스를 연결한 사진을 일본 방위성이 공개했다.사진= VOA이미지 확대보기
북한 선적 유조선 '유정 2호'(왼쪽)와 국적을 알 수 없는 '민닝더유 078 호'가 지난 2월 동중국해상에서 호스를 연결한 사진을 일본 방위성이 공개했다.사진= VOA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은 지난 29일(현지시각) 올해의 10대 뉴스 중 9번째 뉴스로 북한의 제재회피 꼼수를 꼽으면서 유엔과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강화에 대응해 북한의 회피수단도 다양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RFA에 따르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지난해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발사와 6차 핵실험에 따라 유엔 안보리 결의 2356호, 2371호, 2375호, 2397호 등 총 4개의 대북제재 결의를 채택했다. 올해는 지난 3월 30일 대북제재 결의를 위반한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과 운송, 무역회사들을 제재 명단에 대거 추가했다. 제재 명단에 추가된 명단은 모두 49개로, 북한 관련 선박 27척, 선박·무역회사 21곳, 개인 1명 등이었다.

유엔과 별개로 미국 등 각국은 대대적인 독자제재를 단행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월 공화당 최대 후원단체 보수주의정치행동회의(CPAC) 연설에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 자금을 차단하기 위한 최대의 제재를 단행했다고 발표했다. 같은 날 스티브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도 백악관에서 기자설명회에서 "이번 조치는 ‘완전하고 불가역적이며 영구적인 한반도 비핵화’를 목표로 한 조치"라고 밝혔다. 므누신 장관은 북한의 불법적인 해상활동을 차단하기 위해 취한 가장 큰 규모의 대북 제재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올들어 29일까지 개인 32명, 기관 13곳을 제재 명단에 올렸다 미국은 특히 지난 11일 세계인권의 날 70주년을 맞아,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과 국가보위성의 수장 정경택, 또 박광호 선전선동부장 등 북한 정권 핵심 인사 3명에 대해 인권 관련 독자제재를 단행했다. 일본과 유럽연합(EU) 등도 대북제재에 동참하고 있다.

대북제재가 촘촘해지면서 북한의 제재 회피 방식도 진화하고 있다고 RFA는 소개했다. 북한산 석탄이 지난해 8월 유엔 안보리 결의 2371호로 전면적으로 수출이 금지된 후, 북한이 다양한 제재 회피 수법을 개발하고 있다. 올해 3월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단이 공개한 보고서에서 북한이 금수품목인 석탄을 몰래 수출하는 수법이 공개됐다. 보고서에 따르, 북한은 크게 선박의 행적을 숨기거나,선박의 신분을 변경, 제3국 선박 이용, 선박의 위치신호인 자동선박식별장치(AIS) 끄기 등의 방법을 통해 해상에서 유엔 제재를 회피하고 있다.

행적 숨기기’를 통해 북한의 청홍호는 지난해 6월 중국 산둥성의 펑라이항에 정박한다고 거짓 신고를 한 후 베트남, 즉 윁남에 북한산 석탄을 하역하려고 했다. 북한은 기국(flag state)과 호출부호(call sign)를 바꿔서 신고해 ‘선박의 신분’을 변경해 제재를 회피했다. 지난해 8월 이스트 글로리 7호는 남포항에서 싣고 온 석탄을 중국 광저우항에 하역하기 전에 배의 유형을 ‘화물’선에서 ‘낚시’배로 바꿔 신고했다. 북한은 토고, 파나마 등 제3국 선박을 이용하고, 관련 선박들은 항상 위치를 알려주는 자동선박식별장치(AIS)를 끄면서 북한산 석탄을 러시아산으로 바꿔 수출하기도 했다.

이 같은 북한의 제재회피 방법 때문에, 올해 한국에서 북한산 석탄이 러시아산으로 둔갑된 후 반입돼 논란이 일어났다. 한국 정부는 지난 8월 북한산 석탄을 한국에 반입한 혐의가 확인된 선박 4척을 입항 금지시키고, 대구지검은 북한산 석탄을 불법으로 반입한 9명을 기소했다.
북한은 또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에 따라 상한선이 정해진 원유를 수입하려고 제재를 회피하려는 수법도 썼다.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27일 북한이 각종 제재 회피 방법을 동원해 원유를 수입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WSJ도 북한이 서류 위조나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끄는 방법, 선박간 환적 등을 통해 제재를 회피했다고 지적했다.

보도에 따르면, 유엔은 올해 1월부터 8월 사이에 20여척의 유조선이 최소 148차례 정제유를 해상에서 공급받아 이를 북한에 실어 나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유조선들이 정제유를 가득 실었다고 추정할 경우 북한은 유엔이 정한 정제유 공급량 50만배럴의 5배가량을 공급받았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유엔안보리는 지난해 12월 대북제재 결의 2397호에 따라 북한의 연간 정유제품 수입량을 50만 배럴로 제한했으며 회원국에 매달 북한에 제공한 정제유량과 금액을 보고하도록 했다.

WSJ보도에 따르면, 유엔은 대북제재 위반과 관련해 최소 40척의 배와 130개 회사를 조사하고 있고, 조사 대상 국가도 대만에서부터 토고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200여 차례의 밀거래가 진행됐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를 위반하면서 북한에 원유를 제공하거나 불법 환적을 돕는 국가라고 하더라도 유엔이 강제 조치를 취할 수는 없다. 유엔 안보리 제재결의는 기본적으로 국제법적 성격을 띠고 있어, 해당 국가에 대해 강제력을 지니지 않고, 결의를 지키지 않는다 해도 그 국가를 제재할 물리적 수단은 존재하지 않는다. 바로 이런 이유에서 국가별로 북한과의 이해관계에 따라 유엔 대북제재 결의를 이행하는 수위는 서로 다르며,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강력히 막으려는 미국과 일본 등이 유엔 제재에 가장 적극 나서고 있다고 RFA는 설명했다.

대북제재 완화 가능성과 관련해 RFA는 유엔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와 미국을 포함한 각국의 대북 독자제재는 현재 진행형이며, 이러한 대북제재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았다. 북한이 비핵화와 별개로 계속 대북제재 해제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지만, 미국은 북한의 선 비핵화 후 제재를 해제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RFA는 설명했다.

또 북한의 우방이라고 할 수 있는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는 대북제재 완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나머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미국과 프랑스, 영국 등을 포함한 국제사회 대부분의 국가는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제재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국과 북한 간의 입장 차이에 따라 대북제재 완화 가능성은 내년에 개최될 예정인 2차 미북 정상회담 결과에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RFA는 전망했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