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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내년 스마트폰 중국 ODM 6000만대 강수...3가지 관전 포인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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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내년 스마트폰 중국 ODM 6000만대 강수...3가지 관전 포인트는?

ODM업체 손에 맡겨진 5대중 1대…삼성의 브랜드 가치는
중저가폰 외주 맡기고 고부가폰 집중…선제공격 성공할까
삼성 부품 협력사의 중국 판로확보 가능성·고부가화 여부

삼성전자가 내년에 중국업체 외주로 조달할 중저가 스마트폰 물량을 올해의 2배인 6000만대로 크게 늘린다.사진=글로벌이코노믹DB이미지 확대보기
삼성전자가 내년에 중국업체 외주로 조달할 중저가 스마트폰 물량을 올해의 2배인 6000만대로 크게 늘린다.사진=글로벌이코노믹DB
삼성전자가 내년에 중국업체로부터 외주로 조달할 중저가 스마트폰 물량을 6000만 대로 크게 늘린다.올해의 2배 수준이다. 외주 생산 대상 모델은 판매가가 130~150달러(약 15만~17만5000원)인 갤럭시M과 갤럭시A 시리즈 등으로 알려졌다. 고육지책이다. 외주업체에 맡겨진 5대 중 1대꼴인 삼성폰 브랜드 가치저하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중저가폰을 외주에 의존하는 대신 삼성이 노리는 ‘고부가폰 집중’ 또는 선제 공략이란 노림수도 읽힌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 부품 공급 협력사들의 납품물량 축소에 따른 부작용 최소화가 가능할까도 궁금해진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내년에 중국업체에 맡기는 제조자개발생산(Original Development Manufacturing·ODM) 물량을 이처럼 크게 늘린다. ODM은 하청받은 제조사가 설계·개발·부품 수급·생산 전과정을 모든 과정을 책임지는 방식이다. 따라서 하청업체가 주문자의 설계대로 생산하는 ‘주문자상표부착 생산’인 OEM(Original Equipment Manufacturing)보다도 하청 생산업체에 훨씬 크게 '삼성'이라는 브랜드 가치까지 의존하게 된다.

■가성비 높은 중국폰에 견디려면 ODM뿐...브랜드 손상 우려까지 떠안은 고육책


삼성전자는 내년에 온전히 중국업체에 의해 만들어진 6000만대의 ODM 스마트폰에 단지 삼성 브랜드만 붙여 판매하게 된다. 삼성전자로선 ‘삼성 브랜드’에 끼칠 부작용 가능성까지도 기꺼이 떠안은 초강수이자 고육책인 셈이다.

삼성전자가 이렇게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세계 시장에서 가성비(가격 대비 품질) 높은 중국산 중저가폰의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이를 통해 중저가폰 가격경쟁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이미 세계 중저가폰 시장은 중국 화웨이·샤오미·오포·비보의 제품이 주도하고 있는 실정이다.

삼성전자가 상반기 인도시장에 출시한 중저가폰 갤럭시M시리즈. 사진=삼성인도법인이미지 확대보기
삼성전자가 상반기 인도시장에 출시한 중저가폰 갤럭시M시리즈. 사진=삼성인도법인
삼성전자는 지난 수년 간 중국시장에서도 현지 중저가폰 공세에 시달린 끝에 결국 올 상반기 자사의 마지막 중국 스마트폰 생산공장인 후이저우 공장 철수를 결정했다.

삼성스마트폰 ODM 생산과 관련, 고동진 삼성전자 IM(무선사업부) 부문장(사장)은 이미 지난 8월 “130달러, 약 16만원 이하 모델을 삼성이 자체 생산하기는 어렵다”면서 “우리 기준을 충족한다면 ODM을 일정 부분 하는 게 맞다”는 말로 외주 물량 확대 가능성을 암시한 바 있다. 물론 이때 ODM업체가 자칫 실수라도 하면 삼성브랜드 가치에 손상을 주게 되리란 우려가 나온다.삼성은 이마저도 떠안은 셈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ODM 방식 채택에 대해 “날로 치열해지는 중저가폰 시장 가격경쟁에서 버티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북미, EU 같은 유럽 선진국과 달리 피처폰 교체 수요 급증세를 보이는 인도, 중국, 브라질 같은 신흥국가에서는 가성비 높은 제품으로 공략할 수 밖에 없다.

■중가폰은 ODM에 맡기고 5G폰과 폴더블폰에 집중해 우위 확보하나


또하나 생각할 것은 삼성전자의 중저가폰 중국 ODM 의존 이면에 치열한 중저가폰 시장경쟁 대신 고부가 스마트폰에 신경쓰면서 새로운 스마트폰 시장을 선제 공략하고 주도하려는 의도가 보인다는 점이다. 중저가폰 사업에서 손실을 입지 않고 잘 유지만 한다면 5G폰·폴더블폰 같은 고부가폰으로 일거에 시장 우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도 읽힌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만약 이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이제 삼성전자는 애플처럼 고부가폰으로 가는 길목에 서있는지도 모른다.

삼성전자는 값싼 중저가 스마트폰을 외주로 돌리고 고가폰에 주력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사진은 중저가폰 갤럭시A시리즈. 사진=삼성전자 이미지 확대보기
삼성전자는 값싼 중저가 스마트폰을 외주로 돌리고 고가폰에 주력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사진은 중저가폰 갤럭시A시리즈. 사진=삼성전자
박강호 대신증권 분석가는 “더이상 시장점유율 경쟁은 불가하다”며 이젠 “수익성 중심의 하이엔드폰으로 가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으로선 1억대 ODM으로 적자만 내지 않고 나머지 2억으로 돈버는(수익내는)전략을 펼치려는 것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 출하량 1위 삼성전자의 올해 총 생산량은 인도와 베트남 공장 물량을 포함해 총 29130만대(2018)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추격자로 나선 지난해 세계 2위 화웨이는 올해 27000만대를 출하할 것으로 전망됐다.

세계 스마트폰시장 침체는 향후 5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IDC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올해부터 오는 2023년까지 향후 5년간 연평균 1.1% 성장세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오는 2023년 스마트폰 출하량은 14억8450만대에 이르리란 전망이다. 올해 전 세계 스마트폰 예상 출하량은 13억7110만대다. 이 중 중저가 스마트폰 비중은 70%로 추정된다.

삼성은 과거 인도 시장에서 중저가 스마트폰으로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했지만, 가성비 중저가폰을 앞세운 중국 샤오미에 1위 자리를 내주었고 올해 3분기에도 여전히 2위에 머물고 있다. 중국시장은 더 심각하다. 삼성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지난 2013년 15% 수준이었지만 지난해 4분기에는 1%로 급락한 이후 오르지 않고 있다.

■국내부품 업계 파장...고부가화 등 단시일 내에 해결 어려울 듯


삼성의 시장 경쟁력 확보차원의 외주 물량 확대조치에 국내 부품업계는 만만치 않은 파장을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국내 스마트폰 부품 업계의 위축은 불가피해 보인다. 스마트폰 부품업계는 당장 중저가 부품에서 갤럭시S나 갤럭시노트용 부품 등 고부가 중심의 부품으로 전환하거나 중국 판로를 개척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또한 만만치만은 않다.

박강호 분석가는 “중국업체들은 ODM하면 한국 부품 안쓴다”며 “이에따른 묘책을 찾아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달전까지만 해도 업게에서는 삼성전자가 7000만~1억대를 ODM한다는 얘기까지 돌았다"고 귀띔했다.

삼성전자는 부품업계에 미치는 파장에 대한 내부 논의가 있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아직까지 설명할 만한 것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재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k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