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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이사회, 한전공대 설립안 승인...출연금 600억 전액 한전서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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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이사회, 한전공대 설립안 승인...출연금 600억 전액 한전서 부담

초기 설립비용 6200억 정부·지자체와 분담 추후 논의...2022년 개교 목표
"한전 적자 가중에 세금낭비 vs 無학과 융복합 혁신대학 육성" 찬반 전망

한전공대 부지로 선정된 전남 나주시 빛가람동 부영CC. 사진=전남도청이미지 확대보기
한전공대 부지로 선정된 전남 나주시 빛가람동 부영CC. 사진=전남도청
한국전력(한전)이 한전공대 설립을 위해 올해 말까지 600억 원을 출연, 학교법인을 설립하기로 결정하면서 한전공대 설립 작업에 가속도가 붙게 됐다.

한전은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에서 이사회를 열고 '한전공대 설립 기본계획 및 학교법인 출연안'을 의결했다.
이사회는 한전 김종갑 사장을 포함한 7명의 사내이사와 8명의 사외이사 전원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비공개 회의 끝에 상정된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일부 이사들은 한전의 적자누적과 소액주주 반발 등을 언급했으나 대체적으로 한전공대가 정부의 국정과제임을 감안, 비교적 원만히 가결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한전은 우선 올해 말까지 600억 원을 출연해 학교법인을 설립할 예정이다. 이 출연금은 전액 한전이 부담한다.

다만, 한전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의결된 '한전공대 설립 기본계획'은 확정된 내용이 아니며 추후 설립될 법인을 중심으로 한전과 정부, 지자체가 협의를 계속해 사업내용을 구체화한다는 방침이다.

따라서 6200억 원으로 추산되는 초기 설립비용도 한전이 전액 부담하는 것은 아니며 추후 한전과 정부, 지자체가 논의해 분담한다는 것이 한전 관계자의 설명이다.

지난달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산하 '한전공대 범정부지원위원회'가 의결하고 이날 한전 이사회가 승인한 '한전공대 설립 기본계획'은 대학원생 600명, 학부생 400명 등 총 1000명과 교수진 100명 규모에 오는 2022년 3월 개교를 목표로 하고 있다.
모든 학생이 입학금과 등록금 전액 무료이며 세계 최고수준의 총장과 교수진을 초빙해 '에너지분야에 특화된 첨단 융복합 창업 인재를 양성하는 강소대학'을 만든다는 것이 목표이다.

연간 운영비는 640억 원이 소요될 것을 예상된다. 전남도와 나주시는 각각 10년간 매년 100억 원씩 총 2000억 원을 연간 운영비로 지원하기로 했고 정부는 지자체 지원규모 이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한전공대 설립이 가시화되면서 업계에서는 찬성과 반대의 목소리가 더 첨예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올해 2조 4000억 원의 적자가 예상되는 한전이 비수익사업에 수백억 원을 추가 투자하는 것은 한전 재무구조를 더 악화시킬 뿐 아니라 전기요금 인상을 앞당길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한전 관계자는 초기 설립비용 6200억 원을 모두 한전이 부담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하지만 전남도와 나주시의 지원은 2022년부터 시작되고 정부의 지원규모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전기사업법에 근거해 조성된 약 5조원 규모의 '전력산업기반기금'을 활용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이 기금 역시 매월 전기요금의 3.7%씩 고지서에 합산돼 청구된다. 어차피 국민이 내는 전기요금인 셈이다.

반면 다른 일각에서는 한전의 부채비율이 160%대로 다른 공기업에 비해 높지않고 원전가동률이 80%대를 회복하는 등 장기적으로 재정악화가 더 심화되지는 않을 것이므로 지나친 우려는 금물이라 반박하고 있다.

학계에서도 찬반 논란이 엇갈리는 모습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이학·공학은 물론 인문학 소양도 갖춰야 하는 융복합 시대에 정원 1000명 수준의 대학은 기능인 연수원 수준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대학 관계자는 "학령인구 감소로 내년부터 대학입학가능자원이 대학입학정원보다 적어지는데 또 대학을 설립하는 것은 세금낭비"라고 말했다.

반면에 한전공대 설립추진단 관계자는 "한전공대는 학과 장벽이 없는 '무(無)학과 대학"으로 설립된다"면서 "오히려 기존 대학에 비해 고착화되어 있지 않고 나주혁신도시의 에너지 클러스터를 활용해 융복합 대학을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하나의 포항공대나 카이스트(KAIST)를 만들려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하며, "미국의 신생대학인 '미네르바 대학' 등 글로벌 혁신대학들과 같이 한전공대를 취업준비하는 곳이 아닌 융복합 창업인력과 연구개발인력을 양성하는 대학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