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감사원과 업계에 따르면, 감사원은 지난 2일 백석역 온수관 파열사고를 계기로 지난 3월 국내에 설치된 열수송관 시설과 관리체계를 점검한 '열수송관 안전관리실태'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열 수송관은 온수를 공급하는 배관으로 상하수도관, 가스관 등과 달리 열 손실을 막기 위한 2중 보온관으로 설계되고, 보온재 속에 감지선을 설치해 보온재 수분 함유량으로 누수 여부를 감지하는 감시시스템이 장착돼 있다.
그러나 지역난방공사는 특정구간에서 감시시스템이 이상신호를 보내도 이를 무시해 왔으며, 감시시스템이 계속 작동하지 않으면 아예 '미감시 구간'으로 분류하는 식으로 방치해 왔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이같은 지역난방공사의 업무 태만으로 열 수송관의 '미감시 구간'은 꾸준히 증가했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감시시스템 장착 총 8623개 구간 가운데 '미감시 구간'은 지난 2016년 1778개에서 올해 2245개로 25% 이상 크게 늘어났다.
전체 구간의 4분의 1이 넘는 2245개 구간이 감시장치를 설치해 놓고도 관리 소홀로 손상 여부를 파악조차 못하는 구간으로 분류돼 고스란히 방치되고 있는 셈이다.
또한 지역난방공사는 지난 2012년 온수관 잔여수명 평가작업을 독일 전문연구소에 의뢰해 결과를 받아 놓고도 기대수명이 짧게 나온 일부 샘플을 임의로 제외하는 등 조사결과를 조작하고 노후 온수관 교체업무를 태만히 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2017년 기준 국내 총 주택 수 약 1712만가구 가운데 16.4%가 열 수송관을 통해 지역난방을 이용하고 있고, 지역난방공사는 52.2%의 가구에 지역난방을 공급하고 있다
지역난방공사의 지역난방 공급지역은 서울 강남과 여의도, 일산 등 수도권 신도시, 광주, 대구, 청주 등 전국 각지에 분포돼 있다.
감사원은 이번 열 수송관 안전관리실태 감사를 벌인 결과, 지역난방공사의 위법·부당 사항 총 11건을 적발하고 주의·통보 조치를 내렸다. 또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는 지도·감독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그러나 감사원 감사뿐 아니라 민간 전문조사에서도 도심 지하 냉난방 시설관리의 허점이 드러났다.
최근 한양대 공학대학원 교수진에 따르면, 수도권 주요지역의 대심도(토지소유자의 소유권이 미치지 않는 깊은 지하)에선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등 대심도 지하개발을 하다가 지상건물에서 수직으로 설치한 지열 파이프를 건드릴 위험이 높은 것으로 지적됐다.
지난해 말 수도권에서 지열 냉난방 시스템을 갖춘 건물은 약 1만 개에 이른다. 지열 냉난방 시스템은 지하 150m까지 지열 파이프를 수직으로 설치한다.
문제는 GTX 등 대심도 지하개발은 대략 지하 50m 깊이에서 이뤄져 지열 파이프를 건드릴 가능성이 높지만, 지열 파이프 위치 정보가 민간기업은 물론 지방자치단체와 정부 부처끼리도 제대로 공유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산업부는 3일 "GTX-A 공사 과정에서 수직 파이프관 저촉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면서도 지자체·관계기관과 협의해 지열 파이프관 현황을 정확히 재조사하겠다"고 밝혀 수직 파이프 관련 정보가 부족함을 시인했다.
지열 파이프는 지하수를 끌어다 쓰는 수송관은 아니지만 훼손되면 지상건물의 난방이 끊기게 된다.
전문가들은 수도권 도심을 지나는 GTX 공사가 예정돼 있는 만큼 우선 GTX 노선 주변 건물부터라도 수직 파이프류의 수량과 심도, 좌표 등을 서둘러 조사할 것을 충고하고 있다.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