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황교안을 신랄하게 비판하지 않는다고 지적을 받는다. 왜 유독 황교안한테만 관대하냐고 질책도 한다. 나는 황교안을 1987년부터 알고 지내왔다. 그를 두둔해서가 아니라 검사 가운데 아주 괜찮은 검사로 내 머릿 속에 남아 있다. 무엇보다 자기 관리가 철저한 사람이었다. 정치판에 들어와서도 이른바 헛발을 내지르지 않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매우 신중한 사람이다.
한국당은 잔칫집 분위기여야 맞다. 얼마 만인지 한 번 되돌아보라. 요 몇 년간 계속 민주당 주자들에게 끌려다녔다. 정당지지도 2위인 당에서 1위 후보가 나온 것도 이변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당은 이 흐름을 살려나갈 필요가 있다. 정치는 세이기 때문이다. 정치인은 지지율에 웃고, 울 수밖에 없다. 황교안 영입은 일단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조사에서는 주자들 간 순위도 바뀌었다. 황교안이 이낙연을 오차범위(±2.0%p) 내에서 앞서며 조사시작 후 처음으로 1위에 올라섰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1.2%포인트 내린 7.8%로 지난달에 이어 3위를 유지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0.8%포인트 내린 7.2%를 기록했지만, 지난달 5위에서 4위로 한 계단 상승했다. 김경수 경남지사는 0.6%포인트 하락한 6.7%로 5위,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0.6%포인트 상승한 6.3%로 6위를 기록했다.
가장 크게 떨어진 사람은 오세훈이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4위에서 9위로 뚝 떨어졌다. 황교안 현상에 지지율이 떨어진 것으로 해석된다. 야당 후보 가운데는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6.0%)과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 5.9%)가 오세훈을 누르고 7위와 8위에 각각 올랐다. 오세훈 진영은 비상이 걸릴 것 같다.
정치인이 지지율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고 하지만, 지지율을 좇는다. 그것이 인기를 재는 바로미터이기 때문이다. 황교안이 줄곧 1위을 이어갈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1위 의미는 자못 크다. 야당도 한 번 해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을 듯하다. 정치에서도 자신감은 중요하다. 황교안 진영은 이 추세를 이어가려고 할 것이다. 정치 초보 황교안이 한국당 당권을 거머쥐고 대선에서도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오풍연 주필 poongye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