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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각 임박' 롯데캐피탈 배당 규모 늘려…오너 배만 불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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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각 임박' 롯데캐피탈 배당 규모 늘려…오너 배만 불리나

KB캐피탈 배당 안해 "KB금융지주의 지원 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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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이효정 기자]
최근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온 롯데캐피탈이 지난해 배당 규모를 늘렸다. 유력한 인수 후보자로 꼽히는 KB금융그룹 아래 있는 KB캐피탈이 배당을 하지 않은 것과 대조적이다.

비상장사인 롯데캐피탈은 배당을 하면 모두 계열사들로 돈이 흘러 들어가 결국 주요 주주인 계열사와 오너 일가의 배만 불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캐피탈은 지난 12일 이사회를 열고 지난해 사업분에 대해 주당 1000원씩 총 332억원 규모의 결산 배당을 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전년도 233억원보다 42.9%나 늘어난 규모다.

롯데캐피탈의 배당 규모는 최근 몇년간 급격히 증가했다. 2013년에만 해도 83억원 수준이던 배당 규모는 2014년 99억원 수준으로 소폭 늘더니 2017년 233억원으로 약 2.5배 수준으로 급증했고, 지난해에는 332억원으로 더 늘린 것이다.

1주당 액면가액(5000원)에 대해서 지급되는 비율인 '배당률' 자체를 높였기 때문이다. 롯데캐피탈의 배당률은 2013년 5% 수준에서 2014~2016년 6% 수준으로 조정됐다가 2017년 14%, 지난해 20%로 뛰었다. 롯데캐피탈 관계자는 "롯데지주가 출범하면서 롯데계열사에 대해서 배당을 높이겠다는 밝힌 바 있다"며 "주주 친화 정책의 일환으로 그룹 전체적으로 배당을 늘리는 기조"라고 설명했다.

배당은 벌어들인만큼 주주에게 이익을 환원한다는 의미에서 기업들의 배당 확대 정책이 주요 관심사로 떠오르기도 한다. 벌어들인 이익에 대해 주주에게 얼마나 돌려주고, 회사에 어느 정도 남겨 재투자의 자금으로 활용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다만 롯데캐피탈의 경우 그동안 성장세였던 경영실적이 주춤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데도 배당을 늘려 빈축을 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결산중으로 알고 있다"며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전년대비 비슷하거나 약간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에 비해 경쟁사인 KB캐피탈의 경우에는 배당을 줄이며 몸을 움츠리고 있다. KB캐피탈의 경우 2017년에는 107억원의 배당을 실시했으나 지난해 사업분에 대해 배당을 하지 않기로 했다. KB캐피탈의 지난해 순이익은 1134억원으로 전년대비 70억원, 5.8% 소폭 감소하는 그쳤는데 배당은 아예 실시하지 않은 것이다.

KB캐피탈 관계자는 "KB금융지주에서 계열사 지원 차원으로 이번에 배당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캐피탈업계의 경쟁이 나날이 심화되고 있고, 리스크 관리를 대비하는 능력이 중요해지고 있는 시점에서 벌어들인 이익을 배당하기보다는 내부 투자 등을 위해 쓰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KB캐피탈은 최근 롯데캐피탈 매각을 위한 예비 입찰에서 유력한 인수 후보자로 여겨지고 있는 KB금융의 계열사다. 만약 KB금융이 롯데캐피탈을 인수하면 롯데캐피탈과 KB캐피탈은 한식구가 된다.

더욱이 롯데캐피탈이 새 주인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는 만큼 이번 배당 확대가 결국 매각 전 대주주의 이익 챙기기의 일환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배당 받은 돈은 모두 롯데캐피탈의 주주인 롯데그룹 계열사와 오너 일가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현재 현재 롯데캐피탈의 지분은 롯데호텔이 39.37% 갖고 있어 가장 많다. 롯데호텔은 갖고 있는 지분만큼 배당금을 챙기게 되는데, 롯데호텔 자체도 비상장사이다. 롯데호텔의 주주는 일본 롯데홀딩스가 19.07% 갖고 있다. 결국 롯데캐피탈의 배당금은 롯데호텔을 거쳐 다른 비상장 계열사로 흘러간다는 얘기다.

롯데호텔외에도 롯데지주가 롯데캐피탈의 지분 25.64%을 확보하고 있고, 롯데건설은 11.81%, 부산롯데호텔이 11.47% 광윤사가 1.92%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롯데그룹 오너 일가 중에서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0.86%,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과 신영자 전 롯데장학재단 이사가 각각 0.53%, 롯데장학재단이 0.48% 갖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배당을 훨씬 많이 하는 기업들도 있고 단계적으로 배당률을 늘린 것이기 때문에 무조건 과다하다고 볼 수 없다"면서도 "배당을 적게 하는 대신 이익을 유보해 자기자본을 확충하는 것이 기업의 가치를 평가할 때 긍정적인 것은 맞다"고 밝혔다.

이어 "대주주 변경을 앞두고 이전보다 더 많은 배당을 하는 사례들이 있기도 하다. 매각을 통해 목돈을 만질 수 있지만 종전에 배당이 적었다고 생각하면 배당을 늘리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효정 기자 lhj@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