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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게임중독은 질병"…게임업계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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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게임중독은 질병"…게임업계 비상


WHO는 지난 25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72차 총회 B위원회에서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한 제11차 국제질병표준분류기준(ICD)안을 통과시켰다. 게임 중독을 마약이나 알코올, 담배 중독처럼 질병으로 규정한 것이다. 이미지 확대보기
WHO는 지난 25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72차 총회 B위원회에서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한 제11차 국제질병표준분류기준(ICD)안을 통과시켰다. 게임 중독을 마약이나 알코올, 담배 중독처럼 질병으로 규정한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이용장애(중독)를 질병으로 분류함에 따라 국내 게임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당장 게임업계는 공동대책위원회를 꾸려 국내 도입을 저지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보건복지부가 이미 진단 기준을 마련하는 등 질병으로 관리하기 위한 절차에 착수해 진통이 예상된다.

■ 게임중독, 이제 질병


WHO는 지난 25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72차 총회 B위원회에서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한 제11차 국제질병표준분류기준(ICD)안을 통과시켰다. 게임 중독을 마약이나 알코올, 담배 중독처럼 질병으로 규정한 것이다.

이번에 통과된 새 기준은 오는 28일 폐막하는 총회 전체 회의 보고를 거치는 절차만 남았다. 사실상 개정 논의가 마무리됐다. 이에 따라 각국은 2022년부터 WHO 권고사항에 따라 게임중독에 관한 질병 정책을 펼치게 된다.

WHO에 따르면 게임중독은 다른 일상생활보다 게임을 우선시해 부정적 결과가 발생하더라도 게임을 지속하는 행위를 뜻한다. WHO는 게임중독의 유해성이 의학적으로 충분히 입증됐다고 판단하고 ▲게임에 대한 통제 기능 손상 ▲삶의 다른 관심사 및 일상생활보다 게임을 우선시 ▲부정적 결과가 발생함에도 게임을 중단하지 못하는 등의 현상이 12개월 이상 지속될 경우 게임중독으로 진단할 수 있게 했다. 증상이 심각할 경우에는 이보다 적은 기간에도 게임중독 판정을 내릴 수 있다.

WHO 개정안은 유예기간을 거쳐 2022년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각 회원국은 코드가 부여된 질병에 대해 보건 통계를 발표해야 하고, 치료와 예방을 위한 예산을 배정할 수도 있다.

우리 정부는 이미 후속 절차 준비에 착수했다. 보건복지부는 이번 WHO 결정에 따라 게임중독의 실태를 조사하고 진단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6월 중 관계부처와 전문가, 관련 단체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할 계획이다. 협의체는 국내 현황과 이해관계자 의견수렴,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 개정 문제를 비롯해 관계부처 역할과 대응방향 등에 대해 논의한다.

권준욱 보건복지부 건강정책국장은 "협의체 운영을 통해 관련 분야 전문가 및 관계부처 등의 의견을 나누고 향후 일정에 대비해 중장기적 대책을 논의하고 준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게임매출 '10조 타격' 전망

국내 게임업계는 이번 WHO의 결정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게임중독이 질병으로 분류될 경우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확대되고, 셧다운제 등 게임을 옥죄는 각종 규제 법안이 강화될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국내 게임학회·협회·기관 등 88개 단체로 이뤄진 '게임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 준비위원회'(이하 공대위)는 "WHO의 게임장애 질병코드 지정에 대해 강력히 규탄한다"며 "국내 도입을 반대한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공대위는 "질병코드 지정은 UN 아동권리협약 31조에 명시된 문화적, 예술적 생활에 완전하게 참여할 수 있는 아동의 권리를 박탈하는 행위"라며 "미국 정신의학회의 공식 입장과 같이 '아직 충분한 연구와 데이터 등 과학적 근거가 확보되지 못한 상황'에서 너무 성급한 판단"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공대위는 "게임을 넘어 한국 콘텐츠산업의 일대 위기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4차산업혁명 시대 가장 중요한 게임과 콘텐츠 산업 뿌리가 흔들리는 상황"이라며 "근거가 없어 계류되거나 인준받지 못했던 게임을 규제하는 다양한 법안이 다시 발의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매출 규모 14조원대로 성장한 국내 게임산업이 이번 WHO의 결정으로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게임과몰입 정책변화에 따른 게임산업의 경제적 효과 추정' 보고서(이덕주 산업공학과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게임장애의 질병코드 등록 이후 2023~2025년 3년간 게임시장 위축 규모가 최대 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연구팀이 게임 제작배급 업체 147개(전체 매출 95% 차지)에 직접 설문한 결과 국내 매출 손실은 2023년 1조 819억원, 2024년 2조 1259억원, 2025년 3조 1376억원, 해외 매출 손실은 2023년 6426억원, 2024년 1조 2762억원, 2025년 1조 9026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종사자 규모 역시 게임장애 질병코드화로 3만7673명에서 2만8949명으로 줄어 8724명 정도 고용이 위축될 것으로 예상됐다.

이재홍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은 "게임이라는 특정 문화콘텐츠에 대한 과도한 이용을 중독성 질병으로 단정하기보다는 건전한 문화로 순기능적 측면을 더욱 강화해 가야 할 것"이라며 "관련된 연구가 많이 필요한 사안으로서 정부, 업계, 학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적인 연구를 통해 결과가 도출되는 등 종합적으로 모아진 내용을 기반으로 청소년 보호 방안에 대한 후속적 예방 및 관리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지웅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way@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