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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엘리엇, 주총서 맞대결 펼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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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엘리엇, 주총서 맞대결 펼칠까?

공세 높이는 엘리엇, 배당확대·사외이사 제안
현대차 ‘기업·주주가치’ 부정적, 수용불가 입장
엘리엇 승리 불투명. 지배구조 개편 압박 효과

[글로벌이코노믹 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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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의 과도한 주주 제안에 현대차그룹이 크게 반발하고 나서 이번달 열릴 주주총회에서 양자간 표 대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엘리엇은 현대자동차(이달 22일)와 현대모비스(이달 15일)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에 사외이사 후보 5명(현대차 3명, 현대모비스 2명)을 추천하고 주당 2만 원대의 배당을 의결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엘리엇은 지난달 27일과 28일 이들 회사 주주들에게 보내는 서신도 공개하는 등 압박 수위를 점차 높이고 있다.

엘리엇은 지난달 28일 공개한 ‘현대차 주주들에게 보내는 서신’에서 현대차 투자 계획에 “의구심이 든다”고 날을 세웠다. 또한 엘리엇은 “해당 투자에 대한 수익률이 어떻게 다른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며 “경영진 로드맵이 신중하게 계획됐는지에 대해 의구심을 가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현대차는 5년간 연구개발(R&D)과 미래기술 확보 등에 45조3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발표 한 바 있다.

배당 규모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엘리엇은 서신을 통해 현대차는 지난해 결산배당으로 보통주 1주당 2만1967원(총 4조5000억원)과, 모비스에는 보통주 1주당 2만6399원(총 2조5000억원)을 배당에 반영하라고 요구했다. 만약 엘리엇 요구대로 배당을 실시하면 두 회사에서만 무려 7조원을 쏟아 부어야 한다. 이에 대해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는 대규모 현금유출이 발생하면 중장기적으로 기업가치 및 주주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다.

엘리엇은 지난해 현대차 주식으로 약 4550억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를 만회하기 위해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에 무리한 배당을 요구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엘리엇은 기업의 장기적 발전과 경쟁력 향상 등 기업 가치 보다 단기 수익에 치중하는 전형적인 행동주의 펀드 특성을 드러낸 것이다.

현대차는 기말배당 3000원을 의결한 상태다. 지난해 중간배당을 포함하면 4000원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63.8% 감소한 가운데 배당금 수준을 2017년과 같은 수준으로 유지한 것이다. 모비스는 전년 대비 500원 증가한 4000원으로 배당을 확대했다.

엘리엇은 또 현대차의 사외이사와 감사위원으로 3명을 제안했다. 하지만 현대차는 윤치원 유비에스(UBS)그룹 자산관리부문 부회장과 글로벌 투자 전문가 유진오 전(前) 캐피탈그룹 인터내셔널 파트너, 거버넌스(지배구조) 전문가인 이상승 서울대 교수 등을 신규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신규 사내이사로는 알버트 비어만 현대차 연구개발본부장을 후보로 올렸다.
이에 따라 이달말 열릴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주총에서 배당 규모와 사외이사 선임을 둘러싸고 엘리엇과의 표 대결 등 치열한 기싸움이 벌어질 태세다. 엘리엇은 현대차 지분 3.0%와 현대모비스 지분 2.6%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주총에서 엘리엇 요구가 관철되지 못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현대차그룹이 추진할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 엘리엇이 또다시 제동을 걸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현대차그룹이 지난해 3월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간 분할합병안을 발표했지만 엘리엇 반대로 무산됐기 때문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엘리엇이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분위기”라며 “이러한 기류를 감안하면 현대차와 모비스 주총에서 표대결을 하더라도 엘리엇 요구가 수용되기는 힘들어 보인다”고 내다봤다.


민철 기자 minc0716@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