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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근 과학칼럼] 철학자 피타고라스는 왜 최고의 식품 콩을 거부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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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근 과학칼럼] 철학자 피타고라스는 왜 최고의 식품 콩을 거부했을까?

최근 콩이 뜨고있다. 육류를 대신할 대체 단백질 식품이기 때문이다. 쇠고기를 포함해 가축을 키우는 데 엄청난 에너지가 소비된다. 그리고 이들 가축들이 트림을 포함한 가스 방출은 온난화의 주요 요인이기도하다. 또한 식물성 단백질은 동물성 단백질에 비해 훨씬 몸에 이롭다.

동양에서는 종교와 철학을 하나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서양은 그렇지 않다. 유럽을 중심으로 한 서양에서는 언제나 철학과 종교 사이에 엄격한 구분이 있었다. 예를 들어 우리는 종교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는 불교 철학, 힌두 철학, 그리고 유교 철학이라는 말을 쓰는 데 전혀 어색한 느낌이 없다.
그러나 기독교의 경우, 기독교 철학이라는 말을 그렇게 보편적으로 쓰지는 않는다. 로마제국이 동서로 분열된 395년부터 동로마제국의 수도 콘스탄티노플이 오스만 터키에게 함락된 이후 1000년 동안 중세시대에 나타난 교부철학이나 스콜라철학이 기독교 철학으로 대변되고 있지만 보편적인 철학과는 조금 다른 체계를 가지고 있다.

철학은 한편으로는 종교에 대한 반동으로, 그리고 신화와 마법에 대한 반동으로 시작됐다. 서양에서 철학은 이성을 통한 사유의 결과로, 신앙, 미신, 또는 어떤 종류의 신적인 개입과는 별개로 취급됐다. 동양에서는 철학과 종교 간에 현저한 구분이 없었다.

때문에 처음부터 그들 사이에 갈등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동양에서는 철학 자체가 종교인 셈이었다. 고대 그리스에서도 종교와 철학은 달랐다. 그러나 예외가 있었다. 피타고라스는 그리스 철학자 가운데 유일하게 종교와 철학을 접목시킨 인물이다.

“콩을 먹지 말라. 만지지 말라. 콩밭을 지나지도 말라.” 철학자 피타고라스가 세운 종교단체의 계명 1호가 바로 콩에 대한 계율이다. 채식주의를 고집하는 사람들에게 콩은 육류에서 취할 수 있는 단백질을 보충할 수 있는 유일한 작물이다. 그러나 철저한 채식주의자 피타고라스는 콩을 금기로 삼았다. 그러면 피타고라스는 왜 콩을 먹지 말라고 했을까? 콩에 대한 혐오증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첫 번째 설이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른다. 그러나 불교의 전생과 윤회를 믿었던 피타고라스는 콩과 인간이 같은 성분으로 이뤄져 있다고 믿었다. 둘 다 단백질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콩을 먹는 것을 인육(人肉)을 먹는 것으로 생각했다. 영국의 철학자이자 수학자인 버트란트 러셀의 해석이다. “그에게 콩을 먹는다는 것은 극악무도한 행위였다. 아마 이러한 판단은 육류에서만 섭취할 수 있는 단백질이 콩에도 있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 설로 조금 더 설득력 있는 주장이 있다. 감수성이 강하고 예민했던 피타고라스는 콩에 대한 알레르기가 있었다. 그는 콩 알레르기가 얼마나 심했던지 “콩밭을 지나가는 것보다 적에게 포로가 돼 죽임을 당하는 것이 차라리 낫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는 콩 알레르기로 얼굴과 몸에 수 많은 반점이 있었으며 밖을 나갈 수 없었다고 한다.
또 다른 주장이 있다. 성적 순결을 고집한 피타고라스에게 당시 그리스의 콩 파바 빈(Fava Bean)의 모습이 여자의 성기와 비슷하게 생겼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제자들에게 이러한 콩을 먹지도 말고, 건드리지도 말라고 경고한 것이다. 종교적 수련에 방해된다는 것이다.

강한 설득력을 가진 과학적 근거가 있는 주장도 있다. 콩이 복부팽만감((flatulence)을 불러 일으킨다는 것이다. 위장에 가스가 차고 배가 불러오면 아름다운 정신과 영혼을 계속 유지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세상의 이치를 파악하고 깨달음을 얻는 데 방해가 된다고 생각해 콩을 먹는 것을 한사코 반대했다. 그 때문에 콩은 서양에서는 주로 가축 사육에 사용되어 왔다는 주장도 많다. 말하자면 소화가 안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콩은 밭에서 자라는 쇠고기로 다이어트에 그만이다. 우리에게 아름다운 영양분을 제공하는 최고의 식품이다. 또한 뿌리혹 박테리아로 토양을 기름지게 하는 효자식물이다. 콩을 다이어트로 천고마비의 계절을 맞는 것도 바람직하다. 피타고라스가 왜 콩을 혐오 했는지는 두고두고 의문이지만 말이다.


김형근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hgkim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