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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리뷰] 시공간 아우르는 담대한 무용극…장현수 안무・연출의 '목멱산 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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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리뷰] 시공간 아우르는 담대한 무용극…장현수 안무・연출의 '목멱산 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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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현수 안무・연출의 '목멱산 59'
5월 29(수), 30(목), 31(금) 오후 여덟시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장현수 안무・연출, 임현택 대본・음악연출의 <목멱산 59>가 들숨무용단(대표 임현택, 비상임안무가 장현수) 주최로 사흘간 3회 공연이 있었다. 국립무용단 주역무용수 장현수가 직접 출연하여 공연의 한 축을 담당하고, 연기자 노영국・이정용의 해설, 염희숙(성악)과 박경운(피아노)의 라이브 연주가 기본 골격을 구축하고, 오상영(무대세트), 원재성(조명), 강경호(영상) 등이 협업한 무대는 연출과 안무의 의도대로 남산과 인생의 사계를 관련 지으면서 촘촘히 시대를 조망하였다. 형이상학적 위선을 걷어내고, 느낌으로 보여준 공연은 만석을 이룬 공연장을 흥분으로 몰아넣었다.

장현수 표 무용은 안무와 연기 측면에서 믿고 보는 춤의 전형이 된지 오래이다. 대중성을 확보하기 위해 쏟은 노력 이면을 헤아려 보는 것도 이 무용극의 또 다른 매력 중의 하나이다. 금년 <목멱산 59>는 서울의 남산을 중심으로 기점적・통시적 한 시대를 넘나든다. 외형적 화려함과 더불어 이면에 자리 잡은 비극성은 작품을 살리는 커다란 요인이 된다. 여인(장현수)네는 남산골에 살면서 보통 사람들의 애환을 고스란히 겪는다. 근・현대 사이의 충돌, 전통과 현대 사이의 이질적 가치가 비극적 상황과 연결될 때 춤은 진정성을 확보한다. 춤은 비발디의 ‘사계’와 대중가요를 주조로 하여 연대기적 횡보를 보이면서 가족・시대・음악을 변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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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현수 안무・연출의 '목멱산 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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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현수 안무・연출의 '목멱산 59'

연출은 원형무대의 이점을 살리면서 어울림을 주도한다. 피할 곳 없는 무대에서 방위 구축은 무수한 움직임과 숨 가쁜 등・퇴장을 요구한다. 극성을 살리는 음악 연출은 대중가요와 클래식의 조화, 대중가요의 클래식화(化)를 꽤하면서 장간(場間)의 호흡을 조율해낸다. 피아노 연주는 영혼이 실릴 때 작품 해석이 남다르다는 말을 듣고, 가창은 자신이 아닌 극에 용해되어 보조할 때 빛이 나는 법이다. 둘 간의 조율은 가창력이 돋보일 때 이다. 춤은 꿈결처럼 시대 이미지로 스쳐 지나가고, 가슴에 남는 것은 여인이 등장하고 뮤직 스코어가 각인되면서 부터이다. 흑백 영상은 지속적으로 지금 이전에도 서민들이 삶을 지탱해 왔음을 밝힌다.

삼년을 이어 온 <목멱산 59>는 남산을 끼고 무수한 예인들이 일군 문화적 자신감을 증거 한다. 이번 공연은 한국무용 기반의 춤, 문학적 묘미를 느끼게 하는 해설, 조명의 변화로 더욱 다채로운 무대 세트, 극성이 가미된 춤의 변주, 현재와 과거를 유추하게 하는 영상, 동서양을 넘나드는 음악, 현란한 수사의 미장센은 종합예술로서의 예술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확보하고 있다. 이 작품의 장점은 무엇보다도 민족의 아픔을 극복해내면서 계층과 시대를 잘 아우르고 있다는 점이다. 소리 없이 민족의 아픔에 동참하면서 문화 발전에 대한 기여와 헌신을 환기시키고, 기존 질서의 것을 바탕으로 융・복합을 실천하며 의지를 세우는 것은 담대한 용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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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현수 안무・연출의 '목멱산 59'

많은 장점을 가진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공적 지원 없이 시간과 예산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겠지만 과감한 비틀기와 스케일의 확장으로 버전을 달리하는 작품을 시도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민간무용단에서 국공립무용단 조차 시도하지 않아 애초에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르겠지만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의 운용으로 규모를 확장시키고, 창작곡과 편곡의 운용으로 관객의 수준을 끌어올렸어야 했다. 무용의 전문성 향상과 시민을 위해 무용외적인 일들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어야 했다. 공연이 끝나고 커튼콜이 불가능할 정도로 출연자들과 관객들이 어울려 하나가 된 것은 공연사에서 흔치 않은 진풍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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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현수 안무・연출의 '목멱산 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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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현수 안무・연출의 '목멱산 59'

<목멱산 59>는 정점에 서있는 주도적 예술가들이 관객들의 공감대를 재확인하며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는 의미있는 공연이었다. 세칭 상위문화와 하위문화의 접점에서 찾은 어울림의 공연은 세분화를 통해 기득권을 확보한 예술가들에게는 비난의 대상이 될 수도 있겠지만 대중의 환호와 호응을 넘어서기 힘들었다. 근접할 수 없는 영역으로 섬겼던 무대로의 관객들의 자연스러운 진입은 뛰쳐나오거나 부둥켜안는 행위의 또 다른 표현이다. 기초 골격이 튼튼하니 새로이 지어질 건축물은 튼실할 것이 분명하다. 창작은 모험이며. 모험을 넘어서는 과정도 예술가의 몫이다. 이 시점에 이탈리아의 테너들, 팝 아트의 거장 앤디 워홀, 장이예모우의 파격적 공연 작업이 떠오른다. 이 땅에 전통춤을 기본으로 한 민간무용단의 창작춤 예술경영은 부존(不存)하는 것일까? 국제무대에서도 실수요가 있는 한국 창작춤의 거대한 도약을 기대한다.


장석용 글로벌이코노믹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