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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중앙회 차기 회장 인물난에 '허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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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중앙회 차기 회장 인물난에 '허덕'

하영구 등 유력 주자들 회장직 손사래…인물 없어
작은 규모·불신 이미지에 선출 '난항' 선례 여러번

이순우 현 저축은행중앙회장 (사진=뉴시스)
이순우 현 저축은행중앙회장 (사진=뉴시스)
[글로벌이코노믹 이효정 기자]

차기 저축은행중앙회장직 선출 절차가 가시화되면서 이번에는 '회장님 모시기'가 순탄할지 업계의 눈이 쏠리고 있다.
저축은행업계는 작은 규모와 부정적인 이미지 때문에 그동안 업계를 대변해줄 회장님 모시기가 쉽지만은 않아서 이번에는 순조롭게 회장 선출이 가능할지 관심사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이순우 제 17대 저축은행중앙회장은 지난달 27일 3년의 임기가 만료됐지만 새 회장이 선임될 때까지 자리를 지킬 전망이다.

지난달까지 뽑아야 하는 제 18대 차기 저축은행중앙회장 선출 과정이 지지부진하자 새 회장을 선출할 때까지 자리를 지키는 것이다.

그동안 저축은행중앙회는 매번 회장직을 선출하기가 쉽지 않았다. 현 이순우 회장을 선출할 때에도 김종욱 전 SBI저축은행 부회장이 단독 출마했지만 업계 경험 부족을 이유로 탈락했다. 이후 중앙회는 재공고를 통해 이 회장을 단독 후보로 추천했다.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재임한 최규연 16대 저축은행중앙회장을 선발할 때도 3차례에 걸쳐 공고를 내 겨우 선발했다. 당시 회장직은 부회장이 대리수행했다.

이처럼 회장님 모시기가 매번 힘든 이유는 무엇보다 저축은행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일부 저축은행들의 불법 파이낸싱 대출 등으로 촉발된 2011년 저축은행 사태로 자산 규모 1조원 이상의 저축은행 29곳 중 22곳이 시장에서 퇴출됐다. 지금은 업계가 변화했으나 아직까지도 불신이 남아 있다.

더욱이 저축은행업계의 규모가 타 금융권보다 작은 점도 회장님 모시기에 어려운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79개 저축은행의 총자산은 66조2674억원으로 지난 3년새 79% 증가하는 등 성장세이지만 타 금융권에 비하면 여전히 규모가 작다.

특히 금융권의 최고경영자(CEO)급 인력풀은 대부분 금융지주 계열사, 은행, 증권사, 관료 출신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일부 인사들이 저축은행업계를 선호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하영구 전 은행연합회장도 지난 3일 범 금융권 신년인사회에서 공개적으로 회장직 후보를 고사하면서 "서울대학교 졸업한 사람이 재수해서 제주대(다른 대학) 가는 것을 본 적 있느냐"며 "말도 안된다"고 잘라 말하기도 했다.

40대 시중은행장 이력을 갖고 있는 등 이미 1금융권의 수장으로서 화려한 이력을 남긴 하 전 회장이 규모가 작은 2금융권의 수장으로는 가지 않겠다는 의미다.

다른 한편으로는 저축은행업계의 높아진 눈높이도 회장 선출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저축은행중앙회 회장은 79개 저축은행업계를 대표하는 수장으로서 정부의 정책 방향과 협회의 현안을 조율해 업계의 이익을 대변해야 하는 자리다. 규모 기준으로 상위 저축은행과 하위 저축은행의 차이도 커서 의견 조율시 중앙회장의 역할도 중요하다.

그런데 주용식 회장, 최규연 회장 등 그동안 업계 경험이 부족한 관료 출신 인사가 자리를 꿰차는 경우가 왕왕 있다 보니 현장과 괴리감이 있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어차피 낙하산이면 일을 잘할 수 있는 사람을 원한다는 볼멘 소리도 나온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관료 출신이라면 업계를 대변해줄 수 있어서 정부와 정책 방향을 제대로 조율할 수 있는 인물이 와야 하지 않겠냐"고 토로했다.

현재 저축은행은 이슈가 산적해 있다. 1금융권의 대출 규제 강화로 인해 저축은행 등 2금융권에 대한 대출 수요가 늘어나는데 비해 지난해까지 시범 운영되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의 관리지표 본격 도입 등으로 대출 규제는 강화되는 추세여서 이를 조율해야 하는 중앙회장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는 시점이다.


이효정 기자 lhj@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