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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고객신뢰 잃은 카카오뱅크 '1초 이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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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고객신뢰 잃은 카카오뱅크 '1초 이벤트'

백상일 금융증권부 기자
백상일 금융증권부 기자
이달초 카카오뱅크가 출범 2년만에 천만 고객을 달성했다. 카카오뱅크는 자축의 의미로 지난 22일부터 28일까지 일주일간 대고객 이벤트를 열었다. 이벤트 중에는 5% 예금 금리를 제공하는 파격 상품도 포함됐다. 시중은행의 예금 금리가 1~2% 대에 머무는 저금리 시대에 5% 금리는 매력적이었다.

카카오뱅크는 5% 특판예금 출시에 앞서 사전 예약도 받았다. 그리고 사전 예약자를 대상으로 선착순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 1초만에 100억 원 한도의 특판 상품이 완판됐다.
순식간에 완판 됐다는 소식은 은행 입장에서 자랑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고객들에게는 문제로 다가왔다. 1초만에 가입 가능한 상품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완판 소식을 알린 카카오뱅크가 고객을 속인 것이 분명하거나 허위 과장 광고를 한 것이라며 분노했다. 게다가 앱까지 먹통이 되며 한때 혼선도 빚어졌다.

카카오뱅크 측은 당황했다. 고객이 이렇게 많이 몰릴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물론 고객들이 몰릴 것을 예상해 서버도 증설하면서 준비했지만 서버에 무리가 갈만큼 고객이 동시에 접속할 것은 예상 밖이었다는 것이다.

이어 사과문을 올리며 당시 특판예금 실제 예금 가입 기준이 아니라 선착순 클릭 기준이었다고 설명했다. 처음부터 설명했어야 할 얘기다. 그랬다면 고객들의 원성이 이처럼 크지 않았을 것이다.

화가난 고객들은 5% 특판 예금에 이어진 2배 적금 이자 이벤트에도 눈총을 보냈다. 2배 이자를 준다지만 실제로 조건을 만족하기가 쉽지 않다며 이 또한 고객을 우롱하는 이벤트가 될 것이라는 얘기였다.

이벤트는 고객을 모으기 위한 마케팅의 일환이었을 것이다. 일단 고객을 모으는 것에는 성공했으니 기존보다 추가 제공된 금리 3%포인트, 3억원으로 확실한 효과는 얻었다.

그러나 고객들은 분노했고 카카오뱅크 앱은 멈췄다. 은행에 IT를 접목한 것이 아니라 IT회사가 은행도 하는 것이라며 기술력에 자신을 보였던 카카오뱅크의 자존심이 구겨진 순간이었다. 고객만을 생각하는 은행을 만들겠다는 카카오뱅크의 다짐도 함께 무너지는 것 아닌지 걱정스러운 한 주였다.

백상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bsi@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