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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풍연 시사의 창]윤한덕 이국종 그들이 있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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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풍연 시사의 창]윤한덕 이국종 그들이 있었기에

윤한덕 센터장 지난 4일 집무실서 쓰러져 사망

[글로벌이코노믹 오풍연 주필] 윤한덕. 나도 그의 이름을 처음 들어봤다. 이국종은 알고 있었지만 그는 몰랐다. 죽은 다음에 비로소 알게 됐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이름을 남긴다고 했다. 윤한덕은 설 전날인 지난 4일 자신의 집무실에서 쓰러져 숨졌다. 아무도 그의 옆을 지키지 못했다. 안타까운 죽음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더 슬퍼한다.

그가 누구인가. 이국종에 버금하는 의사였다. 전남대 의대를 졸업한 윤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은 2002년 국립중앙의료원 응급의료센터가 문을 열 당시 응급의료기획팀장으로 합류했다. 응급의료 전용 헬기 도입, 재난·응급의료상황실 운영 등 국내 응급의료체계 구축에 헌신한 인물이다. 그가 국내 응급의료 지도를 만들었다고 한다.
이국종은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받았다. 국회에도 나와 증언을 했다. 그래서 일반인도 이국종을 거의 다 안다. 그 이국종이 윤한덕에게 많은 의지를 했다고 한다. 그만큼 능력이 있고 매력 있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이국종은 윤한덕과 많은 것을 상의했다. 이심전심으로 한국의 응급의학을 일으켜 보자고 손을 맞잡았다고 할까.

이국종은 지난해 출간한 책 ‘골든아워’에 윤한덕의 이름으로 한 챕터를 만들었다. 그는 ‘윤한덕’이라는 챕터에서 “2008년 겨울, 윤 센터장을 찾아갔을 때 ‘지금 이 선생이 이렇게 밖에 나와 있는 동안 아주대병원에 중증외상 환자가 갑자기 오면 누가 수술 합니까’라고 물었다. 그는 냉소적이었다. 그럼에도 나는 신기하게도 그에게서 진정성을 느꼈다”고 회상했다. 둘다 직업의식, 즉 소명이 투철했다. 자신들보다 환자를 먼저 챙겼다.

이국종이 2주 전 쯤 한 회의에서 윤 센터장을 만난 일화가 전해진다. 당시 윤 센터장이 안색이 좋지 않은 이국종에게 “건강을 챙기라”고 말했고 이국종은 실제 며칠 후 콩팥에 결석을 제거하는 시술을 받았다고 했다. 이국종은 “윤 센터장이 의지를 갖고 버텨줬기에 우리나라 응급의료가 이만큼 온 건데, 앞으로 막막하다”며 말했다.

윤한덕은 너무 쓸쓸하게 갔다. 국립중앙의료원은 지난 4일 오후 6시쯤 병원 사무실에서 심정지 상태로 쓰러진 윤 센터장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윤 센터장은 설을 맞아 가족들과 함께 고향에 내려가기로 했지만 설 연휴가 시작된 주말 내내 연락이 두절됐다. 직원들이 윤 센터장을 마지막으로 본 것은 지난 1일 오후 8시쯤 동료 의사와 저녁 식사를 했을 때다.

윤한덕을 처음 발견한 것은 그의 아내다. 아내는 주말 내내 연락이 닿지 않자 직접 병원을 찾았다. 집무실 책상 앞에서 앉은 자세로 숨져 있는 남편을 발견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7일 오전 윤 센터장의 부검을 실시한 결과 고도의 관상동맥경화에 따른 급성 심장사라는 소견을 밝혔다. 윤한덕은 그렇게 아내, 그리고 그를 기다리는 많은 환자와 작별했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부디 편히 쉬소서.



오풍연 주필 poongye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