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결과를 부정하면 안 된다. 불복하면 2심, 3심도 있다. 절차에 따라 따져야 한다. 그런데 재판장 인신공격도 서슴지 않았다.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과 다름 없다. 김경수는 미운털이 박혔다. 바보같은 짓을 한 결과다. 모두 알만한 사람들이다. 오히려 자기에게 불리하다는 것을 왜 모를까. 압박에 흔들릴 법원도 아니다.
재판부가 이처럼 강조한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여권을 중심으로 제기된 공정성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의도에서다. 항소심 재판부 배당 결과가 알려지자 여권과 진보 성향 시민단체들은 차 부장판사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연루돼 있어 부적절하다고 비난했었다. 앞서 김 지사가 법정구속되자 여권과 지지자들이 1심 재판장이었던 성창호 부장판사에 대해서도 맹공을 퍼부었다.
재판부를 비난하는 것은 제 얼굴에 침 뱉는 것과 같다. 법원은 법률과 양심에 따라 재판을 한다. 그 누구도 간섭할 수 없다. 서울대 호문혁 명예교수는 재판부가 이 같은 입장을 밝힌 데 대해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를 재판부가 길고도 자세하게 말하고 있다. 매우 계몽적이다. 우리나라가 어쩌다 이런 불필요한 서론이 필요한 나라가 되었는가~?”라고 한탄했다. 결론적으로 말해 서론이 필요 없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
재판부는 불공정 재판이 우려되면 지금이라도 재판부 ‘기피신청’을 하라고 주문하기까지 했다. 재판부의 심경이 읽히는 대목이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거부하거나 피할 방법이 얼마든지 있었다"면서 "기피 신청까지 갈 것 없이 연고 관계에 있는 변호사를 선임하면 재판부가 바뀌었을 수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경수 측에 방법까지 알려주었지만, 피고인 측의 입지는 더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김경수 측은 자중해야 한다. 오로지 법 절차를 따르기 바란다. 재판부 말대로 기피신청도 가능하다. 여론을 핑계 삼아 제발 딴소리는 하지 말라.
오풍연 주필 poongye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