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소리방송(VOA)은 한국 선박 '피 파이어니어'호가 북한 선박에게 정제유를 건넸다는 미국 측 첩보에 따라 지난해 10월부터 한국 정부에 억류돼 조사받고 있다고 4일 보도했다.
VOA가 ‘마린트래픽’을 통해 이 선박의 지난해 4월부터 억류 시점인 10월 사이 항적을 살펴본 결과 이 선박은 최소 5차례 동중국해 공해상에 오랜 기간 머문 기록을 남겼다.이 일대는 미국 정부의 최근 대북 해상거래 주의보에 주요 환적지로 지적된 곳으로, 선박 간 불법 환적에 연루됐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VOA는 전했다.
마린트래픽’과 한국 해양수산부의 선박 입출항 자료에 따르면 피 파이어니어 호는 지난해 4월8일 한국 여천 항을 출항하면서 차항지 즉 목적지를 싱가포르로 신고했다. 이후 같은달 11일 동중국해에서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통한 신호를 보내고 추가 신호를 보내지 않다가 16일 남해 앞바다에 모습을 드러낸 뒤 같은 날 부산에 입항했다.
동중국해 공해상에서 최대 5일간 AIS 신호를 끈 채 머물렀다는 추정이 가능한데, 이 기간 차항지로 신고한 싱가포르에 입항 흔적을 남기지 않은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고 VOA는 강조했다.
피 파이어니어호는 또 지난해 8월28일 여천 항을 출항할 땐 남쪽으로 항해하는 모습을 끝으로 AIS 신호를 아예 보내지 않았습니다. 이후 9월4일 여천 항에 다시 입항할 때까지 AIS 신호는 포착되지 않아 AIS를 끈 상태로 운항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VOA는 피 파이어니어 호의 선주는 루니스 호를 빌려 운항한 회사와 동일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국제해사기구(IMO)의 선박정보 자료에 따르면 피 파이어니어 호의 선주는 한국의 D사다. D사는 루니스 호의 선주인 A사로부터 루니스 호를 빌려 운항한 회사하다.
VOA는 종합하면 파이어니어 호는 항적은 물론 실질적인 운영에 관여한 회사도 루니스 호와 상당 부분 겹친다면서 "그러나 한국 정부에 억류된 피 파이어니어 호와 달리 루니스 호에 대해선 특별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박희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acklond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