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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G, 분양가 잡으려는 '오지랖'에 "로또 분양만 양산"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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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G, 분양가 잡으려는 '오지랖'에 "로또 분양만 양산" 지적

길음롯데캐슬클라시아에 당초 입장 바꿔 분양가 올려 보증서 발급
오락가락 분양가 책정에 심사기준도 미공개...건설사·조합원 '불만'
'보증'을 분양가 조절 수단으로 활용..."로또 분양만 양산할 뿐"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입주한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사진=주택도시보증공사 공식 블로그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입주한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사진=주택도시보증공사 공식 블로그
국내 유일의 주택보증 전담 공기업인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분양가 책정에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정확한 심사기준을 공개하지 않아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더욱이 '보증' 업무를 수행하는 HUG가 원래 설립취지를 넘어 '분양가 조절' 기관의 역할까지 맡으려 한다는 지적이 있어 근본적인 개선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29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HUG는 최근 서울 성북구 길음1구역을 재개발하는 롯데건설 '길음롯데캐슬클라시아'의 3.3㎡당 평균분양가를 2289만원으로 책정해 분양보증서를 발급했다.

업계에 따르면 당초 HUG는 1700만원 이상으로 보증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조합측과 6개월 넘게 갈등을 빚었다.

조합측은 지난 1월 분양한 동대문구 용두동 대림산업 'e편한세상 청계 센트럴포레' 분양가 수준인 3.3㎡당 2600만원을 제시했다.

하지만 HUG는 지난해 7월 분양한 성북구의 HDC현대산업개발 '장위동 꿈의숲 아이파크'를 분양가 책정 기준단지로 삼았다.

꿈의숲 아이파크 평균분양가는 3.3㎡당 평균 1800만원이었다. HUG와 조합간에 약 900만원의 격차가 있었던 셈이다.

HUG는 입지(최근 1년 이내 반경 1km 이내 또는 동일 구 내에서 분양한 단지), 시공사 브랜드(시공능력평가 순위), 단지의 가구 수 등 자체 내규에 따라 기준단지를 정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조합측의 반발이 커 현장조사를 벌인 결과 장위동 꿈의숲 아이파크와는 입지가 다르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 HUG의 설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과정에서 조합과 반년 넘게 갈등을 빚은 데에 대해서는 명확한 해명을 내놓지 못했다.

한 조합 관계자는 "길음롯데캐슬클라시아는 바로 앞에 백화점과 대형마트, 지하철 4호선 길음역이 있어 장위동 재개발 사업단지와는 다르다"며 "지도만 봐도 한눈에 알 수 있는데 6개월씩이나 고집한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른 조합 관계자는 "HUG 주장대로 평균 분양가를 3.3㎡당 1700만원으로 책정했다면 바로 이웃 단지인 삼성물산 '길음 래미안 센터피스'의 현 시세의 반값 수준이 될 뻔했다"며 "그랬으면 '로또 분양'을 야기했다는 비판을 피할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명확한 기준을 공개하지 않은 채 조합원 등 민원의 반발에 휘둘리는 모양새를 보임으로써 불필요한 의혹만 불러일으킬 뿐 아니라 사업지연과 그에 따른 건설사와 조합원 등의 금융비용 증가만 야기한다는 점이다.

길음롯데캐슬클라시아는 지난해 11월 분양을 계획했지만 HUG와의 분양가 대립으로 분양을 연기했다.

지난해 말 분양 예정이었던 동대문구 전농동 '청량리역롯데캐슬 SKY-L65'도 HUG와 분양가 책정에 갈등을 빚으며 분양 일정을 연기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HUG는 고분양가로 판단되면 승인하지 않겠다고 해놓고 실제 보증서 발급 때는 애초 HUG측 주장보다 높게 책정돼 승인되는 경우가 많다"며 "입지, 시공사, 규모 등 자체 기준이 공개돼 있지만 이정도 개괄적인 기준으로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른 부동산 전문가는 "지나치게 높은 분양가를 보증해 달라는 요구까지 무분별하게 받아주는 것도 문제"라며 "정확한 분양가 심사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해법"이라고 말했다.

HUG 관계자는 "2015년 공사 출범 이후 수년간 사용해 오던 자체 내규에 미흡한 점이 있다는 의견에 따라 내규 개선 작업을 진행 중"이라면서도 "각각의 사례에 따라 다양하게 심사해야 하는 상황인 만큼 자세한 내용을 공개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분양가 심사기준 미공개 말고도 HUG가 분양가 조절기관 역할을 하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HUG가 '분양보증'을 분양가를 낮추거나 높이는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보증기관'을 넘어 '분양가 조절기관' 역할을 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임 교수는 "지난 2017년 6월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 지시도 없이 독자적으로 수 주간 분양보증 업무를 중단하기도 했는데 이는 '보증'을 주업무로 하는 기관으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다른 전문가는 "HUG가 정부의 부동산 안정 정책에 충실하기 위해 본연의 역할보다 '오버'해서 분양가를 억제하려 한다"며 "과거 1970~80년대와 같이 다량으로 주택을 공급하던 시대라면 모를까 지금처럼 소량씩 분양하는 시대에는 분양가 억제효과보다 주변 시세 때문에 '로또 분양'만 양산하는 효과가 더 크다"고 지적했다.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