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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 24]일본 신일철주금 '일본제철'로 사명 변경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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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 24]일본 신일철주금 '일본제철'로 사명 변경 왜?

신흥국 견제, 보호무역주의 극복 두마리 토끼잡이...제국주의 시대 사용하던 사명

[글로벌이코노믹 박희준 기자] 일본 최대 철강업체인 신일철주금(新日鉄住金·신닛테쓰스미킨)이 1일 회사명을 일본제철(日本製鉄·닛폰세이테쓰)로 변경하고 대표 이사 사장에 하시모토 에이지(橋本英二·63) 부사장을 선임했다. 이 회사는 한국 대법원의 배상 판결에도 일제시대 한국인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배상을 거부하고 있는 회사다.

하시모토 에이지 일본제철 대표이사 사장. 사진=니혼게이자이신문이미지 확대보기
하시모토 에이지 일본제철 대표이사 사장. 사진=니혼게이자이신문

신일철주금이 사명을 바꾼 것은 옛 일본제철(日本製鉄)과 스미토모금속공업(住友金属工業)이 합병한 지 6년 반 만이며, '일본제철'은 제국주의 시대 제철회사 사명을 그대로 따른 것으로, 제국주의 시대로 회귀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1일 니혼게이자이신문·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 보도에 따르면, 과거 두 회사의 합병은 수천 억원의 수익 향상을 가져왔지만 중국과 인도 등 신흥국의 성장과 보호무역주의 역풍에 대응하기 위해 이름을 바꾼 것으로 풀이됐다.

1070년 옛 후지제철(富士製鉄)과 옛 하치만제철(八幡製鉄)이 합병해 탄생한 신일철은 제조업이 해외로 진출함에 따라 다시 쓰미토모 금속과 합병해 신일철주금으로 거듭났다. 이후 생산 설비통합, 닛산제강(日新製鋼)과 산양특수제강, 스웨덴오바코 등을 산하에 거느리는 등 공격적인 경영을 펼쳐왔다.

그러나 실적은 초라하다. 실질적인 통합 첫해 인 2014 년 3 월 말 연결 매출이 5 조 5161억엔이었는데 지난해 3 분기 5 조 6686 억엔으로 보합세를 보였다. 영업 이익은 같은 기간 2983억엔에서 1823억엔으로 크게 줄었다. 조강 생산량 당 경상 이익도 일본 내 2 위 철강회사 JFE 스틸에 뒤졌다.

하시모토 에이지(橋本英二·63) 사장은 지난달 취임을 앞두고 가진 언론 인터뷰에서 회사명을 변경한데 대해 "일본이라는 명칭을 다시 사용한 것은 세계 속에서 성장한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 철강업체의 대두와 보호주의의 역풍 등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인도 등 성장하는 신흥국 현지 시장을 개척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시모토 사장은 특히 앞으로 가장 크게 성장할 시장은 인도라면서 현재 세계 최대 철강회사인 아르셀로미탈(ArcelorMittal)과 함께 인도 철강업체인 '에사르'의 공동인수를 진행 중이며 인도 법원의 절차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에사르를 인수하는 것은 현지에 철강소를 짓는 것보다 저렴하다면서 '천재일우의 기회'라고 평가했다.
현재 일본제철은 생산하는 철강제품의 40% 정도를 수출하고 있다. 그는 신흥국에서 현지화를 하면서 일본의 생산기반을 유지하는 것이 과제가 된다면서 "수출이 크게 줄면 국내 생산 검토는 필연으로 일으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하시모토 사장은 중국에 대해서는 "기술력을 높이고 있으며 실력면에서 일본을 추격하고 있다"면서 "점점 더 어려운 경쟁 상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세계 조강 생산의 절반을 차지하는 중국에서는 중앙 정부 주도로 국영 기업 간 재편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중국 철강산업의 해외진출은 적지만 재편으로 체력을 축적하면 투자여지가 높아진다"고 전망했다. 하시모토 사장은 이어 "우선은 상품의 질과 가격 면에서 경쟁력을 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시모토 사장은 한국 대법원의 징용판결에 대해서는 "정부 간 해결이 끝난 주제"라면서 "이런 (일본제철에 배상을 명령한 한국의) 사법부의 판단은 당연히 승복할 수 없으며 숙연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