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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 인수전 건곤일척...'카카오 vs 넷마블' 노림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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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 인수전 건곤일척...'카카오 vs 넷마블' 노림수는?

넷마블, 유명 IP 활용한 흥행 게임 만들기 탁월· PC온라인 기반 수익다각화
카카오, 카카오게임즈 기업가치 제고·해외 매출 비중 개선 등 시너지 기대

10조원이 넘는 초대형 인수합병(M&A) '넥슨 인수전'이 본입찰을 앞두고 있다.이미지 확대보기
10조원이 넘는 초대형 인수합병(M&A) '넥슨 인수전'이 본입찰을 앞두고 있다.
[글로벌이코노믹 최지웅 기자]

건곤일척(乾坤一擲). 카카오와 넷마블이 말그대로 하늘과 땅을 걸고 운에 맡기고 한국게임의 패권을 확보하기 위한 승부에 들어갔다. 두회사의 넥슨 인수를 둘러싼 경쟁 얘기다.
10조원이 넘는 초대형 인수합병(M&A) '넥슨 인수전'이 본입찰을 앞두고 있다. 이달 중 본입찰을 통해 우선협상대상자가 정해지면 국내 1위 게임업체 넥슨의 새 주인이 누가 될지 윤곽이 드러난다.

2일 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NXC의 매각주관사 도이치증권과 모건스탠리는 예비입찰에 참여한 인수후보 중 5개 업체를 적격 인수 후보로 선정했다. 후보는 카카오, MBK파트너스, 텐센트, 베인캐피털 그리고 해외 사모펀드(PEF) 등 5곳으로 압축됐다. 그간 넥슨 인수전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넷마블은 MBK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간접적으로 참여했다.

이처럼 넥슨 인수전에 뛰어든 후보군이 드러난 가운데 국내에서는 넷마블과 카카오의 경쟁 구도가 자연스레 형성됐다. 국내 2위 게임사인 넷마블이 넥슨을 손에 넣게 되면 명실상부한 국내 1위 게임 개발 및 퍼블리셔로 발돋움하게 된다. 카카오도 넥슨 인수를 통해 해외 매출 확보 등 여러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때문에 두 회사 어디든 넥슨을 인수한다면 국내 게임업계 판도를 뒤흔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넷마블이 선보이는 '던파' '피파' 기대


넷마블은 일찌감치 넥슨 인수전에 공식적으로 참가 의사를 밝혀왔다. 국내 1위 게임업체의 해외 매각을 막는다는 명분과 더불어 넥슨이 가진 유무형의 가치를 활용해 새로운 성장 동력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거양득이다.

넷마블은 지난해 대내외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았다. 이 회사는 2018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2조212억원, 영업이익 2416억원을 기록했다. 2017년과 비교해 매출은 16.6%, 영업이익은 52.6% 줄었다. 중장기 성장을 위한 신작 개발 및 경쟁력 확보가 필요한 시점이다.

때마침 들려온 넥슨의 매각 추진 소식은 눈을 번쩍 뜨이게 만든다. 넷마블이 넥슨 인수에 성공한다면 전체 매출 규모가 단숨에 4조원을 돌파하게 된다. 당장의 매출 압박을 해결할 수 있다.

넥슨의 주요 지식재산권(IP) 역시 넷마블의 구미를 자극한다. 넥슨은 '던전앤파이터', '메이플스토리' '바람의 나라' 등 오랜 기간 이용자들의 충성도를 높여온 게임 IP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이중 던전앤파이터는 지난해 넥슨의 연매출 2조537억원 중 절반 이상을 책임지고 있는 캐시카우다.

게다가 넷마블은 유명 IP를 활용해 흥행 게임을 만드는 능력이 탁월하다. 실제로 엔씨소프트의 인기 게임인 ‘리니지2’와 ‘블레이드앤소울’을 기반으로 각각 ‘리니지2 레볼루션’과 ‘블레이드앤소울 레볼루션’을 개발해 상당한 재미를 봤다. 마찬가지로 넷마블은 넥슨의 유명 IP를 십분 활용해 실적 상승을 견인할 것으로 보인다. 넷마블이 넥슨 인수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더불어 넷마블은 모바일게임에 집중된 사업구조를 PC 온라인게임으로 확대해 수익 다각화를 꾀할 수 있다. 대부분 모바일게임에서 수익이 나오는 넷마블과 달리 넥슨은 ‘던전앤파이터’ ‘메이플스토리’ ‘피파온라인4’ 등 온라인게임 수입원도 고르게 가지고 있다.

권영식 넷마블 대표는 "넥슨이 보유하고 있는 게임 IP와 넷마블의 모바일 퍼블리싱 역량이 결합하면 높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면서 넥슨 인수전에 관심을 보인 바 있다.

■ 게임시장 1위 노리는 IT 포식자 카카오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을 서비스하는 카카오는 최근 몇 년 사이 공격적인 인수합병을 통해 IT 공룡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지난 2015년부터 2018년까지 무려 33개의 회사를 인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 해당 평균 11개의 회사를 사들인 셈이다.

공격적인 M&A 덕에 카카오의 자산도 크게 늘어났다. 지난해 9월 기준 카카오의 자산은 전년 동기(8조5400억원) 대비 17% 증가한 9조9960억원이다.

올해는 넥슨이라는 초대형 매물에 군침을 흘리고 있다. 카카오가 넥슨 인수에 성공할 경우 전체 실적 상승은 물론 게임사업 영향력도 대폭 강화될 전망이다.

특히 카카오의 가장 큰 약점으로 꼽히는 해외 매출 비중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카카오는 대부분 수익을 국내에서 내고 있다. 뚜렷한 해외 실적이 없다는 게 카카오의 한계다. 약 4300만 명이 넘는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지만 이를 활용한 해외 실적을 좀처럼 만들지 못하고 있다. 카카오가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넥슨을 탐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넥슨은 매각 논란에도 불구하고 해외 매출액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넥슨의 2018년 해외 매출은 전년 대비 17% 증가한 1조8939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전체 매출의 71%에 해당하는 수치다. 넥슨은 2016년(59%), 2017년(66%)에 이어 매년 해외 매출 비중을 늘려가고 있는 추세다.

또 올해 재상장을 추진하는 게임 부문 자회사인 카카오게임즈의 기업가치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넥슨 인수를 통해 수익성과 게임 개발 역량을 한 단계 높일 수 있어 카카오게임즈의 기업공개(IPO)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NH투자증권은 지난 1월 보고서를 통해 "넥슨이 국내 게임산업에 차지하는 높은 시장점유율과 영향력을 감안할 때 국내기업들과의 시너지가 적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넥슨이 보유하고 있는 우수한 IP를 활용하고, 넥슨의 현금창출 능력을 결합할 경우 각자의 게임사업에 성과를 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최지웅 기자 jway@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