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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풍연 시사의 창]효(孝)도 실천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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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풍연 시사의 창]효(孝)도 실천에 달렸다

아이들은 부모가 하는 것을 보고 자라, 어른 공경 실천해야

[글로벌이코노믹 오풍연 주필] 요즘 나는 거의 날마다 서울 성애병원에 들른다. 그곳에 장모님이 두 달째 입원 중인 까닭이다. 우리 부부는 1993년 2월부터 장모님을 모시고 살고 있다. 처갓집은 딸만 둘인데 내가 맏사위다. 함께 모시고 있던 장인 어른은 그 해 5월 간암으로 돌아가셨다. 26년 전 장인이 돌아가실 때도 매일 병원에 들렀었다. 마지막은 가족이 보살펴 드려야 한다는 생각이다.

현재 장모님이 입원 중인 병실에 할머니 두 분도 계시다. 장모님은 거의 말씀을 못 하지만 두 할머니는 말씀을 잘 하신다. 한 할머니는 90살, 다른 할머니는 89살. 장모님은 83살이다. 경기도 연천에서 오신 89살 할머니. 혼자 지내신다고 했다. 뇌경색으로 오신 것. 아들, 딸 남매만 두셨다고 했다.
연대를 나온 아들이 43살에 교통사고로 먼저 세상을 떠났단다. 그때의 충격으로 뇌경색을 앓고 있다. 숙대를 나온 딸은 미국에 산다고 했다. 그래서 미국으로 건너가 6년을 지내다 오셨다고 했다. 할머니의 고향은 강원도 통천. 현대 정주영 회장과 같은 마을서 태어났다고 했다. 원산 사범을 나온 할아버지는 강원도청 공무원으로 있다가 58살에 돌아가셨다고 했다.

90살 할머니는 아들만 넷. 병원에 매일 들르는 나와 아내를 칭찬하신다. 장모님이 부럽다고. 그 할머니의 아들이나 며느리를 본 적이 없다. 장모님이 계신 간호·간병 통합병동은 보호자가 필요없긴 하다. 병원에서 모두 돌봐주기 때문이다. 그래도 가족의 보살핌이 있어야 한다. 지극 정성이면 병도 낫는다고 하지 않던가. 나이들면 외롭다. 끝까지 보살펴 드려야 한다. 효도 실천이다.

나는 주례 봉사도 하고 있다. 재능기부 차원이다. 지금까지 26번 주례를 섰다. 주례사를 할 때 꼭 얘기하는 게 있다. 하나는 가족의 건강. 또 하나는 효도. 부부 뿐만 아니라 부모님에게도 1년에 한 번 건강검진을 해드리라고 당부한다. 정기검진을 하면 나쁜 병은 미리 찾아낼 수 있다. 우리 어머니가 2008년 12월 신장암으로 돌아가신 것과 무관치 않다. 발견했을 때는 이미 말기였다.

가능하다면 부모님과 함께 사는 것도 좋다고 얘기한다. 나의 경험을 들려준다. 친 부모도 좋고, 장인장모도 좋다. 어른들을 모시고 살면 아이들이 바르게 큰다. 할머니 할아버지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라서 그렇다. 실제로 엄마 아빠는 바쁜 탓에 아이들을 잘 못 돌본다. 혼자 집에 있는 아이보다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있는 아이들의 인성이 훨씬 좋은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아이들은 부모들을 보고 자란다고 한다. 엄마 아빠가 할아버지 할머니한테 잘 하면 아이들도 그것을 따라 배운다. 어른 공경을 일찍부터 깨우친다는 뜻이다. 할머니 할아버지는 내리사랑을 실천하신다. 손주를 이뻐하지 않는 할아버지 할머니는 이 세상에 없다. 32살짜리 아들도 틈만 생기면 할머니가 계신 병원에 가 할머니를 챙겨 드린다. 두 할머니는 그런 손자를 칭찬하신다. 장모님이 회복하시기를 간절히 빌 뿐이다.



오풍연 주필 poongye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