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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공사 직접고용" 최종 승소 고속도로 요금수납원들 '돌아갈 자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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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공사 직접고용" 최종 승소 고속도로 요금수납원들 '돌아갈 자리' 없다

1·2심 이어 대법원도 "파견근로자 지위 인정, 사직·해고 당해도 직접고용 대상" 판결
요금수납업무 자회사로 이관돼 다른 업무 맡아야...법원도 "경영상 업무조정은 정당"
직접고용 대상 범위, 고용시점 놓고도 불씨...노동계 "해고 1500명 전원 구제해야"

7월 4일 경기도 성남시 서울톨게이트 구조물 위에서 민주노총 소속 요금수납원들이 한국도로공사에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는 모습.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7월 4일 경기도 성남시 서울톨게이트 구조물 위에서 민주노총 소속 요금수납원들이 한국도로공사에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는 모습. 사진=뉴시스
한국도로공사가 고속도로 톨게이트 통행요금 수납원들을 직접 고용하라는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왔다.

당초 도로공사 정규직이었다가 정부의 방침에 따라 비정규직으로 전락했던 톨게이트 요금수납원들의 파견직 근로자 지위를 인정받게 된 것이다.
그러나 직접고용 대상자 범위와 업무 유형을 둘러싸고 도로공사와 수납원 간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대법원(주심 노정희 대법관)은 29일 외주용역업체 소속 요금수납원 368명이 불법 파견을 주장하며 도로공사를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확인 등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한 1·2심 내용을 최종 확정했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수납원들이 상호유기적인 보고와 지시, 협조를 통해 업무를 수행했고 도로공사가 업무 범위를 지정하는 것을 넘어 규정이나 지침 등을 통하여 수납원들의 업무수행 자체에 관하여 지시를 했다고 볼 수 있어 도로공사가 수납원들의 업무처리 과정에 관여하여 관리·감독했다고 볼 수 있다"면서 요금수납원들의 도로공사 파견근로자 지위를 인정했다.

특히 대법원은 요금수납원들이 사직하거나 해고를 당했더라도 도로공사의 직접고용 의무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을 적시해 현재 도로공사의 정규직 전환에 반대해 농성시위를 벌이고 있는 요금수납원에게도 공사측의 직접고용 의무가 있음을 확인했다.

결국 도로공사와 요금수납원들이 소속된 용역업체 사이에 체결된 용역계약은 사실상 근로자 파견계약으로 봐야 하며 2년 파견기간이 만료된 만큼 도로공사가 이들을 직접 고용해야 할 의무를 진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이었다.

톨게이트 통행료 수납요원들은 당초 도로공사 정규직원이었지만 이명박 전 정부의 '공공기관 선진화 방안'에 따라 용역업체 소속 비정규직으로 전환되자 지난 2013년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 확정판결로 도로공사와 요금수납원들이 지난 6년에 걸쳐 벌였던 소송전은 일단락이 됐지만 여전히 양측의 갈등 봉합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도로공사가 지난 7월 요금수납업무를 전담하는 자회사 '한국도로공사서비스'를 신설해 모든 톨게이트 통행료 수납업무를 자회사로 이전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송을 제기한 요금수납원 368명이 도로공사로 복귀하더라도 기존의 요금수납 업무가 없어진 상태라 다른 업무에 배치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들 요금수납원은 몸이 불편한 사람이나 고령자가 많아 요금수납 업무가 아닌 다른 업무를 맡기 어렵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 20일 서울동부법원은 자회사로 전직을 거부해 계약해지된 요금수납원 40여명이 낸 '지위보전 가처분신청'을 기각한 바 있다.

법원이 "도로공사가 직접고용할 의무가 있다 하더라도 사업구조와 인력상황 등에 따라 종전과 다른 업무를 부여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는 점에서 요금수납원 원고들이 도로공사에 복귀하더라도 요금수납 업무를 유지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도로공사 관계자도 이날 대법원의 판결에 "요금수납원 직접고용에 관한 판결을 존중한다"면서도 "이미 자회사에 요금수납 업무를 모두 이관한 만큼 이들의 요구대로 요금수납 업무를 맡길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밝혀 원직 복귀를 요구하는 요금수납원들과 마찰이 예상된다.

도로공사는 직접고용 대상 요금수납원들에게 고속도로 환경미화 등 다른 업무를 맡기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인원 수가 많고, 건강과 연령에 맞는 노동강도의 업무를 본사에서 찾기 쉽지 않아 해결방안을 계속 검토해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업무 조정 외에도 직접고용 대상자의 범위와 고용 시점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현재 전체 톨게이트 요금수납원 6500여명 가운데 5000명 가량은 지난 달 자회사인 한국도로공사서비스로 전직에 동의해 옮겨갔지만 나머지 1500여명은 전직을 거부해 지난달 1일 계약해지됐다.

이번 소송의 원고 368명 중 304명이 지난달 자회사 전직 거부로 계약해지돼 실직상태다. 따라서 이들 304명은 곧바로 도로공사에 복귀할 수 있을 전망이다.

나머지 1200여명은 2013년 제기된 이번 소송 이후 같은 취지의 소송들을 각각 제기해 현재 1심과 2심이 진행 중이다.

그러나 이날 대법원 판결 취지대로 해석한다면 나머지 1200여명에도 도로공사의 직접고용 의무가 발생한다. 법조계에선 현재 진행 중인 같은 사안의 1·2심도 이번 대법원 판결과 같은 결론에 도달할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요금수납원들이 소속된 민주노총 일반연맹의 관계자는 "1500여명 해고 요금수납원 모두 즉각 직접고용돼야 한다”고 주장하며 "정부와 도로공사 이강래 사장이 임시방편, 고통전가에 불과한 자회사 전환 꼼수를 중단하고 즉각 직접고용할 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