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투자자들이 1990년대 말 처음 상륙한 일본에선 지난해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이런 요구에 직면한 기업들이 47개로 늘어났다. 이는 전년보다 40%나 증가한 수치로 아시아 지역에서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 대기업 비즈니스는 오너 일가의 독점경영 형태이기 때문에 투명경영에 대한 요구가 거세다.
미국 헤지펀드인 엘리엇은 지난 5년간 행동주의 투자 원칙을 앞세워 한국 대기업들과 갈등을 벌여왔다. 이 회사는 삼성그룹 계열사들의 불투명한 그룹 구조조정 계획에 반대하고 자사주 매입을 통한 자본 효율성 제고를 현대차에 압박하기도 했다.
이제는 한국 자체의 토종 행동주의 펀드도 출현했다. 한때 신한금융지주와 대우그룹에서 자금담당을 했던 강성부 씨가 지난해 만든 KCGI펀드가 대표적이다.
그는 대한항공 지주회사인 한진칼 주식 12%를 매집해 단숨에 2대주주가 되면서 업계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그는 횡령과 오너 일가의 전제 군주와 같은 행동에 따른 경영부실 그리고 계열사에 대한 불합리한 보조와 불필요한 자산 보유로 인한 과도한 부채비율 등을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주주행동주의의 첫번째 단계는 자사주 매입과 같은 자본정책에 초점을 맞추고 두번째 단계는 외부 인사의 이사진 영입 그리고 세번째 단계로 사업에 대한 과감한 재검토로 수위를 높여가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에서도 이런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활동이 앞으로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전문가들은 주주행동주의가 자기만족에 빠져 있거나 부패한 회사의 경영을 감시하고 개선시키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비판적으로 보는 이들은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기업의 장기전략에 앞서 단기이익에 급급하도록 강요하는 부작용을 우려한다.
특히 한국처럼 오너가족들의 절대적인 영향력 아래서 장기전략 수립을 세워 온 경영관행에는 커다란 도전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김환용 편집위원 khy0311@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