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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케냐, 첨단과 혁신의 미래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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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케냐, 첨단과 혁신의 미래시장

우만권 대표 에어텍 엔지니어링 서비스(주)




케냐는 동아프리카의 중심국으로 인근 우간다, 탄자니아, 르완다, 부룬디, 남수단 등 동아프리카공동체(EAC) 6개국 중 국가개발 전략 수립 및 정책 이행과정에서 가장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뤄왔고 앞으로도 5~6% 대의 꾸준한 경제성장을 이어가며 동아프리카의 맹주국으로서 확실히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

오는 2030년까지 중진국 대열에 진입한다는 ‘비전 2030’ 국가개발 청사진 전략을 수립하고 ▲제조업 활성화 ▲안정적 식량 공급 ▲보건의료 향상 ▲서민주택 보급 확대 등 4대 산업 분야를 집중 지원하고 활성화해 경제를 살리고 가시적인 일자리 창출 효과를 추구한다는 경제개발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지난 2017년 항구도시 몸바사와 수도 나이로비를 5시간대에 연결하는 현대식 표준궤 철도(SGR)를 개통하고 화물통관, 운송 등 항만·교통 인프라를 개선하는가 하면 동아프리카 최대 건설사업으로 불리는 라무항 종합건설 프로젝트(LAPSSET)를 추진하는 등 전방위적 산업발전의 토대를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어 앞으로 동아프리카의 선도국으로서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할 것으로 예상된다.

케냐는 인도양을 통해 들어온 선박이 항구도시 몸바사에서 하역작업을 마치면 인근 동아프리카 국가들로 상품이 배송되는 물류의 관문으로서 지정학적 이점을 태생적으로 누리고 있으며, 국토의 대부분이 여타 아프리카 국가와는 달리 쾌적하고 인간 활동에 적합한 천혜의 기후조건을 갖추고 있다. 또한 사자, 코끼리, 얼룩말, 코뿔소 등 드넓은 초원에 서식하는 수백만 마리의 야생동물은 세계 각지의 관광객을 연중 끌어들이기에 충분한 방편을 제공하고 있어 관광산업 또한 이 나라 경제에 든든한 효자노릇을 하고 있다.

필자의 기억으로 케냐는 15년 전만 하더라도 지리적 이점과 쾌적한 기후, 아프리카인의 타고난 낙천적 기질과 미래에 대한 구체적인 비전 부재 등으로 주어진 재화와 자연환경에 만족하며 하루하루의 삶을 평안하게 영위하던 전통적인 아프리카 국가 중 하나로 기억된다.
하지만, 1963년 독립 이후 2012년까지 50여 년간 이어진 영국 식민지배의 기억을 간직한 구세대들의 독재가 끝나면서 지난 2013년 신흥 세력으로 분류되는 우후루 케냐타가 제4대 대통령에 취임하고서 케냐인들도 이제 과거의 구태의연한 삶의 방식을 벗어버리고 전 산업부문의 혁신을 통한 국가발전 전략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케냐타는 취임 이후 지금까지 도로, 건설, 관광, 물류, 금융 등 산업개발의 근간이 되는 국가발전 기본 인프라 개발(2010~2020년 600억 달러 규모)을 통한 경제성장에 미래 케냐의 방향을 설정해놓고 있다.

이제 케냐는 아프리카 대륙에서도 IT 인프라가 가장 잘 갖춰진 국가로 꼽히는 가운데 다수의 글로벌 기업들이 혁신산업을 이끌어 갈 현지 스타트업 기업들에 자금을 투자하고 청년 IT 인재들을 발굴해 역량을 키우는 등 IT를 주축으로 한 케냐의 미래 발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케냐는 2000년대 초만 하더라도 세계에서 통신비가 가장 비싼 국가 중 하나로 당시 케냐에 거주하던 500여 명의 한국 교민은 고국에 있는 친지나 지인들에게 연락하기 위해서 시내 요지에 드문드문 자리 잡은 PC방을 자주 찾곤 했다.
PC방에 마련된 Dial-up 방식의 온라인 접속을 통해 이메일을 송수신할 수 있었으며 국제 전화를 하기 위해서는 별도로 연결 신청을 하고 차례를 기다려야만 했다. 그야말로 IT를 논할 수 있는 그 어떤 여건이나 환경도 조성되지 못한 상태였다.

하지만 케냐는 이제 IT 첨단국으로서의 면모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으며 특히 전자정부, 통관물류 전산화, 국세청 전산시스템, 온라인 쇼핑몰, 핀테크(디지털금융) 등 과거에는 들어보기 힘들었던 IT 용어들이 일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필자는 지난 2004년 에어컨 사업을 시작해 현재 15년째 영위하고 있다. 직원들의 불성실함과 도벽 등 비즈니스 환경의 열악함으로 인해 사업 초반에는 매일 아침에 출근해 직원들 교통비, 당일 에어컨 설치 및 유지보수 작업장에 투입될 자재들을 직접 챙기고 차량 운행을 위한 연료비를 현금으로 당일 지급하는 등 아날로그식 사업방식을 이어갔다.

그러나 지난 2007년 영국 보다폰(Vodafone)이 주주로 참여한 최대 이동통신사 사파리콤(Safaricom)이 은행계좌를 갖고 있지 않은 대다수 서민을 위해 금융부문 혁명이라 불리는 모바일뱅킹 시스템인 ‘M-PESA’를 개발하면서 필자의 사업도 혁신적인 변화를 이룰 수 있었다.

M-PESA를 사용하는 고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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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2019.10.8. Business Daily 온라인 기사
(https://www.businessdailyafrica.com/corporate/companies/M-Pesa-revenue-outside-Kenya/4003102-5303928-jjyts/index.html)

직원들이 그날그날 필요로 하는 비용에 대해서 휴대폰에 저장된 M-PESA 현금을 간단한 조작 몇 번으로 각 개인에게 보낼 수 있게 됐으며, 운전사가 작업차량에 주유를 하고 나서 송금을 요청하는 연락을 해오면 해당 주유소 계좌번호를 받아 내 휴대폰에서 직접 모바일머니를 주유소에 송금할 수 있게 돼 필자는 대부분의 오전 업무로부터 해방되는 자유를 현재 누리고 있다.

지금은 매니저를 월 1~2회 만나 영업 내용이나 설치 및 유지보수에 따른 중요한 사항만 의논하는 식으로 업무 방식을 바꿨으며 나머지 시간은 또 다른 사업과 자기계발에 할애하고 있다.

주목할 만한 것은 케냐중앙은행(CBK)의 최근 통계에 따르면 올 7월 현재 4800만 케냐인이 5400만 개에 이르는 휴대폰 번호를 등록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 숫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4260만 개에 비해 1000만 개 이상 늘어난 것이다. 산술적으로 따져보면 케냐 국민은 1인당 1개 이상의 통신 수단을 보유한 셈이다.

또한 2018년 케냐인들의 모바일뱅킹 거래 건수는 17억4000만 건, 금액은 398억 달러(한화 약 45조 원)를 기록해 앞으로 케냐의 모바일머니로 대표되는 핀테크 혁명은 케냐의 혁신성장을 이끄는 동력으로써 역할을 계속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케냐의 모바일뱅킹 규모
(단위: 백만 건, US$ 십억, %)
구 분
2018년

2018년 1~7월

2019년 1~7월
증감률
거래건수
1,739.58

978.98

1,071.88
9.37
거래금액
39.84

22.53

25.02
11.06
자료: 케냐중앙은행

한국에서 출장을 오거나 케냐를 비롯한 아프리카에 수출을 하려고 하는 중소기업 대표나 직원들을 만나면 “케냐가 이렇게 생활 물가가 비싼 줄 몰랐다”는 성토가 나온다. 케냐는 이제 더 이상 우리가 예전에 어렴풋이 알고 있던, 그저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던 그런 가난하고 무지하고 질병이 난무하거나 소비자들이 값싼 상품만 찾는 그런 아프리카 국가가 아니다.

메르세데스 벤츠, BMW 등 고급 차량이 넘쳐나고 자동차 조립공장이 다수 들어서 있으며 까르푸 등 세계 유명 소매체인점들이 나날이 매장 수를 늘리고 있는가 하면 KFC, 버거킹, 피자헛에서 가족들이 가볍게 한 끼 식사를 즐기는 중산층이 해마다 10%씩 늘어나는 국가로 변모해가고 있다.

선진국에서 쓰다 버린 중고제품이나 구호식량에 의존하며 값싼 불량제품을 구입하고 구매자로서의 권리도 주장하지 못하던 그런 아프리카인의 시대는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케냐를 비롯한 많은 아프리카 국가가 이처럼 서구식 소비문화를 표방하며 변화의 급물살을 타고 있는 지금 이곳으로 진출하려는 한국 기업들도 후진국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던 과거 아프리카에 대한 편협한 시각을 버리고 이들의 변화 요구에 발맞추는 전략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중국으로 대변되는 값싼 제품과 서구로 대변되는 고급 제품 사이에서 바이어들로부터 가격 때문에 상처받고 품질 때문에 홀대받는 한국의 중소기업 제품이 있다면 케냐에서도 똑같은 반응을 겪게 될 것이다.

케냐에서는 통할 것이라는 잘못된 생각에서 벗어나 과감한 혁신과 기술개발을 통해 가격을 낮추고 품질을 높이는 노력을 기울인 제품만이 첨단과 혁신에 눈뜬 케냐시장에서도 먹힌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 이 원고는 외부 전문가가 작성한 정보로 KOTRA의 공식 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