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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반도체 내 '양자 소용돌이' 제어 기술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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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반도체 내 '양자 소용돌이' 제어 기술 개발

‘엑시톤-폴라리톤’ 형성해 새로운 광학적 방식 이용

조용훈, 최형순 KAIST 물리학과 교수 연구팀이 새로운 광학적 방식으로 반도체 내에서 양자 소용돌이를 생성하고 제어하는 데 성공했다. 사진은 광학적 제어에 따라 양자 소용돌이에서 양자화된 궤도 각운동량의 제어, 카이랄리티(손대칭성) 제어, 양자소용돌이 상태의 안정성 관련 이미지 (사진=KAIST)이미지 확대보기
조용훈, 최형순 KAIST 물리학과 교수 연구팀이 새로운 광학적 방식으로 반도체 내에서 양자 소용돌이를 생성하고 제어하는 데 성공했다. 사진은 광학적 제어에 따라 양자 소용돌이에서 양자화된 궤도 각운동량의 제어, 카이랄리티(손대칭성) 제어, 양자소용돌이 상태의 안정성 관련 이미지 (사진=KAIST)
[글로벌이코노믹 이수연 기자] KAIST가 이 대학 물리학과 조용훈, 최형순 물리학과 교수 연구팀이 새 광학적인 방식으로 반도체 내에서 양자 소용돌이를 생성하고 제어하는 데 성공했다고 10일 밝혔다.

이는 반도체 공진기 시스템에서 전자-정공(hole) 쌍의 에너지 완화 과정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연구 결과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태풍이 일거나 싱크대에서 물이 빠질 때 유체가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회전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초유체, 초전도체 같은 양자 유체가 정해진 속도로 회전할 때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회전할 수 있는데, 이를 양자 소용돌이라고 한다.

양자 소용돌이는 양자 유체역학을 연구하는 데 가장 핵심적인 요소 중 하나이다. 초유체의 에너지 손실 없이 회전할 수 있는 특성과 소용돌이의 회전 방향을 쉽게 뒤집을 수 없는 위상학(topology)적 안정성이 결합돼 있어 양자 소용돌이를 쉽게 생성하고 제어할 수 있다면 미래형 정보 소자로도 활용할 수 있다.

반도체 내부에 존재하는 양자 유체인 엑시톤-플라리톤(이하 폴라리톤)은 특히 유리하다. 반도체에 밴드갭(전도체의 가장 아랫부분의 에너지 준위와 가전자대의 가장 윗부분의 에너지 준위 간의 에너지 차이)보다 높은 에너지를 갖는 빛을 쬐면 전자-전공 쌍이 형성되고 서로 강하게 이끌리며 엑시톤을 형성한다.

이러한 반도체에 높은 반사율을 갖는 거울 구조의 공진기를 결합하면 빛(광자)과 물질(엑시톤)이 강하게 상호작용하며 빛, 물질의 성질을 동시에 갖는 제3의 양자 물질을 만들 수 있는데 이를 폴라리톤이라 한다.

폴라리톤이 일정 밀도 이상 모이면 마치 하나의 입자처럼 행동하는 폴라리톤 응축 상태를 띌 수 있는데 이 때 폴라리톤은 초유체의 특성도 갖게 된다. 다른 초유체와 달리 잘 정립된 반도체 공정 기술과 광학적 제어 기술이 결합돼 있고, 초유체 생성 온도가 상대적으로 높아 그 응용 가능성이 기대되는 물질이다.
양자소용돌이 생성(사진=KAIST)이미지 확대보기
양자소용돌이 생성(사진=KAIST)

폴라리톤 초유체 상태로의 전이(사진=KAIST)이미지 확대보기
폴라리톤 초유체 상태로의 전이(사진=KAIST)

연구팀은 광-펌핑(원자나 이온이 빛을 흡수해 낮은 에너지의 상태에서 높은 에너지의 상태로 변화하는 현상)을 위해 사용한 레이저의 궤도 각운동량을 제어해 반도체 물질 내에 양자 소용돌이의 방향과 개수를 손쉽게 조절할 방법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공진 파장이 아닌 빛으로 기존 양자 소용돌이 생성을 위한 까다로운 실험조건을 극복했다. 이 결과는 고체 상태에서 광학적 방법을 이용한 미래형 정보 소자와 복잡한 양자 현상을 이해할 수 있는 양자 시뮬레이터로의 활용 가능성을 높였다는 측면에서 큰 의의가 있다.

비공진 레이저의 궤도 각운동량이 폴라리톤의 기저 상태에까지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밝힌 이번 연구 결과는 반도체 공진기 시스템에서 전자-정공 쌍의 에너지 완화 과정을 이해하는 데에 있어서도 중요한 결과이다.

한편 권민식 연구원과 오병용 박사가 공동 1저자로 참여한 이 연구 결과는 미국 물리학회가 발행하는 물리학 권위지인‘피지컬 리뷰 레터스 (Physical Review Letters)’ 2월호에 게재됐다.


이수연 기자 swoon7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