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영국의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이라는 경제분석기관이 세계 133개 도시의 생활물가를 조사한 자료를 내놓았다.
그러나, ‘그러나’가 있었다. 먹고 마시고 입는 물가만 따지면, 순위가 훨씬 올라가는 것이다.
빵 1kg의 가격은 평균 15.59달러로 상위 10개 도시 가운데 ‘1위’라고 했다. 한 병인지, cc인지 단위가 분명하지 않았지만 맥주값은 평균 3.13달러로 ‘3위’였다. 남성 투피스 정장가격은 평균 2074.03달러로 뉴욕의 2729.77달러에 이어 ‘2위’라고 했다. 먹고 입고 마시는 물가가 나란히 1∼3위를 차지한 것이다.
지난달에도 비슷한 보도가 있었다. 작년 4분기 우리나라의 식품물가 상승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2위로 나타났다는 보도였다. 4분기 우리나라의 식료품 및 비주류음료 물가가 전년 같은 기간보다 5.1%나 올라 26.7%의 엄청난 상승률을 나타낸 터키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는 것이다.
소득이 높으면, 물가가 비싸다고 해도 별 걱정이 있을 수 없다. 먹고살 걱정을 덜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게 문제다. 작년 세계은행 조사에 따르면, 2017년 현재 우리나라의 1인당 소득은 세계 ‘31위’였다. 물가를 반영, 실질 구매력을 측정하는 구매력평가(PPP) 기준으로도 ‘31위’였다. 작년 1인당 소득이 마침내 3만 달러를 넘었다고 해도 이 순위가 ‘껑충’ 올랐을 수는 없다. 결국, 우리는 ‘31위’ 수준의 소득으로 ‘7위’의 물가를 감당하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1인당 소득은 어디까지나 ‘평균값’을 구한 것이다. 작년 4분기 ‘하위 20%’의 소득은 되레 뒷걸음질을 했다. ‘상위 0.1%’의 소득이 중위소득자의 64배에 달했다는 더불어민주당 김정우 의원의 국세청 자료 분석 결과도 있었다. 중위소득자의 소득이 ‘상위 1%’가 벌어들인 돈의 고작 1.56%밖에 되지 않은 것이다.
‘소득주도 성장’이 이른바 ‘양극화 현상’을 되레 심화시켜 놓은 상황에서는 ‘7위’ 물가가 벅찰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이정선 기자 bellykim@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