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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 24] 미국의 이란 도박...국제유가 얼마나 더 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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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 24] 미국의 이란 도박...국제유가 얼마나 더 오를까

미국의 이란 제재 강화로 공급이 압박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확대되면서, 원유 선물이 약 6개월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미국의 이란 제재 강화로 공급이 압박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확대되면서, 원유 선물이 약 6개월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일부 동맹국에 허용한 이란산 원유 수입 금지 예외 인정조치를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미국의 외교안보 매체 '포린폴리시'는 이를 '트럼프의 큰 이란 원유도박'이라고 평가했다.

국제유가는 한꺼번에 3% 이상 급등했지만 앞으로 얼마나 더 뛸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란산 콘덴세이트를 들여와 제품을 생산하는 석유화학업체들에겐 비상이 걸렸지만 저가에 다량의 원유를 들여온 정유사들은 표정관리를 하는 등 업계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산 원유 제로화' 정책을 발표하자 곧바로 원유값은 급등했다. 매일 석유 시장에서 약 100만 배럴의 공급이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22일(현지시각)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5월 인도분은 전날에 비해 2.7%(1.70달러) 오른 배럴당 65.70달러로 거래를 끝냈다. 지난해 10월 말 이후로 약 6개월만의 최고치다. 영국 런던ICE선물거래소에서 글로벌 기준유인 북해산 브렌트유 6월물은 2.9%(2.07 달러) 오른 배럴당 74.04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OPEC플러스 산유국들의 하루 120만 배럴 감산과 베네수엘라의 수출차질과 맞물려 이런산 원유제로화 정책은, 산유국들의 증산이 없다면 국제유가를 더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란산 수입중단으로 원유공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국제유가 상승쪽에 베팅을 하는 세력이 늘어날 경우 국제유가 상승폭은 예상보다 훨씬 더 커질 수 있다. 가장 큰 변수는 미국과 사우디이다. 셰일오일을 기반으로 세계 최대 산유국으로 부상한 미국과 석유수출국기구(OPEC) 좌장격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얼마나 '이란 공백'을 메울 수 있을지가 향후 유가를 결정할 변수인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윗에서 "이란원유에 대한 현재 우리의 전면적 제재에서 비롯되는 (원유공급량) 격차를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OPEC 회원국들이 그 이상으로 보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산 공급이 줄어드는 만큼 다른 산유국들이 나서 원유 생산을 늘리라는 뜻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칼리드 알팔리 산업에너지·광물부 장관은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화답하듯 "원유시장의 안정을 추구한다는 기존 정책이 변하지 않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며 '원유시장 안정'을 강조했다.

국제유가 상승은 저가에 원유를 확보한 정유사들에겐 매출증가를 가져올 희소식이겠지만 원유를 분해할 때 나오는 나프타를 원료로 해서 제품을 생산하는 석유화학회사들에겐 악재임에 틀림없다. 미국은 지난해 11월 '이란 핵 합의' 탈퇴에 따라 자국의 대이란제재를 복원하면서 한국을 포함해 중국, 인도, 이탈리아, 그리스, 일본, 대만, 터키 등 8개국에 대해 180일간 '한시적 예외'를 인정했는데 이번 조치로 한국 등 8개국 석유화학회사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정유사와 석유화학회사들은 이란산 원유의 대체품을 찾아야 한다. SK에너지,현대오일뱅크 등 이란산 원유를 수입해온 국내 정유사들은 수입처 다변화로 이번 조치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한국은 2017년 이란산 원유를 1억4787만 배럴, 지난해에는 5820만 2000배럴을 각각 수입했다. 올해들어서는 1~2월 1039만 배럴을 수입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1690만 배럴)의 61%였다. 에쓰오일과 GS칼텍스 등은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지 않고 SK에너지와 현대오일뱅크 등이 주로 수입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그간 이란산 원유 수입을 줄여왔고 수입처를 다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화토탈과 현대케미칼, SK인천석유화학 등 국내 석유화학업체에는 비상이 걸렸다. 이들 업체들은 석유화학제품의 주원료인 나프타가 80% 정도 들어 있어 효율이 높은 이란산 초경질원유(콘덴세이트)를 수입해왔다. 이란산 콘덴세이트는 다른 국가 원유와 비교하면 배럴당 2~6달러 싼 편이다. 한화토탈은 지난해 1900만 배럴의 원유를 이란에서 수입하는 등 5개 석유화학회사들은 이란산 원유를 5700만 배럴 수입했다. 이는 전체 이란산 원유 수입량(5820만 배럴)의 98%를 차지했다. 한화토탈 관계자는 "석유화학회사가 들여온 이란산 원유는 대부분 콘덴세이트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석유화학업체들은 미국의 이번 조치에 대비해 이란산 원유를 줄이거나 수입처를 다변화해왔다. 콘덴세이트의 경우 이란산과 성분이 비슷한 카타르산이 유력한 대안으로 거론된다. 문제는 카타르산이 값이 조금 비싸고 수입금지 유예가 종료된 국가가 모두 8개국이어서 한꺼번에 몰려들면 값이 오르게 마련이란 점이다.

미국 정부의 '이란산 원유 제로화'는 세계 6위 원유 수입국인 한국에 적지 않은 충격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원유가격과 석유제품 가격 상승은 물가상승에 소비와 투자 위축, 성장률 하락을 가져올 수도 있다. 안그래도 우리나라의 올해 성장률은 2.5~2.6%로 예상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80달러까지 오르면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0.96% 하락하는 효과가 발생한다.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1.25% 하락하고 소비(-0.81%), 투자(-7.56%) 등에도 악재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는 새로운 숙제를 떠안았다.


김환용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khy0311@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