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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협회 "게임 질병 규정은 헌법 침해…아직 철회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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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협회 "게임 질병 규정은 헌법 침해…아직 철회 가능"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인정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당장 국내 게임단체들은 이를 반대하는 토론회를 열고 국내 도입을 적극 막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이미지 확대보기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인정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당장 국내 게임단체들은 이를 반대하는 토론회를 열고 국내 도입을 적극 막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인정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당장 국내 게임단체들은 이를 반대하는 토론회를 열고 국내 도입을 적극 막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28일 한국게임산업협회(K-GAMES)와 한국게임법과정책학회가 공동 개최한 ‘WHO의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에 따른 긴급토론회’에서도 거센 반발이 일어났다.
이날 발제를 맡은 임상혁 한국게임법과정책학회장은 "게임을 질병의 하나로 규정하고 국가의 치료대상으로 삼는 것은 헌법상 문화국가의 원리, 개인의 행동의 자유와 기업활동의 자유, 명확성의 원칙이나 비례의 원칙 등에 있어서 많은 문제점을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임 회장은 "국내에 제도가 도입되기 전에 그러한 규제가 꼭 필요한 것인지, 다른 덜 위험한 침해방법은 없는지 등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있어야 하고, 당사자들뿐만 아니라 게임산업계의 의견을 경청하고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게임 중독, 질병 근거 부족

이날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할만한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임 회장은 "WHO 의결의 근거가 된 게임중독을 다루는 많은 의학논문들에서 언급되는 게임중독의 지표는 대략 30개 이상의 분포를 보이는데, 그중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지표는 IAT(Internet Addiction Test)"라면서 " 1998년 영이라는 학자가 처음 제시한 IAT는 당시 인터넷에 대한 중독 여부를 진단하는 용도로 사용됐기 때문에 게임중독을 진단하는데 연구자나 피험자들에게 명확한 기준으로 기능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강경석 한국콘텐츠진흥원 게임본부장도 "2014년부터 5년간 청소년 2000명을 대상으로 과몰입 실태조사를 진행한 결과, 대부분 과몰입군에서 일반군으로, 일반군에서 과몰입군으로 이동하는 비율이 빈번했고 계속해서 과몰입군을 유지한 청소년은 1.4%에 불과했다"며 "게임 과몰입에 빠졌다가도 금방 정상적으로 되돌아온다는 점에서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전영순 게임과몰입힐링센터 팀장은 "우울하거나 대인관계가 원활하지 않아서 게임을 했다고 할 수 있지만 게임을 해서 친구가 없다고 볼 수는 없다"며 "게임중독이 게임의 문제인지, 사용자의 환경적 문제인지 연구가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 WHO 질병코드 철회 가능


한국게임산업협회는 이날 토론회를 통해 WHO에 지속적으로 이의를 제기해 게임질병코드화의 국내 도입을 막는다는 계획이다. 아직까지 판세를 뒤집을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남아있다는 주장이다.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한 제11차 국제질병표준분류기준(ICD)은 2022년 1월부터 세계 194개 회원국에서 발효된다. 한국의 경우 ICD를 바탕으로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5년마다 한국표준질병분류(KCD)을 개정한다. 5년 주기의 개정 시점을 고려하면 국내 도입은 2025년 KCD 개정 이후로 예상된다.

최승우 한국게임산업협회 정책국장은 "“WHO 총회에서 의결됐더라도 오는 10월 열리는 FIC(보건의료분야 표준화 협력센터)를 통해 이의를 제기하면 삭제나 개정이 가능하다”며 ""WHO에 지속해서 반대 의사를 전달하고, 국내에서는 KCD에 반영되지 않도록 관계부처에 입장을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최 국장은 또한 "보건복지부가 주도하는 민관협의체는 틀이 정해진 '기울어진 운동장'이 될 수밖에 없다"며 "국무조정실 차원에서 객관적이고 공정한 협의체를 구성해달라"고 촉구했다.

김성회 유튜브 크리에이터는 10년과 비교했을 때 게임에 대한 인식이 전혀 바뀌지 않았다는 사실에 한탄했다. 그는 "10년 전 임요환 선수를 게임 중독자 취급했던 시대에서 게임에 대한 인식은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어 절망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게임은 웹툰, 영화, 웹소설처럼 대중 문화와 다를 바 없는 평범한 놀이문화"라면서 "게임이 4차산업의 선두주자로 가치 높은 문화콘텐츠로 인정받길 원하는 게 아니라 단순히 사람들이 즐기는 놀거리 중 하나로 인정받길 원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최지웅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way@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