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넋 빼앗긴 듯 춤은 무아지경으로 …까치 걸음으로 불면의 밤을 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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넋 빼앗긴 듯 춤은 무아지경으로 …까치 걸음으로 불면의 밤을 울다

[미래의 한류스타(52)] 정미심 한국무용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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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심 안무의 '눈길'
먼 바닷바람에 실려 중원으로 온 여인/ 산기슭엔 살얼음이 실뱀처럼 똬리를 친다/ 홑 창가 장고소리 난(蘭) 미소로 화답하고/ 보살의 지긋한 미소에/ 홀린 듯 넋을 빼앗긴 듯/ 춤은 무아지경으로 빠져든다/ 작은 봉우리 몇 개 넘었을 뿐인데/ 큰 산 몇 개를 인 듯 아득해지는 나날들/ 마음 닦는 겨울잠을 마련하라고/ 낮보다 밤이 깊어/ 까치걸음으로 불면의 밤을 울다/ 매섭고 시린 밤들이 겹겹이 쌓인다/ 눈물은 사치/ 포효할 그 날을 위해

정미심(丁美心, Jung Mi Sim)은 부 정기남, 모 황정숙의 1남 1녀 중 장녀로 1981년 2월 제주도에서 출생했다. 성남으로 이사 온 뒤 부모의 애정 어린 권유로 다섯 살부터 창곡여중 때까지 성남무용학원에서 정금란 선생에게서 춤을 배웠다. 스승의 타계는 큰 충격이었지만 미심은 국립국악고에 입학했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무용과를 졸업하고 숙명여대 교육대학원에 재학 중이다. 그녀는 느긋하게 정도를 밟으며 놀라운 추진력으로 정상으로 향하고 있다.
​다섯 살부터 창곡여중까지 정금란 선생에게서 춤 배워
스승 타계 큰 충격 …놀라운 추진력으로 정상 향해 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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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심 안무의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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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심 안무의 '눈길'

아름처럼 고운 마음씨를 지닌 미심은 남들이 앞서갈 때, 그것을 즐기는 여유를 보이는 춤꾼이다. 춤 길을 알려준 정금란, 국악고에서 만난 윤성주, 대학에서 지도해준 양성옥, 평양검무로 새로운 좌표를 잡아준 임영순이 그녀의 대표적 스승이다. 부드러운 목소리의 성악가 이성일(현 인천시립합창단 수석단원)의 아내가 되고, 아이의 어미가 되었다. 새롭게 만난 무용수로서의 첫 길은 눈부시게 하얗고 아름다웠다. 이때의 느낌을 담은 안무작이 <눈길>이다.

정미심은 전통춤의 큰 숲에서 창작의 소재를 얻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자신은 출중한 미모와 세련된 몸매를 가진 무용수가 아니라고 단호하게 밝힌다. 그녀의 호흡과 동작은 전통에 기반하여 무대 위에 서면 에너지가 넘치고 있고, 전통춤은 불상과 같은 존재다. 미심의 작년 안무작들은 ‘살풀이 무속 굿’, 금년에는 궁중무용을 소재로 하여 작품을 전개할 예정이다. 그녀는 역동적으로 뛰어다니며, 발이 찢어지더라도 맨발로 춤추기를 즐기는 춤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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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심 안무의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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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심 안무의 '눈길'

포이동 M극장에서 공연된 <눈길>은 PAF 안무가상 수상작으로써, 긴 천을 이용하여 살풀이의 희로애락을 표현한 작품이며, 이 무대를 통해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은 작품이다. 이 외에도 <흑과 백의 논리>, <버선>, <꽃아꽃아 문열어라>, <미얄>, <눈길 2>등의 안무작은 자신의 출연작과 행로를 같이한다. 정미심은 따뜻한 대작의 품속에서 출연작이 자신의 안무작인양 허세를 떨지 않고, 궁상을 떠는 듯 보이는 독립안무가의 길을 바르게 선택했다.

정미심은 성악을 좋아한다. 남편이 사랑하는 시립합창단의 안무자로 참여하여 음악에 시너지효과를 창출하는 리듬감을 살려내고 있으며, 십년이 넘게 시립합창단 및 어린이합창단의 무대를 한국적 이미지로 만들어 친밀감을 조성하고 있다. 한국무용의 촘촘한 류・파사이의 긴장감과 엄격한 위계질서로 힘들어 질 때 합창안무를 통해 폭넓은 예술가를 만나게 되고, 안산 다문화센터에서 육년간 다문화 아이들과 어울리면서 자신의 잠재된 능력을 발휘하게 된다.

전통춤 큰 숲에서 창작 소재 얻으려고 끊임 없는 노력
호흡·동작은 전통에 기반해 무대위에 서면 에너지 넘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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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심 안무의 '미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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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심 안무의 '미얄'

정미심은 부군을 통해 사설합창단의 안무가로 시작하여 현재 시립과 구립의 대표 안무가로 활동하고 있다. <레퀴엠>을 통하여 한국의 상여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었고 한국판 <레퀴엠>의 안무를 고민하는 중이다. 앞으로 합창안무협회를 조직하고 한국적 안무를 고민하며 인천 소재 창작무용 등을 연구하는 팀을 만들고자 한다. 인천안무가협회(회장 송성주, 인천시립무용단) 이사로서 전통무용을 연구하고 지역 문화재에 대한 연구와 알리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정미심은 『리진』이라는 소설을 우연히 접하게 된다. 리진(Lee Jin, 李眞, 리심 李心)은 조선의 궁중 무희이자 관기로서, 프랑스의 문물을 배우고 익힌 조선 최초의 근대화 여성이다. 리진을 다룬 소설로는 신경숙의 『리진』, 김탁환의 『파리의 조선 궁녀, 리심』이 있다. 몸짓 하나로만 충분했던 리진의 생애는 ‘춤으로 미학의 상부를 채워가며, 호흡을 공유하는 소중함과 진심으로 춤을 대해야겠다’라는 정미심의 삶의 지표를 세우는 데 도움이 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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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심 안무의 '흑과 백의 논리'

정미심 출연 '평양검무'이미지 확대보기
정미심 출연 '평양검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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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심 한국무용가

미심은 리진의 비극적 스토리를 통해 비극의 반복을 극복하며 자신을 다잡는 지침으로 쓰고자 한다. 리진은 초대 프랑스 공사 콜랭 드 플랑시의 눈에 들어 결혼을 약속하고 프랑스로 간다. 그녀는 가정교사로부터 불어를 배우고, 자유와 평등의 가치를 깨달았지만 조국에 대한 그리움, 양인에 대한 열등감에 시달린다. 두 사람은 플랑시가 조선 3대 프랑스 공사로 부임하여 고국으로 돌아온다. 리진은 다시 관기의 신분이 되자 금 조각을 삼키고 자살한다.

정미심, 무대를 사랑하는 진정성 있는 춤으로 보답하며 창작을 이어가고자 하는 춤꾼이다. 기해년에도 인천을 중심으로 다양한 계층의 관객들과 소통하며 평양검무를 비롯한 전통춤과 5월 인천무형문화재 전수회관에서 창작춤(‘평양의 검 정미심’ 개인전)을 보여줄 계획이다. 인천전국무용제 예선전을 준비 중인 그녀는 바른 인성으로 자신의 경계를 세우며 겉으로 보여주는 춤은 물론 후학으로서 마음을 다스리고 타인을 배려하는 모범적인 무용수가 되고자 한다. 그녀의 춤길이 늘 꽃길이 아니라 할지라도 타개책을 동반할 것이다. 장도에 건승을 기원한다.


장석용 글로벌이코노믹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