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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24] ARM, 화웨이에 스마트폰 칩 설계기술 공급 계속하겠다...파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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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24] ARM, 화웨이에 스마트폰 칩 설계기술 공급 계속하겠다...파장은?

칩 라이선스 받아 ARM 최고 코어 사용 가능…미정부 규제 족쇄 중 하나 풀려

화웨이의 최신 주력폰 메이트P30 시리즈에는 안드로이드 오픈소스 기반 ASOP버전이 들어간다. 사진은 화웨이 메이트 P30. 사진=화웨이이미지 확대보기
화웨이의 최신 주력폰 메이트P30 시리즈에는 안드로이드 오픈소스 기반 ASOP버전이 들어간다. 사진은 화웨이 메이트 P30. 사진=화웨이
영국 ARM이 트럼프의 대중 수출규제 속에서 사실상 화웨이와 사업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드러나 귀추가 주목된다. ARM은 반도체 설계에 들어가는 코어 설계 지재권(IP)을 전세계 스마트폰칩 업체에 공급하는 회사다.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일본 소프트뱅크는 지난 2016년 ARM을 일본 인수·합병(M&A) 역사상 최대금액인 234억 파운드(약 35조 3000억 원)에 인수했다.

로이터통신은 25일(현지시각) ARM이 자사가 스마트폰 칩 설계용으로 공급하는 핵심 기술이 미국이 아닌 영국에서 나온 것이라고 보고 더 이상 미국정부의 눈치를 볼 필요를 없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ARM 대변인은 25일 로이터 통신에 “ARM의 v8과 v9는 영국에서 만들어진 기술”이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
ARM의 입장은 미국 정부의 화웨이 규제에도 불구하고 화웨이의 스마트폰 사업 족쇄 하나를 풀어주는 선언적 의미를 지닌 것이다. 더구나 화웨이는 맹렬한 기세로 세계 스마트폰 1위 삼성전자를 추격중이어서 이같은 움직임이 화웨이의 삼성추격 행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화웨이는 지난 5월 미국 상무부의 무역거래 규제 블랙리스트(Entity List)에 올랐다. 이는 이 업체가 더 이상 미국 부품 및 SW 공급망에 접근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구글·퀄컴 같은 회사들은 화웨이와 거래 관계를 끊을 것이라고 발표했고 당시 영국 ARM홀딩스도 화웨이와 더 이상 거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ARM의 프로세서 아키텍처는 전 세계 모바일 칩 설계업체들에게 라이선스 돼 왔고, 이 회사의 코텍스-Axx 계열 CPU 코어는 퀄컴 스냅드래곤 칩셋과 애플 아이폰용 Ax 칩셋에 사용되고 있다. ARM은 지난 2011년 10월에 64비트 스마트폰 설계 아키텍처인 ARM v8을 발표했다.

ARM은 지난 5월 미국정부의 대 중국기업 공급 규제에 따르겠다면서 그 이유로 자사의 칩 디자인에 ‘미국 독창적인 기술’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는 화웨이 스마트폰용 칩을 설계하는 반도체자회사 하이실리콘의 기린 칩셋 설계에 치명적일 수 있다.

이 칩들은 타이완 TSMC가 생산해 주며, 지난 9월 베를린 가전전시회(IFA2019)에서 최신 화웨이 30스마트폰에 들어가는 기린 990도 ARM의 코텍스-A76과 ARM의 코텍스-A55 CPU 코어를 사용해 설계됐다. 화웨이는 당시 ARM의 CPU 용 최신 아키텍처인 코텍스 77을 사용하지 못했다. ARM이 자사 아키텍처에 미국기술이 들어갔다고 판단해 화웨이에 이를 제공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화웨이의 우려는 앞으로 출시될 휴대폰에 앞서 ARM과 체결한 라이선스 협정대로 되지 않을 수 있어 다른 대체디자인을 모색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ARM홀딩스가 미국정부의 대중규제속에 화웨이와 거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설계용 아키텍처 지재권(IP)을 전세계 안드로이드폰과 아이폰 설계용으로 공급하는 회사다. 사진은 화웨이 본사. 사진=위키피디아이미지 확대보기
ARM홀딩스가 미국정부의 대중규제속에 화웨이와 거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설계용 아키텍처 지재권(IP)을 전세계 안드로이드폰과 아이폰 설계용으로 공급하는 회사다. 사진은 화웨이 본사. 사진=위키피디아
그러나 ARM의 이같은 입장발표에 따라 화웨이는 더 이상 핵심 스마트폰 설계용 코어 조달 문제로 두려워 할 필요가 없어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일본 정부와 기업들은 미국의 대중 제재에 동조해 화웨이의 5G장비를 배제하고 있고, 일본 소프트뱅크가 ARM의 모회사가 된 만큼 상황이 그리 단순하지는 않다.

당초 화웨이는 올해 전 세계에 3억대의 휴대폰을 출하해 삼성을 제치고 세계 최대 스마트폰 제조사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내수 판매 호조에 힘입어 올해 1, 2분기에 각각 5900만대를 출하했고, 이달 22일 2억대 출하량을 기록했다. 지난해보다 64일 앞서 이 기록을 달성했다. 화웨이는 지난해 총 2억6600만대를 출하했고 2억대 출하시점은 12월 25일이었다.

화웨이는 최신 주력폰 메이트 30시리즈의 해외 판매에서 플레이 스토어, 맵, 지메일, 유튜브, 검색 등 구글의 핵심 앱 부재로 어려움을 겪었을 수도 있지만 자국내에서는 경쟁사를 누르고 있다. 올해 2분기 중국 출하량은 지난해 동기보다 31% 증가했다. 지난해 2분기 27.6%였던 중국 시장점유율은 38.2%로 급증했다. 삼성의 중국시장 점유율은 1%대에 머물고 있다. 화웨이의 뒤를 쫓고 있는 오포는 18.3%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다. 기간 중 화웨이는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대신 오픈소스 기반 AOSP(Android Open Source Project)버전이 사전 탑재되고, 카메라 기능이 강조된 메이트P30 모델을 출시했다. AOSP는 안드로이드의 기본이 되는 OS지만 AOSP가 안드로이드는 아니다. 안드로이드는 엄연히 구글이 상표권 및 저작권을 가진 OS이며, 안드로이드라는 이름을 달고 제품을 출시하려면 구글이 제시하는 하드웨어 기준과 소프트웨어 테스트(CTS)를 만족해야 하며, 플레이스토어를 포함한 구글의 서비스 프레임워크(GMS)를 탑재한 후 최종적으로 구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화웨이는 오랫동안 미국에서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통신장비·기기 업체로 여겨져 왔다. 중국의 법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 정부가 자국기업에 대해 다른 나라 기업과 소비자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도록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미국 의원들은 화웨이의 전화기와 네트워킹 장비에 수집된 정보를 중국정부의 서버로 보내는 백도어가 포함돼 있다고 의심해 왔다. 화웨이는 이러한 혐의를 반복적으로 부인해 왔지만 올해 초 화웨이 창업자 런정웨이의 딸 멍완저우 화웨이 CFO가 미 법무부에 의해 13가지 혐의로 기소됐다. 혐의는 화웨이의 2개 자회사 인 화웨이 디바이스 USA와 스카이콤 테크와 멍완저우가 경제제재 대상국 이란에서 사업을 하고 이를 은폐하기 위해 은행 사기를 저질렀다는 내용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측이 향후 미중 무역협상에서 화웨이를 블랙리스트에 올림으로써 협상카드로 활용하자는 논의가 이어져 왔다. 두 나라 모두 대규모 무역전쟁에 휘말렸다. 최근 두나라 회담에서는 화웨이를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지만 리처드 유 화웨이 소비자 그룹 최고경영자(CEO)는 “미국이 대중 무역 협상에서 더 나은 조건을 얻기 위해 화웨이를 이용할 것으로 믿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k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