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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세계 ‘31위 소득’으로 버티는 ‘7위 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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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세계 ‘31위 소득’으로 버티는 ‘7위 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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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이정선 기자]

며칠 전, 영국의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이라는 경제분석기관이 세계 133개 도시의 생활물가를 조사한 자료를 내놓았다.
‘전 세계 생활비’라는 이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대한민국 서울의 물가는 미국의 뉴욕, 덴마크의 코펜하겐과 함께 ‘공동 7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조사에서는 ‘6위’였는데, 한 계단 내려갔다고 했다.

그러나, ‘그러나’가 있었다. 먹고 마시고 입는 물가만 따지면, 순위가 훨씬 올라가는 것이다.

빵 1kg의 가격은 평균 15.59달러로 상위 10개 도시 가운데 ‘1위’라고 했다. 한 병인지, cc인지 단위가 분명하지 않았지만 맥주값은 평균 3.13달러로 ‘3위’였다. 남성 투피스 정장가격은 평균 2074.03달러로 뉴욕의 2729.77달러에 이어 ‘2위’라고 했다. 먹고 입고 마시는 물가가 나란히 1∼3위를 차지한 것이다.

지난달에도 비슷한 보도가 있었다. 작년 4분기 우리나라의 식품물가 상승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2위로 나타났다는 보도였다. 4분기 우리나라의 식료품 및 비주류음료 물가가 전년 같은 기간보다 5.1%나 올라 26.7%의 엄청난 상승률을 나타낸 터키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는 것이다.

소득이 높으면, 물가가 비싸다고 해도 별 걱정이 있을 수 없다. 먹고살 걱정을 덜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게 문제다. 작년 세계은행 조사에 따르면, 2017년 현재 우리나라의 1인당 소득은 세계 ‘31위’였다. 물가를 반영, 실질 구매력을 측정하는 구매력평가(PPP) 기준으로도 ‘31위’였다. 작년 1인당 소득이 마침내 3만 달러를 넘었다고 해도 이 순위가 ‘껑충’ 올랐을 수는 없다. 결국, 우리는 ‘31위’ 수준의 소득으로 ‘7위’의 물가를 감당하고 있는 셈이다.
서울의 물가가 뉴욕, 코펜하겐과 ‘동률’을 나타냈다고 해도 미국과 덴마크는 우리나라보다 1인당 소득이 한참 높은 나라다. ‘동률’이라고 해도 시민들이 체감하는 물가 수준은 다를 수밖에 없다. 하루라도 거르면 껄끄러울 ‘먹을거리물가’는 더욱 그럴 수 있다.

게다가 1인당 소득은 어디까지나 ‘평균값’을 구한 것이다. 작년 4분기 ‘하위 20%’의 소득은 되레 뒷걸음질을 했다. ‘상위 0.1%’의 소득이 중위소득자의 64배에 달했다는 더불어민주당 김정우 의원의 국세청 자료 분석 결과도 있었다. 중위소득자의 소득이 ‘상위 1%’가 벌어들인 돈의 고작 1.56%밖에 되지 않은 것이다.

‘소득주도 성장’이 이른바 ‘양극화 현상’을 되레 심화시켜 놓은 상황에서는 ‘7위’ 물가가 벅찰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이정선 기자 bellykim@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