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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카드, 실적악화에도 배당 늘려…주가 부양 효과는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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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카드, 실적악화에도 배당 늘려…주가 부양 효과는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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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이효정 기자]
삼성카드가 주주 가치 제고 정책의 일환으로 배당 규모를 늘렸으나 벌써 그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더구나 경영실적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상황인데다, 배당금의 대부분이 계열사도 되돌아가는 구조여서 배당 확대가 무리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28일 금융감독원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5일 삼성카드는 지난해 실적분에 대해 주당 1600원씩 총 1708억원을 배당하기로 했다. 최근 3년간 주당 1500원씩 배당한 것에 비해 배당 규모가 소폭 증가했다.

경영실적은 악화됐지만 배당 성향이 높아졌다. 연결 잠정실적 기준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3453억원으로 전년대비 10.7% 감소했다. 국제회계기준 IFRS9 적용으로 대손충당금 적립 기준이 강화되면서 시장의 기대치를 밑돌았다. 이에 배당 성향은 49.5%로 전년도 42.5%보다 7%포인트 높아졌다.

특히 삼성카드는 2015년 배당 성향이 51.9% 수준에서 2016년 47.1%, 2017년 42.5% 수준으로 떨어지더니 지난해 실적분에 대해서는 다시 크게 늘려 더 눈에 띈다. 이는 기업이 버는 돈에 비해서 주주에게 돌려주는 돈이 많아졌다는 의미다. 배당 성향은 당기순이익 대비 총 배당금 비율로, 기업이 번 돈에 비해 얼마나 주주에게 돌려줬냐는 의미여서 주주 환원 정책의 지표 중 하나로 활용된다.

이처럼 삼성카드의 배당 성향이 높아진 이유는 삼성그룹이 삼성생명 등 금융 계열사의 배당 성향을 높이는 방향으로 선회하는 분위기를 반영한 내부 정책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주주가치 제고 정책의 일환으로 배당을 늘렸다"며 "같은 차원으로 지난해에도 자사주를 매입한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삼성카드는 1049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사들이면서 주가를 끌어올리려고 했지만 효과가 미미하다는 평가가 대부분이었다.

문제는 삼성카드의 높아진 배당 성향이 무엇보다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서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대신증권의 최정욱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국내 전체 주가가 바닥수준이고, 배당매력이 높은 편"이라면서도 "이는 대부분의 은행주도 마찬가지여서 삼성카드만의 차별화된 투자포인트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또 삼성카드 자체의 경영성적표가 악화되는 상황에서 배당을 늘린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카드 가맹점수수료율 인하에 따라 올해 삼성카드의 순이익은 3020억원으로 예상돼 지난해보다 12.6% 더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가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를 대신해 다른 규제를 풀어주고, 삼성카드가 비용 절감 노력을 해도 실적 악화를 만회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벌어들인 돈을 주주에게 돌려주기보단 새는 비용을 막고, 수익을 다각화하는 등 내실을 키우는데 써야 하는 시기인 것이다.

DB금융투자 이병건 연구원은 "(카드 수수료 인하로) 올해는 모든 카드사들이 경쟁을 자제할 것으로 보여 삼성카드가 판매관리비를 줄여 대응할 계획이라고 언급했지만, 오랜 기간 유지돼 온 마케팅 관련 비용을 과연 줄일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이어 "삼성카드는 오는 5월23일 코스트코 코리아와 독점계약이 종료되기 때문에 고객을 지키기 위한 방어비용 지출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코스트코 코리아 고객들의 카드 이용 금액은 지난해 삼성카드 개인신용판매 취급고의 4%에 달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배당을 늘린다고 해도 배당금의 대부분은 계열사에게 되돌아가는 구조여서 무리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삼성카드의 배당을 늘려도 이로 인한 이득은 대부분 삼성그룹 계열사에 되돌아간다. 현재 삼성카드 지분의 71.88%는 삼성생명이 가지고 있다. 총 배당금 1708억원의 71.88%인 1228억원은 삼성생명이 챙긴다.


이효정 기자 lhj@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