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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인천석유화학 등 정유 3사, 이란산 대신 미국산 콘덴세이트 써야할 지 고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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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인천석유화학 등 정유 3사, 이란산 대신 미국산 콘덴세이트 써야할 지 고심중

콘덴세이트 처리시설 스플리터에도 영향받아

미국의 이란 제재로 이란에서 석유화학 제품 원료인 콘덴세이트(초경질원유)를 수입해온 한국 정유사들이 대체국을 찾느라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정부는 공급원 다각화를 권하고 있고 미국은 자국산을 쓰라고 압박하고 있지만 미국산 콘덴세이트로 대체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아 한국 정유사들의 고민의 골은 깊어지고 있다.

SK인천석유화학 공장 전경. 사진=SK인천석유화학.이미지 확대보기
SK인천석유화학 공장 전경. 사진=SK인천석유화학.

미국의 외교안보전문 매체 더내셔널인터레스트(The National Interest.이하 THI)는 최근 미국의 이란 제재는 한국을 매우 어려운 상황에 빠지도록 했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THI는 현재의 제재가 지속된다면 아시아에 수출하는 미국의 원유 공급업체들이 유일한 수혜자가 될 것이며 한국 고객사들에게 공급되는 이란산 콘덴세이트를 대체하는 숨은 비용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은 과거 미국의 제재를 준수하기 위해 원유 수입량을 조정했다. 이란산 원유 수입비중은 2011년 10%에서 2015년 4%로 낮아졌고 이란산 원유는 러시아와 이라크,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산으로 대체됐다. 그러다가 2016년 제재가 해제되자 한국은 이란산 콘덴세이트 수입을 늘려 이란산 원유와 콘덴세이트는 2017년 전체 수입의 12%로 다시 불어났다.

미국이 이란 제재를 부활하자 한국은 지난해 상반기 다시 이란산 원유 수입을 감축하고 대신 미국산 원유 수입을 늘렸다. 미국산 원유 수입은 지난 4월 145만t으로 다섯 배나 늘어났다.

이란산 원유 수입 감축으로 한국은 콘덴세이트 분해공정(스플리터)에 쓸 석유화학산업의 원료 콘덴세이트 대체공급원을 찾고 있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한국 정유사들의 나프타 분해공정은 유황성분이 적고 찌꺼기를 남기지 않는 이란산 콘덴세이트를 처리하도록 설계됐기 때문이다. 한국 정유사들은 나프타 함량이 풍부한 이란 '사우스 파르스(South Pars)' 콘덴세이트를 선호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더욱이 이란산 콘덴세이트가 카타르산보다 값이 싸 더 선호했다.

한국은 이란산을 대체하기 위해 지난해 90억 달러를 들여 15개국에서 최소 23종의 콘덴세이트를 수입해 시험했다고 THI는 전했다. SK인천석유화학, 현대오일뱅크, 한화토탈은 더 비싼 콘덴세이트를 샅샅이 찾아서 자사의 분해공정에 맞는 중질 나프타제품을 확보해야 할 판국이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정유사들이 대체 공급지를 찾는 것을 돕기 위해 비 중동산 원유를 수입할 경우 지급하는 운임환급(freight rebates)을 2021년까지 연장할 것이라고 THI는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한국에 자국의 콘덴세이트를 쓰라고 밀어붙이고 있다. 한국 정유사들이 미국산을 수입하려면 이란산 콘덴세이트를 처리하도록 설계된 정유공장을 변경해야 한다고 THI는 지적했다.

이에 대해 글을 기고한 영국 옥스포드대 에너지연구소의 백근욱 선임연구원은 "한국은 이란산 콘덴세이트를 미국산으로 대체하는 것이 과연 좋은 것인지 자문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백 선임연구원은 "한국 정유사들은 새로운 공급사들을 탐색하는 데 있어 악명높을 만큼 보수적이어서 한국 정유사들이 익숙하지 않는 데 들어가는 것은 생각도 못할 일"이라면서도" 공급원 다각화를 위해 좀 더 개방된 자세를 가져야할 때가 마침내 왔다"고 강조했다.


박희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acklond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