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사원으로 시작, 국내 최장수 CEO에서 명예 퇴진”…가구업계 성공 신화 이룬, 한샘 최양하 회장

'가구업계의 성공 신화' '국내 최장수 CEO'. 31일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는 최양하 한샘 회장의 수식어다.

올해 고희(古稀·70세)를 맞은 최양하 회장. 그의 일생은 관련업계에서 신화로 통한다. 서울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한 뒤 대우중공업에서 3년 동안 일한 그는 1979년 평사원으로 한샘에 입사했다. 설립된 지 9년밖에 안 된 한샘의 당시 연 매출은 15억 원에 불과했다.
입사 4년 만에 한샘 공장장의 위치에 오른 그는 수작업 중심의 가구 제작 방식에 자동화 시설을 도입했다. 가구 설계에서 연필을 버리고 89년부터는 건축 등에서 사용하던 프로그램인 캐드(CAD)를 부엌가구 설계에 도입했다.

한샘을 창업한 조창걸 한샘 명예회장은 생산부문에서 뛰어난 성과를 낸 최 회장에게 경영권을 맡겼다. 94년 대표이사에 오른 최 회장은 “한샘은 가구가 아니라 공간을 파는 회사”라는 방침을 내세워 안방과 거실, 침실 등 거주 공간 중심으로 전시장을 구성했다.

“침대가 아닌 침실을, 책상이 아닌 자녀방을 판매한다”는 전무후무한 아이디어는 한샘만의 독자적 사업모델인 리하우스 사업으로 발전했다.

상담-설계-시공-애프터서비스로 이어지는 전 과정을 하나로 통합해 공사 기간을 한 달에서 일주일로 줄였다.

이런 전략은 소비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고 입사한 이후 7년만인 1986년에 한샘을 부엌가구 부문을 업계 1위로 올려놓았다. 종합 인테리어 부문도 97년 사업개시 이후 5년 만에 1위에 등극시켰다. 이후 한샘은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는 공간과 서비스를 제공하며 올해 2분기까지 73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를 발판삼아 한샘은 빌트인플러스 등 세상에 없던 공간을 창출하는 신사업 모델을 잇달아 내놓으며 종합 홈 인테리어 유통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이는 최 회장이 밝혀온 한샘의 목표인 ‘주거문화 전체를 책임지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주거문화 기업’을 향해 전력을 다한 결과로 최 회장의 추진력과 경영 철학을 엿볼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공간의 상품화 전략은 가구, 소품, 패브릭 등 주거공간에 필요한 모든 것을 ‘한샘’의 이름으로 상품화해 판매하겠다는 구상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실제로 한샘은 이를 위해 연 매출액의 4~5%를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중요한 경영전략인 디자인에 투자하고 있다.

한샘은 2013년 가구 업계 최초로 매출 1조 원을 돌파했고, 2017년에는 매출 2조 원(연결 기준)을 넘어섰다.

최 회장은 “한샘은 사실 성공 사례보다는 실패 사례가 많은 회사다. 우리가 겪은 시행착오를 한 번쯤 정리해 다른 이들에게 전수하는 것도 내 역할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며 후배들을 위한 활동에 매진하고자 하는 의지를 밝혀왔다.

최 회장의 퇴임으로 후임에는 강승수(54) 부회장이 이사회를 거쳐 신임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임될 예정이다. 그동안 재무를 책임졌던 이영식 사장은 부회장으로 승진해 전략기획실을 총괄 지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샘 관계자는 “최 회장이 그동안 후배 양성을 위한 교육과 사업 기회 마련의 뜻을 밝혀온 만큼 퇴임 후에 이와 관련한 청사진을 구상할 계획이다”라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11월 1일 사내 월례조회를 통해 직원들에게 자신의 퇴임을 공식적으로 밝힐 예정이다.


정영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jddud@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