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은 지난달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 안건을 부결시키는 데 이어 현대차그룹을 겨냥한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의 공세를 적극 차단해 이번 주총시즌에서 108조원(수탁 자산)을 운영하는 국민연금의 영향력을 여실히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제는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가 권력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대목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주주의 중대 탈법과 위법에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극 행사하라”고 언급한 이후 국민연금은 정부 기조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국민연금의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주주권 행사에 대해 긍정적 평가가 나오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독립성이 결여된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는 자칫 '권력의 시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키우고 있다. 국면연금의 영향력 확대가 정부의 기업의 강제적 통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재계는 국민연금이 조 회장의 대한항공 이사 연임에 반대하고 이것이 실제로 주총에서 현실화된 것은 국민연금 주주권 강화의 정점을 찍는 사건으로 평가하고 있다.
조 회장이 국민연금 반대로 대한항공 사내이사에 부결된 데 대해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그동안 조 회장이 대한항공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해 왔다는 점은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라며 “국민연금이 민간 기업 경영권을 좌지우지한다는 ‘연금 사회주의’에 대한 시장 우려가 있는 만큼 보다 신중했어야 하는 데 아쉽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의 의결권 확대가 비단 한진그룹 뿐만 아니라 ‘연금 사회주의’로 변질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앞으로 국민연금의 적극적 행사를 지지하겠다는 입장이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이)연금 사회주의나 기업 경영간섭을 우려하는 의견도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국민연금이 보다 적극적이고 주주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요구도 있다”면서 “건전하고 투명하게 운영되는 대다수 기업이 더욱 성장하도록 국민연금이 도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장관은 이어 “스튜어드쉽 코드가 정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공정하고 투명하게 주주활동을 한다면 국내 자본시장은 주주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한 단계 발전할 것”이라고 확대 적용해 나갈 뜻을 내비쳤다.
민철 기자 minc0716@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