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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일 손병석 사장 취임...철도산업 구조개혁 시험대 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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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일 손병석 사장 취임...철도산업 구조개혁 시험대 올라

27일 고양시 철도차량정비단 '현장'서 취임식 개최...'안전한 철도' 강조
코레일·SR·철도공단 통합에는 신중한 입장...철도노조 '우려' 표명

27일 경기도 고양시 코레일 KTX 차량기지 대강당에서 손병석 한국철도공사 신임 사장이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한국철도공사이미지 확대보기
27일 경기도 고양시 코레일 KTX 차량기지 대강당에서 손병석 한국철도공사 신임 사장이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한국철도공사
[글로벌이코노믹 김철훈 기자]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손병석 신임 사장이 27일 취임함에 따라 그동안 표류하던 철도산업 구조개혁 작업이 재개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손 신임 사장은 27일 오전 11시 경기도 고양시 코레일 수도권철도차량정비단 대강당에서 제9대 사장에 취임했다.
손 사장은 취임사에서 "안전한 철도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되찾는 것이 최우선 목표"라고 말했다.

또한 "현장을 사무실 삼아 직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국민이 믿고 탈 수 있는 안전한 철도를 만들기 위해 종합적 안전혁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코레일 사장 취임은 지난해 12월 강릉선 KTX 탈선 사고로 오영식 전 사장이 사퇴한지 3개월 만이다.

전임 사장이 안전사고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점을 감안한 듯 이날 취임식도 대전 본사가 아닌 철도차량정비단 현장에서 열렸고 취임 일성도 '안전한 철도'였다.

■ 기술고시 출신 관료가 코레일 사장 '이례적'...'전임 사장 반사이익' 분석도


일각에서는 손 신임 사장이 후보군에 거론될 때부터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혀 온건 사실이지만 실제 코레일 사장으로 임명된 것은 다소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국토교통부 산하기관 중에서도 정치권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고 정치권 실세가 차지하는 경우가 많은 코레일 사장에 행정고시도 아닌 기술고시 출신 관료가 임명됐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전임 사장이 안전사고 문제로 물러나면서 '비 전문성'이 부각된 만큼 '전문성'을 갖춘 관료 출신이라는 점에서 반사이익을 봤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하지만 다른 일각에서는 기술고시 출신으로 국토부 1차관에 오를 만큼 그동안 능력을 인정받아 왔다며 공직 입문 이후 줄곧 국토부에서 국토·교통·철도 업무를 섭렵해 왔고 김현미 국토부 장관과도 1년 넘게 호흡을 맞춰왔다는 점에서 향후 국토부 및 청와대와 보조를 잘 맞출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 코레일·SR·철도공단 통합에는 신중...6월 감사원 감사결과 이후에나 본격 논의될 듯


손 사장이 취임과 동시에 '안전'을 강조한 것이 표류 중인 '철도산업 구조개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철도산업 구조개혁은 문재인 정부의 철도 공공성 강화 방침에 따라 지난해 6월 국토부가 '철도 공공성 강화를 위한 철도산업 구조 평가' 연구용역 발주를 검토하면서 추진됐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KTX 탈선사고로 연구용역 사업이 중단된 상태다.

이 연구는 수서고속철도(SRT)를 운영하는 주식회사에스알(SR)과 코레일간의 수평통합은 물론 철도시설 건설을 담당하는 한국철도시설공단과 운영을 담당하는 코레일간의 상하통합 등 그동안 제기됐던 철도의 구조적 문제를 폭넓게 다룰 것으로 알려졌다.

손 사장은 코레일과 SR의 통합은 공론화가 필요하다며 차관 시절부터 줄곧 신중한 입장이다.

국회 동의 절차가 진행 중인 최정호 국토부 장관 후보도 25일 인사청문회에서 "중요한 것은 국민의 안전과 편익을 높이는 방안"이라며 코레일·SR 통합에 대해 즉답을 피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SR 분리 독립이 추진되던 2014~2015년 당시 손 사장이 국토부 철도국장이었다는 점을 들어 손 사장이 코레일·SR 통합을 강하게 추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SR은 철도분야에 경쟁을 도입하기 위해 2016년 12월 코레일에서 분리 독립했다.

하지만 다른 일각에서는 코레일·SR 통합은 문재인 대통령 대선 공약이었던 만큼 어떤 형태로든 다시 논의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코레일과 SR 통합은 업계에서도 찬반 양론이 엇갈려 있는 상태다.

코레일·SR 분리를 옹호하는 입장에서는 경쟁체제로 요금인하와 서비스개선 효과가 있다며 최근 KTX 탈선사고는 코레일의 기강해이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통합을 옹호하는 입장에서는 가격인하 효과는 경쟁 덕분이 아니라 정부의 가격인하 압력 때문이라며 잇다른 KTX 사고 원인은 코레일·SR 분리 및 시설·운영 상하분리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코레일과 철도공단의 상하통합에 대해서도 손 사장은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태이며 업계에서도 찬반 양론이 엇갈려 있는 상태다.

분리 옹호론자들은 지난해 12월 국토교통부 철도안전정보종합관리시스템 자료를 근거로 2004년 철도공단 출범 이후 철도사고 발생건수가 지속적으로 큰폭으로 줄고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통합 옹호론자들은 잇따른 철도사고 원인은 철도건설 주체와 운영주체의 분리를 비롯해 과도한 경영합리화, 대규모 인력감축 등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말 KTX 탈선사고에 대한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오는 6월 이후에나 코레일·SR·철도공단 통합을 포함한 철도산업 구조개편 방향이 가닥을 잡을 것이라 보고 있다.

한편 코레일과 그 산하기관의 통합노조인 한국철도노동조합은 손 신임 사장에 대해 기대보다 우려가 크다는 입장을 밝혔다.

철도노조는 이날 신임 사장 취임에 즈음한 성명을 통해 "수서고속철도 분리, 시설과 운영의 분리라는 한국철도의 구조적 문제를 외면하고 철도 안전을 이야기하는 것은 본말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조는 "현재 한국철도 문제의 상당부분은 철도민영화 정책에 따른 수서고속철도 분할 시도에서 출발했다"며 "시장만능주의로 점철된 철도산업 개혁을 위해 '철도산업 구조개혁 연구용역'이 시도됐으나 국토부는 KTX 탈선사고를 빌미로 연구용역을 강제중단했고 여기에는 국토부 관료들의 지능적인 저항이 있었다는 합리적 의심을 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철도산업의 공공성 강화와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고 동아시아 철도공동체에 대비하는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추진력도 갖추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철훈 기자 kch00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