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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도 금 간 文 대통령 ‘기업 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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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도 금 간 文 대통령 ‘기업 소통’

투자·고용’확대 주문과 ‘기업 환경 개선’ 약속한 문 대통령
“진솔한 소통 자리” 치켜세우던 靑…재계도 ‘기대감’ 상승
소통 의지 불구, 부처 간 이견에 ‘일감몰아주기’ 완화 무산
재계 “시장 신뢰 얻어야 시장도 반응” 오락가락 행보 지적

[글로벌이코노믹 민철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월 15일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제공>이미지 확대보기
문재인 대통령이 1월 15일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제공>

문재인 대통령의 ‘기업 소통’ 행보가 무색해졌다.

특수관계라고 하더라도 독점적 기술을 가진 회사와 납품 거래를 할 경우 일감몰아주기 과세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과세 체계를 개편키로 했지만 다시 이를 유지하기로 입장을 바꾸면서다. 7일 국무회의에서 당초 신설 예정이던 일감몰아주기 중과세 예외조항을 제외한 ‘세법 후속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재계는 기업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그간 기술유출 우려가 있어 특수관계 법인 이외에 다른 기업과 거래를 확대하기 어려운 경우까지도 중과세하는 것은 과도하다며 제도 개선을 요구해왔다. 현행법에 따르면 특정 법인이 특수관계 법인과의 매출이 정상거래비율(대기업 30%, 중견 40%, 중소 50%)을 초과하면 지배주주가 증여세를 내야한다.

기재부가 법 개정을 추진했으나 공정거래위원회는 부처 협의 과정에서 실태조사 후 법 개정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반발하면서 무산됐다. 기업들이 예외조항을 이용해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회피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일단 특허 보유 등으로 인한 일감 몰아주기 거래에 대해 실태 조사를 통해 현황을 분석한 뒤 보안 방안을 마련키로 했지만 연내 법 개정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5일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재계를 향해 ‘투자와 고용 확대’를 주문하면서 규제 개혁을 강조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이 올해 경제 분야에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내겠다고 선언한 만큼 고용과 투자의 한 축인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경영 환경을 개선하고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힌 자리였다.

실제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기업인과의 대화’ 행사 취지에 대해 “경제 활력을 찾고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정책성과를 내기 위한 성격의 모임”이라며 “격의 없이 자유롭게 기업인들의 목소리를 듣고 진솔하게 소통하고자 하는 자리”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문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를 표출하면서 당시 재계는 기대감을 높였던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기류와는 달리 기재부와 공정위간 이견으로 기업 소통의 첫 단추로 평가받는 ‘일감몰아주기’ 규제 완화가 무산됨에 따라 문 대통령의 ‘기업 소통 행보’ 신뢰도 하락은 불가피해 보인다.

문 대통령의 취임 직후인 2017년 7월 재계 총수들과 ‘호프미팅’을 가진 바 있다. 기업의 애로사항을 듣는 자리였지만 이후 규제 강화 등 기업 옥죄기로 기업 경영 환경이 더욱 열악해 졌다는 토로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때문에 호프미팅 이후 1년 반 만에 가진 대기업 중견기업 등 130여명의 경영자들과의 ‘소통’이 결국 공염불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러한 전철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7일 대기업·중견기업 미팅에 이어 마련한 혁신벤처기업인들과의 간담회에서 “혁신적 포용국가를 추구하면서 성장의 주된 동력을 혁신성장에서 찾고 있다”면서 “이를 위해 여러가지 혁신과 함께 특히 혁신창업이 활발해져야 하고, 그렇게 창업된 기업들이 중견기업 유니콘기업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창업의 생태계가 활발해질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정부가 노력하고 있고 성과가 지표상으로는 나타나고 있지만 여러분이 볼 때는 아직도 여러모로 부족하고 아쉬운 부분 없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며 “그런 점들을 생생하게 들려주신다면 우리가 혁신성장 추구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김범석 쿠팡 대표 등 대표적 벤처 기업인 7명이 참석한 자리에서 벤처기업인들은 국내외 기업간 역차별 개선과 규제 완화 등을 주문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공정경제 확립이라는 문재인 정부의 기조를 알고는 있지만 기업 성장을 위한 경쟁력 확보도 중요하다”면서 “어쩔 수 없는 거래가 불법화 되는 환경을 개선하는 것도 공정경제의 한 부분”이라며 “시장의 신뢰를 얻어야 시장도 반응할 것”이라고 우회적으로 문재인 정부의 갈지(之)자 정책과 행보를 지적했다.

한편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6일 한 방송에 출연해 “경제가 어렵다고 개혁적인 길에서 후퇴한다면 장기적으로 더 큰 비용을 초래한다”며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한 정부는 경기가 좋다고 과속하지 않고 나쁘다고 후퇴하지 않는 공정경제 질서를 만들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민철 기자 minc0716@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