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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풍연 시사의 창]영주 호미의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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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풍연 시사의 창]영주 호미의 반란

영주 대장간 석노기씨의 호미가 미국 아마존에서 불티나게 팔려

[글로벌이코노믹 오풍연 주필] 통쾌하다. 우리나라 시골서 만든 호미가 미국서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고 한다. 한마디로 토종의 반란이다. 호미는 우리나라만 있는 농기구다. 미국은 모종 삽이 기능을 대신한다. 그런데 미국인도 한국의 호미에 푹 빠졌다니 기분 좋은 일이다. 이처럼 도전하면 된다. 평생 호미만 만들어온 장인의 땀방울이 거둔 결과다.

이 호미를 만든 곳은 경북 영주의 한 대장간. 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에서 이른바 '대박'을 치고 있다. 아마존 원예용품 '톱10'에는 '영주대장간 호미(Youngju Daejanggan ho-mi)'가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우리 이름 그대로다. 이 호미는 아마존 외에도 이베이 등 다른 해외 쇼핑몰에서도 팔리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4000원 정도인 호미가 '혁명적 원예 용품'이라며 14.95~25달러(약 1만6000원~2만8000원)에 팔린단다. 4~7배의 몸값을 받고 있다. 영주 호미를 사용해본 미국인들은 "지금까지 이런 원예용품은 없었다. 서양에는 삽만 있지 이렇게 ㄱ자로 꺾어진 농기구는 없었다"며 호미의 편리함과 튼튼함에 대해 찬사를 늘어놨다. 실제로 호미는 땅이 잘 파진다.

호미를 만든 사람은 석노기(66)씨. 지난해 경북도가 선정한 '최고 장인' 5명 가운데 한 명이다. 석씨는 얼마 전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아마존이 뭔지는 몰라도 3년 전만 해도 열댓 개 보내던 호미가 작년엔 2000개 이상 나갔다"면서 "아마존에 여행을 갔다가 누가 강가에서 쓰는 걸 봤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아마존이 뭔지도 모른다는 얘기다.

벌건 가마에 150g짜리 폐 철판들이 달궈진다. 절반을 달군 뒤 수백 번 두드려 자루를 만들고, 또다시 절반을 달궈 호미 날을 만들어 낸다. 52년째 대장간 일을 하는 석씨를 움직이는 건 오로지 '감'이다. 수작업을 한다는 뜻이다. 모양도 날씬하다. 서양인들도 좋아할 만하다. 디자인도 신경썼다고 할까.

석씨는 "정확한 온도를 재보진 않았으니까. 우리가 눈으로 육안으로만 '아, 이정도면 됐다' 감이죠 뭐."라고 말한다. 장인의 손끝에서 명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이다. 어릴 때부터 농기구에 관심이 많았던 석씨는 농지가 많은 경북 영주시에 자리를 잡았다. 당시 나이 23살. 그때부터 하루도 빠지지 않고 농기구를 만들어 왔다.

석씨에게도 고민이 있다. 후계자를 키우지 못한 것. 요즘 젊은이들이 대장간 일을 배우려고 하지 않는다. 석씨는 "후계자가 없다는 것이 좀 아쉽죠 뭐. 이 일을 선호하는 젊은 사람이 없으니까."라고 말했다. 누구도 예상 못 했던 '영주 호미'의 반란이 반란으로만 그쳐선 안 된다. 세계적인 우리의 장인 정신이 끊기지 않도록 대를 잇는 노력도 필요하다.

호미 하나로 미국 원예시장을 정복했으면 좋겠다. 못할 것도 없다고 본다. 장인 정신이 서려 있기에.


오풍연 주필 poongye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