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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근 칼럼] "오메가-3 지방산, 먹더라도 그 정체 알고 먹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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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근 칼럼] "오메가-3 지방산, 먹더라도 그 정체 알고 먹어야"

김형근 편집위원
김형근 편집위원
[글로벌이코노믹 김형근 편집위원] 영양 과잉인 사람을 제외한다면 우유와 계란이 인류가 발명한 최고의 영양 식품이라는 데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우유에는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 있어 '완전식품'이라고도 불린다.

그러나 우유를 마시면 소화가 안돼 배가 아프거나 설사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는 사람에 따라 유당이라는 영양소를 분해하는 소화 효소인 락타아제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사람에게 우유는 결코 완전 식품이 아니라 전혀 도움이 안되는 해가 될 수 있는 식품이다.
요즘 오메가-3, 정확히 말해서 오메가-3 지방산이 마치 '만병통치약'이라도 된 듯 사람들 사이에 인기다. 그러나 값비싼 오메가-3의 정체가 무엇인지를 알고 난 다음에 구입해도 늦지 않다. 또 값싸게 구입할 수 있는 대체 방안도 많다.

우선 오메가-3는 불포화 지방산이라는 것 이외에 별다른 이점은 없는 식품이다. 쉽게 이야기해서 포화지방산과 대비되는 불포화 지방산이란 상온에서 굳지 않는 지방을 말한다. 돼지나 소기름은 굳는다. 그러나 깨나 들깨와 같은 식물성 기름은 굳지 않는다. 불포화 지방산이기 때문이다. 물고기의 기름인 어유(魚油)도 굳지 않는 불포화 지방이다. 오메가-3도 같은 맥락이라고 보면 과히 틀린 해석이 아니다.

돼지나 쇠고기를 먹게 되면 포화지방이 몸 속의 혈관에 머무를 수 있다. 포화지방은 굳을 수가 있기 때문에 찌꺼기로 남아 혈관 흐름을 방해할 수 있고, 그래서 각종 심혈관 질병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예방하는 데 오메가-3가 효과가 있다는 것이 광고의 중심 소재다. '피를 맑게, 혈관을 튼튼하게'라는 광고 카피가 바로 이렇게 탄생했다.

오메가-3가 대중적인 인기를 끌게 된 것은 1970년대 중반으로 거슬러올라간다. 당시 덴마크의 의학자 다이아베르크 박사는 한가지 커다란 의문점을 가졌다. 북극의 그린란드에 사는 에스키모인들은 과일이나 야채를 거의 먹지 않는데도 심장병이나 동맥경화 같은 심혈관 질환에 잘 걸리지 않는 현상을 발견하면서다.

식물성 식품은 거의 먹지 않고 생선이나 물개 등 지방이 많은 음식만 먹는데도 불구하고 이웃하고 있는 덴마크인들보다 심혈관질환의 발병률이 훨씬 낮은 것을 알게 된 후 그 이유를 캐기 위해 연구에 착수했다.

면밀한 조사 결과 심혈관질환의 주된 원인은 식생활 습관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리고 에스키모들이 먹는 생선과 물개 속에 함유된 오메가-3라는 지방산에 주목하게 된다.
이후 오메가-3는 심장병, 고혈압, 암, 당뇨병, 관절염 등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들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생선을 멀리하는 미국에서 오메가-3가 날개 돋친 듯이 팔리면서 대표적인 건강식품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과학은 늘 반전과 반전을 계속하면서 발전해 나가는 학문이다. 다시 오메가-3의 효능에 의문을 제기하는 연구결과 잇따라 나오기 시작했다. 인종에 따라 오메가-3를 흡수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캘리포니아대학 버클리 캠퍼스 연구팀이 그린란드 에스키모의 심장질환 발병 위험이 낮은 이유를 유전학적 측면에서 조사하기 위해 에스키모 191명, 유럽인 60명, 중국인 44명의 DNA를 비교 검토했다.

그 결과 11번 염색체 가운데 식이성 지방산을 인체의 구성 물질로 전환시키는 데 관여하는 유전자가 집단마다 차이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린란드 에스키모는 그 유전자를 모두 일정하게 보유하고 있는 반면, 유럽인 대부분은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우리와 비슷한 중국인들은 약 15%만이 그 유전자를 갖고 있었다.

인종 사이에 DNA가 이렇게 극단적인 차이가 있는 경우는 드물다. 이 연구가 주목을 끈 이유는 그린란드 에스키모들이 보유한 DNA 염기가 없는 사람들의 경우 오메가-3를 먹어도 별 효과를 거둘 수 없다는 점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물론 에스키모의 DNA가 심장병과 어떤 관계에 있는지에 대해서는 추후 연구가 필요하다.

광고 치고 과대광고가 아닌 것은 없다. 불포화 지방산은 어디에도 많다. 고등어와 같은 어류를 자주 먹으면 되고 종종 어묵이나 오뎅을 즐겨 먹는 것도 방법이다. 같은 처방으로 물고기에서 추출한 '간유구', '스쿠알렌' 등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다가 사라진 것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김형근 편집위원 hgkim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