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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 24] 수세에 몰린 중국, '희토류 카드' 꺼내 미국에 반격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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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 24] 수세에 몰린 중국, '희토류 카드' 꺼내 미국에 반격할까

첨단 산업 중요한 원자재…전문가 "美, 중국 의존 탈피 가능해도 시간·투자 필요"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 수세에 몰린 중국이 국면 전환을 위해 희토류 카드를 내밀 조짐을 보이고 있다.

희토류는 세계 첨단 과학기술 산업의 중요한 원자재로, 중국이 전 세계 생산량의 90%를 차지할 만큼 지배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
미국도 지난 2013년부터 2016년 사이 수입한 희토류 가운데 78%가 중국산일 만큼 대중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어서 중국이 무역전쟁의 수단으로 삼을 경우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2000억 달러어치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최대 25% 관세를 부과하면서도 희토류를 대상 품목에서 제외시킨 반면 중국 정부는 600억 달러어치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보복관세 대상에 희토류를 포함시킨 것은 미국에 불리한 이런 역학관계가 반영된 결과다.

중국의 희토류 카드 위협은 관영매체들이 앞다퉈 경고하는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29일(현지 시간)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에 따르면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관계자는 "그동안 세계 최대 희토류 공급 국가로서 중국은 개방, 협조, 공유의 방침에 따라 희토류 산업 발전을 추진해 왔다"며 "중국 인민들은 중국에서 수출한 희토류로 만든 상품이 오히려 중국 발전을 억제하는 데 사용된다면 불쾌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중국이 희토류에 대한 세계 각국의 정당한 수요를 충족시킬 용의가 있다"며 "미중 양국은 협력하면 모두에게 이롭지만 갈등이 생기면 모두 다친다. 무역전쟁엔 승자가 없다"고 주장했다.

인민일보는 '미국은 중국의 반격 능력을 과소평가하지 말라'는 논평에서 "중국이 희토류 시장에서 주도적 입지를 활용해 미국에 반격을 가할 것이라는 언론 보도가 나오고 있다"며 "중국의 희토류에 의존하고 있는 미국산 전자 및 군사 제품들이 중국의 발전을 억제하는 데 쓰이면 중국인들은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의 후시진 총 편집인은 미중 무역전쟁의 카드로 중국이 희토류 공급의 지배적인 위치를 이용할 수 있다며 노골적으로 경고했다.

후 총편집인은 "중국이 미국에 희토류 수출을 제한하는 것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중국은 다른 보복 조치들도 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상무부 국제무역경제협력연구소 연구원 출신인 진바이쑹은 관영 차이나데일리 기고를 통해 "중국의 희토류가 중국의 첨단 기술 분야에 우선적으로 이익을 주고 그 다음에 수출이 되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중국은 세계무역기구 안보 예외 원칙에 따라 희토류 수출을 제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미 무역분쟁에서 희토류를 이용하는 것은 간단하다"며 "중국 당국도 희토류가 중국 무역정책에서 전략적 역할을 하도록 특별히 배려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은 패권국가로서 운명이 달린 각종 첨단 산업제품들과 군사 및 우주 장비를 만드는 데 필요한 희토류가 경쟁국인 중국에 의존해야 하는 불리한 상황을 익히 알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고민을 오랫동안 했고 지난 2017년 10월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명령을 내렸을 때도 미국의 경제와 안보를 지키기 위해 핵심적인 광물질을 러시아나 중국 같은 경쟁국들에 의존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선 미국이 중국 의존에서 벗어나는 게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많은 시간과 투자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또 희토류 분야의 새로운 경쟁자가 나타날 경우 생산비용이 가장 저렴한 중국으로선 가격인하 등을 통해 이들을 시장에서 조기에 퇴출시키는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는 점 또한 미국에겐 큰 걸림돌이라는 지적이다.


김환용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khy0311@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