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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빠르게 변화하는 말레이시아 TV홈쇼핑 채널에 진출하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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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빠르게 변화하는 말레이시아 TV홈쇼핑 채널에 진출하고 싶다면

이주혁 SAINYSTELLA TRADE SDN. BHD. Sales & Marketing Director



한국의 TV홈쇼핑은 2019년 현재 20년이 훌쩍 넘은 역사를 갖고 있다. 1995년 첫 전파를 탄 이후, 급속도로 성장하며 TV 앞으로 다양한 연령대의 소비자를 끌어모으고 있고, 홈쇼핑 취급액 기준 전체 취급고는 10조 원이 넘는 수준을 자랑한다. 채널이 다양해지고, 소비자들의 소비패턴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각 TV홈쇼핑 채널들은 끝없는 변신을 통해 이른바 ‘홈쇼핑 홀릭’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런 한국의 TV홈쇼핑 시장이 성숙기를 지나 정체기를 맞이했다는 일부 의견도 있다. 케이블 TV의 채널 7개를 포함해 IPTV의 홈쇼핑 채널까지 합치면 17개의 채널이 존재한다. 그야말로 ‘채널과 채널 사이’에서 촌각을 다투며 누군가가 매력적인 물건을 지금, 당장 구매하라고 소리치고 있는 형국이다.

소비자들의 쇼핑 자유도 늘어났다. 채널 간 구성품을 비교해 보고 구매를 할 수 있게 됐고, 일부 좋아하는 쇼호스트의 판매 물품을 구매한다든지, 신뢰가 높은 채널의 ‘단독 상품’을 구매하는 것도 쏠쏠한 재미 중의 하나가 됐다. 거기에 모바일의 진화, IPTV 채널의 비약적 성장이 가세하며, 생방송뿐만 아니라 녹화방송까지도 라이브 또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서 원하는 물건을 찾아보고 구매를 할 수 있게 된 세상이니 이제 홈쇼핑 시청자를 TV 앞에 앉게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도 옛말이 된 듯하다.

말레이시아는 이웃 국가인 싱가포르를 제외하고 동남아에서 상대적으로 좋은 인프라와 구매력을 지닌 나라로 평가받고 있다. 1인당 국민소득 기준 1만 달러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도 할뿐더러, 다양한 민족이 뒤섞여 살고 있는 특성 탓에 동남아시아 진출의 ‘테스트베드’라고 알려져 있다. 가장 많은 인구 분포를 보이는 말레이계, 소득이 상대적으로 높고 구매력도 높은 중국계, 인도계, 그리고 다양한 외국인 거주자 등 소비 특성과 공휴일, 종교가 다른 민족들이 어우러져 살고 있기 때문에, 비교군, 대조군을 두고 성패를 측정하기 좋다는 것이다.

이런 말레이시아에도 TV홈쇼핑 시장이 존재한다. 한국의 GS가 현지 케이블 TV 회사인 ASTRO와 합작해 설립한 GO SHOP, 또 한국의 CJ가 현지의 MEDIA PRIMA와 합작해 설립한 CJ Wow Shop이 말레이시아 홈쇼핑 시장의 양대산맥으로 각각 4년, 3년째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이미 진출해 있던 다양한 국가들의 현지 법인들이 현지화 실패, 철수 등을 거듭하는 가운데서도 GO SHOP과 CJ Wow Shop은 말레이시아에서, 이제는 누구나 아는 명실공히 TV홈쇼핑의 상징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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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Wow Shop TV홈쇼핑 화면


GS GO SHOP TV홈쇼핑 화면

출처 : 각사 홈페이지

말레이시아는 약 3200만의 인구를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보다 땅덩어리가 넓은 데 반해 인구는 적은 편이다. 과거 우리 기업들이 많이 진출했던 베트남, 중국, 일본, 터키, 태국 등보다 인구가 적은데, 왜 홈쇼핑사들은 말레이시아에 진출하게 되었을까? 말레이시아는 서말레이시아(말레이반도), 동말레이시아(보르네오)로 나뉘어 있고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배송이나 물류 시스템이 미약한 상황이었다. 게다가 우리나라처럼 신용카드 결제, 모바일 결제 등이 잘 갖춰지지 않은 상태여서 현지에서 'COD(Cash on Delivery)'라고 부르는 시스템을 적극 반영하지 않으면 현지화도 어려운 조건이었음에도 말이다.

이는 서두에서 언급한 것처럼 말레이시아가 동남아 전체 시장을 내다보기에 좋은 테스트베드이자 향후 중동, 유럽 등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교두보가 되기에 충분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일까. 현지 홈쇼핑사들은 말레이계, 무슬림들이 시청하는 채널과 중국계가 시청하는 채널을 따로 분리해 방송을 하고 있다. 말레이시아라는 나라의 특성에 맞게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는 의지의 반영일 것이다. 채널 번호부터 채널 홍보 방식, 판매 제품까지 모두 다르지만, 인구수 기준으로 막강한 파워를 가지고 있고 소비력이 점차 커지고 있는 말레이계를 놓칠 수도 없고, 인구수는 적지만 객단가를 높이기에 좋은 중국계 소비자들을 포기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파격적인 가격, 무료 배송(일부 지역 예외), 화려한 언변, 매력적인 쇼호스트, 엔터테인먼트쇼와 유사한 흥미로운 볼거리 등 한국의 홈쇼핑을 그대로 닮아 있는 말레이시아의 홈쇼핑 채널들에 소비자들은 반응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말레이시아의 특성상 변화가 한국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기도 하고, 할랄, 윤리 규범에 따른 방송 심의를 준수해야 하는 등 여러 규제 조건이 까다롭고 배송, 물류의 인프라가 아직도 상대적으로 부족하긴 하지만, 이들 두 업체는 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하고 선도하며, 다양한 시도를 과감히 펼치고 있다. 2019년 연말 기준, 합산 예상 매출액을 2000억 규모로 추정할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국의 홈쇼핑 성장 시기를 축소시켜 놓은 듯한 말레이시아에서, 전통적 소비자였던 40~60대 주부 외에도 모바일 쇼퍼나 젊은 세대까지 영입하려는 노력이 각사의 채널에서 느껴지고 있다.

이렇게 도약을 꿈꾸는 말레이시아의 홈쇼핑 시장에 내 물건을 판매하고 싶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TV홈쇼핑은 일반 유통과 달리 TV홈쇼핑 채널에 대한 이해도와 전문성을 바탕으로 접근해야 한다. 먼저 홈쇼핑은 ‘눈으로 보는 채널’이다. 때문에 시각화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제품의 특성을 Before, After로 보여줄 수 있어야 하고, 생방송에서 시연을 통해 제품 장점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제품을 선정하는 것이 필수다. 그런 매력을 눈으로 보여줄 수 없다면 아무리 귀하고 좋은 제품일지라도 ‘낯선 나라에서 온 생소한 물건’에 지나지 않는다. 마케팅과 브랜딩이 아무리 선행된다고 해도 소비자들은 ‘나에게 맞지 않을 수도 있는 제품’을 선뜻 구매하기 어려워하는 것이다.

더군다나 말레이시아는 쇼핑몰 문화가 매우 발달해 있는 나라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첫 진입하는 제품을 직접 발라 보고, 먹어보는 ‘체험’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TV 채널에서 ‘체험’ 이상의 매력과 신뢰도를 보여주지 못하면 실패하기 십상인 것이다. 따라서 ‘눈으로 보여 줄 수 있는 강력한 매력’이 홈쇼핑 진출의 필수 조건인 셈이다. 게다가 말레이시아 홈쇼핑 시장은 이제 갓 5년이 된 시장이어서 아직도 TV홈쇼핑에 의구심을 갖고 있거나 신뢰도가 낮은 시청자들도 분명히 있다. 주어진 시간 동안, 주어진 무대 위에서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주지 못하면 초장부터 ‘오디션 탈락’의 쓴 맛을 볼 수밖에 없다.

추가로 현지 문화와 종교 등 소비와 관련한 중요한 키워드를 읽을 줄 알아야 현지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제품을 론칭할 수 있다. 할랄(HALAL)이 중요한 무슬림 소비자들에게 알코올이 함유된 구강청결제를 판다는 건 애초에 성립이 될 수 없다. 재물이나 복을 바라는 기복 신앙적 성격이 강한 중국계 소비자들에게는 숫자 하나, 이름 하나에도 의미를 잘 담을 수 있어야 한다. 똑같은 제품도 말레이 채널, 중국 채널에 각각 방송할 때는 제품 진열 방식, 사은품 종류, 스튜디오의 색깔까지 모두 달라진다. 말레이계는 화려한 장신구, 꽃장식을 ‘귀한 선물’이라고 생각하는 반면, 중국계 방송에는 심플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선호하기 때문에 그에 맞는 진열 방식이나 컬러를 사용해야 한다. 인종에 따른 특성이 매우 다르기 때문에 흥미로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차별화의 수고스러움이 반드시 따라줘야 한다.

또한 말레이시아 물류의 특성, 결제 방식에 따라 판매가 어려운 상품도 있다. 예를 들면 과일이나 생선, 신선 식품, 냉동식품 등은 판매가 매우 어렵다. 직납 하는 창고, 운송하는 차량의 수준이 한국과 크게 다를 뿐더러, 소비자들의 구매 결정일이 한국보다 매우 느리고 결제가 늦어지는 경우, 매출 인식, 배송도 늦어지기 때문에 애꿎은 제품이 창고에서 부패하거나 썩어가는 일을 막기 힘들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소비자들의 구매력, 소비 패턴도 중요한 요인 중에 하나다. 무조건 양이 많은 구성을 제공하기보다는 다양한 구성을 통해 이것저것을 써 볼 수 있게 해주는 게 낫다. 양을 무조건 늘리다 보면 선뜻 구매하기 힘든 가격이 나오기도 하고, 구매력이 약한 소비자들에게는 정말 써보고 싶어도 ‘언감생심’인 물건으로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 월급날이 몰리는 월말에 TV 홈쇼핑에서 가장 비싸고 매력적인 제품을 편성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당장 쓸 돈이 있어야 구매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까다로운 점들을 고려해야 한다면 말레이시아 홈쇼핑에 진출하는 것에 도대체 어떤 매력이 있을까? 첫째, 한국 홈쇼핑 진출보다 위험 요소가 적다. 한국보다 시간당 매출 목표가 아직 낮은 편이기 때문에 큰 무리수를 두지 않고도 제품을 알리고, 현지 시장에 진출해 볼 수 있는 가벼운 마음을 가질 수 있다. 둘째, 한국의 TV홈쇼핑에 진출할 때 가장 까다로운 방송 규정, 심의, 인증 등 여러 절차들이 간소한 편이다. 말레이시아 현지의 필수 기준만 준수할 수 있다면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셋째, 목표 기준이 상대적으로 낮은만큼 목표 달성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으면서도 재방송, 추가 방송 등의 기회가 한국 TV홈쇼핑 기준보다 너그러운 편이다. 넷째, 영상 제작, 모델료, 사진 촬영 등 한국의 홈쇼핑 협력사들이 론칭을 위해 들이는 비용이 거의 없는 편이다. 자체 제작을 통해 영상을 만들기도 할뿐더러 모델료, 사진 촬영비가 낮기 때문에 1회 방송당 필수 투자 비용이 적은 편이다. 마지막으로 한국은 SO(방송 송출사업자)들에게 돌아가는 수수료 비중이 매년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홈쇼핑 수수료도 높은 편이지만 말레이시아의 수수료는 타 채널보단 높다고 하더라도 한국에 비해서는 낮은 편이며, 상황에 따라서 수수료를 조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말레이시아는 최근 성장세가 조금 주춤해졌다고는 하지만 다민족, 다문화, 다종교 국가의 멜팅팟(Melting Pot)으로서의 그 중요성과 의미가 매우 큰 나라다. 최근 말레이시아에 진출하거나 투자하는 양상도 강해지고 있고, 한 달 살기, 자녀 교육의 니즈가 커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말레이시아만의 ‘다양성’이 그 자체로 매력이지만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입장에서도 위험 요소는 줄이면서도,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사업을 시험해 볼 수 있는 시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단 한 개 국가에 진출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다양한 민족, 종교, 문화의 변수에 어울리는 다양한 시도를 한꺼번에 해볼 수 있다는 점이 크게 다르다. 말레이시아를 중동, 유럽 시장 진출의 교두보이자 테스트베드라고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돌다리를 두들겨볼 수 있는’ 시장이 바로 말레이시아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시대의 중심이 된 모바일을 기반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말레이시아 TV홈쇼핑 시장의 앞날이 주목되는 이유다. 작지만 강한 나라, 다채로운 색깔을 품고 있는 나라, 그래서 더 매력적인 나라, 말레이시아 TV홈쇼핑은 어떤 색깔을 띠며 진화해 나갈지 더욱 궁금해진다.

※ 이 원고는 외부 글로벌 지역전문가가 작성한 정보로 KOTRA의 공식 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