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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파키스탄 전기자동차 시장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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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파키스탄 전기자동차 시장 전망

Mr. Saad Aleem, G&T그룹 Project Consultant


세계적으로 자동차 시장은 유례없는 격변기를 맞이하고 있다. 자율주행 자동차의 상용화를 목전에 두고 있으며, 환경보호에 대한 세계적인 공감대가 확대되면서 전기자동차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Report Global EV Outlook 2019”에 따르면 전기 자동차 시장은 빠른 속도로 확장되고 있으며, 2018년 세계 전기자동차 시장 규모는 전년대비 200만 대 증가한 510만 대에 달하고 있다. 또한 신규 전기자동차 판매량은 전년대비 거의 두 배 증가했다. 현재 중국은 세계 최대의 전기자동차 시장으로 도약하고 있으며, 유럽과 미국이 그 뒤를 따르고 있다.

노르웨이는 2017년에 6만 2000대의 전기자동차가 판매돼 해당 연도의 신규 자동차 판매량의 40%를 차지해 단일 국가 차원에서의 전기 자동차가 전체 자동차에서 차지하는 비중으로는 1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영국, 프랑스는 대기 악화로 인한 국민건강보호를 목적으로 2040년부터 가솔린과 디젤 차량의 판매를 금지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노르웨이는 매연세(Polluter Pays Tax)를 도입해 2025년까지 모든 내연기관 차량의 생산판매를 금지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2030년대에는 세계 곳곳에서 가솔린과 디젤 차량을 찾아보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파키스탄도 예외는 아니다. 아직 일반 차량의 시장 규모는 크지 않으나 극심한 환경문제에 시달리고 있는 파키스탄 정부는 친환경 자동차 보급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작년 8월 취임한 임란 칸(Imran Khan) 총리는 2019년 5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부처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전기 자동차 공장설립 및 시장확대를 강조했다. 해당 부처에 2030년까지 전국에서 운행되는 모든 차량의 30%를 전기자동차로 전환하는 목표를 달성하는데 총력을 다할 것을 지시했다.

파키스탄 전기자동차 생산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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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National Electric Vehicle Policy 2019

이 목표에 따르면 정부는 2020년부터 5년간의 자동차, 밴, 소형 트럭과 같은 10만 대의 새로운 전기 자동차를 출시하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장기적으로는 2030년까지 연간 6만 대의 신규 전기 자동차를 생산하고 이는 전체 자동차 판매대수 중 30%를 전기 자동차가 차지하는 물량이다. 또 최종적으로 2040년까지 전체 자동차 신규 판매대수의 90%를 전기 자동차가 차지하는 목표도 설정돼 있다.

또한 “National Electric Vehicle Policy 2019 보고서”에 의하면 전기 자동차의 원활한 보급을 위한 인프라 구축을 위해 다음과 같은 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첫째 충전 인프라는 초기에 모든 주요 도시에 설치하며, 다음 단계로 중소 도시로 확대하고 각 주요 도시에는 9㎢ 면적당 하나 이상의 전기 차량용 고속 충전기 설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둘째 고속 충전기는 주요 고속도로를 따라 15~30km마다 설치하고 초기에는 충전 인프라를 고속도로 N5, M1, M2, M3, M4, M5 및 M9 위의 휴게소에 우선적으로 설치한 후 다른 고속도로로 확대할 계획이다. 셋째 공공 충전소는 전기 자동차에 대한 표준 충전과 더불어 배터리 교환 시설을 갖추는 옵션도 선택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넷째 충전 인프라의 설치는 라호르와 이슬라마바드에 우선적으로 설치를 진행할 계획이다. 전기 자동차 육성을 위한 정책 로드맵은 아래와 같다.

파키스탄 전기 자동차 육성을 위한 정책 로드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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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National Electric Vehicle Policy 2019

스즈키, 혼다, 도요타, 기아럭키모터스 등의 글로벌 기업들이 파키스탄 현지에 자동차 조립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중국 자동차의 진출도 가속화되고 있으며, 현대니샤트모터스도 2020년 1월부터 상용차 조립 공장을 가동할 예정이다. 기존 기업들이 전기 자동차를 조립생산하기에는 투자 비용, 기존 제품의 시장 잠식, 잠재 고객 확보의 어려움 측면에서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전기 자동차산업은 친환경, 연료 비용 감소 등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조건이 사전에 충족돼야 하는 부담이 있다. 전기 자동차 충전 인프라, 재충전이 가능한 배터리 비용, BMS(배터리 관리시스템) 투자 문제 등이 해결돼야 한다.

무엇보다 파키스탄의 열악한 전력 인프라로 소비자들이 전기 자동차의 장점을 인식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여러 가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파키스탄 정부는 전기 자동차 정책을 발표하고 전기 자동차 보급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할 전망이다.

그 배경에는 다음과 같은 이유가 있다. 파키스탄은 기후 변화와 환경오염 측면에서 가장 취약한 국가 중 하나이다. 세계기후위험지수(Climate Risk Index)에 따르면 파키스탄은 1998년부터 2017년까지 기후변화의 위험에 처할 국가 중 8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매년 수천 명의 사람들이 호흡기 질환으로 목숨을 잃고 있다.

이에 파키스탄 정부는 환경보호와 국민건강증진을 목적으로 2019년 8월 14일부터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는 플라스틱 비닐봉지 전면 사용 금지 시행하고 있으며, 2019년 7월부터 식품 첨가물 MSG 함유제품의 진열 및 판매를 전면금지하는 등 강력한 환경보호 및 건강증진정책을 내놓고 있다. 이와 맞물려 추진되고 있는 전기 자동차 정책을 통해 정부는 탄소 배출량 감소 및 대기 오염 방지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고자 할 것이다.

환경보호 효과가 높고 상대적으로 조립하기 쉬운 전기 자동차에 대한 틈새 수요와 장점은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 중국 최대 전기자동차 생산업체인 BYD는 파키스탄 Rahmat Group과 손잡고 전기 버스, 전기 자동차 생산을 추진하고 있으며 중국 Chang’an Automobile Limited도 파키스탄 Master Motors와 전기자동차 조립 및 판매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처럼 파키스탄은 전기 자동차 시장 분야에 있어 잠재적 틈새시장으로 그 위상을 다지고 있다.

필자는 만성적 재정 부족, 환경 오염에 대한 인식 부족 등의 난제에도 불구하고 국민건강증진, 석유 수입비용 감소를 통한 재정적 이득 등의 긍정적 측면으로 인해 파키스탄에 전기 자동차 시장이 성장할 좋은 토양이 조성되고 있다고 믿는다.

다만 친환경 차량에 대한 인식 제고, 전기 자동차 품목 관련 관세 인하, 일반 내연기관 자동차에 대한 세금 부과 등의 추가적인 정책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이미 정부의 전기 자동차 정책 초안은 파키스탄 산업부에서 검토되면서 부처 간 갈등의 요인이 되고 있다. 그만큼 넘어야 할 산도 많다는 뜻이다. 아직 일반 자동차 시장규모도 성장세에 있기 때문에 자칫 섣부른 전기 자동차 육성 정책은 기존 산업의 성장을 저해할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 기업은 파키스탄과 같은 저소득 국가의 경우의 전통산업과 첨단산업이 공존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전기 자동차산업이 일반 자동차 제조업 성장과 동시에 추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뜻이다. 따라서 향후 점진적으로 육성될 전기 자동차 시장과 관련 산업 인프라 육성에 한국 등 해외 기업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을 것이다.



* 이 원고는 외부 전문가가 작성한 정보로 KOTRA의 공식 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