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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 24] 양자컴퓨터 연산능력 구글이 입증했다는데…IBM "연산작업 난이도 지나치게 과대평가" 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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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 24] 양자컴퓨터 연산능력 구글이 입증했다는데…IBM "연산작업 난이도 지나치게 과대평가" 반박

IBM양자팀, 구글 실적·논문에 정면 대응
구글, 양자컴퓨터 활용 '양자초월성 실증'
IBM "슈퍼컴 증력 축소시켜 실증 과대포장"

‘양자초월성’을 실증했다는 구글의 성과에 대해 IBM은 곧장 반박하고 나섰다. “반론의 진의는 대체 무엇인가?”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양자초월성’을 실증했다는 구글의 성과에 대해 IBM은 곧장 반박하고 나섰다. “반론의 진의는 대체 무엇인가?” 자료=글로벌이코노믹


구글이 슈퍼컴도 1만년 걸리는 난제를 단 3분만에 풀었다. 구글이 최신 논문을 통해 양자컴퓨터에 의한 '양자초월성'(양자 컴퓨터가 기존 컴퓨터의 연산 능력을 획기적으로 뛰어넘는 상태)을 실증했다는 사실을 공식 발표하자마자 IBM은 곧바로 구글의 성과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연산작업의 난도가 지나치게 과대평가됐다는 주장이다. 양자컴퓨터를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IT업계의 치열한 경쟁과 양자컴퓨터의 양자초월성의 의미를 분석해본다. [

편집자 주


양자 컴퓨팅 전문가들 사이에 일어나는 기술적인 논쟁은 과학의 심오함 때문에 일반인에게는 대부분 피부로 와 닿지 않는다. 그러나 IBM의 양자팀은 구글이 양자초월성을 증명했다고 발표한 후 공개적으로 구글의 업적과 논문에 대해 싸움을 걸었다. 구글과 미항공우주국(NASA)은 지난 9월 실수로 과학적인 결과를 유출했다. 이 논문의 초고에는 구글이 '양자초월성'이라는 중요한 도달점에 이르렀다고 적혀 있다. 양자컴퓨터를 이용해 기존의 컴퓨터에서는 불가능했던 것을 증명했다는 내용이다. 만약 이 내용이 사실이라면, 양자컴퓨팅계에서는 역사적인 업적이 될 수 있는 성과다.

그러나 IBM의 전문가 그룹은 지난 10월 21일 양자초월성을 달성했다는 구글의 주장에 심각한 결함이 있다고 지적했다. IBM은 애초에 구글이 현대 슈퍼컴퓨터의 능력을 크게 축소시켜 양자초월성에 대한 실증을 과대포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구글, 양자컴퓨터에 의한 '양자초월성 실증'…그 의미는?'

양자연구 커뮤니티'가 IBM의 주장과 구글의 움직임을 정밀 조사하려면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루이지애나주립대 '헌이론물리연구소'의 조나단 다울링 박사는 구글을 비판하고 있는 IBM의 주장에 대해 "일리가 있다"고 말했다. 다울링은 "구글은 기존의 시스템에서 해결이 어렵다고 생각했던 문제를 선택했지만, IBM은 그 문제가 구글이 생각했던 것만큼 어려운 문제가 아니었음을 실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종적으로 누가 옳다는 것이 증명된다 하더라도 양자초월성이란 현시점에서는 어디까지나 이론상의 이야기에 불과하다. 우위성을 표현하기 위해 컴퓨터에 주어진 문제도 아직은 실용성이 없기 때문에 산업계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현 시점에서 양자초월성의 입증은 양자 분야에서 '오랜 꿈'의 실현을 시사하는 이정표에 불과하다. 양자컴퓨터가 배터리의 화학 기술과 의료라는 복잡한 분야의 진보와 혁신을 가능하게 하려고 계산해 내더라도 새로운 힘과 이익을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만 될 뿐 아직 실현의 단계를 가정하고 있지는 않다는 뜻이다.

그동안 IBM은 독자적으로 양자 연구 계획을 추진하고 양자 분야에 흥미를 가진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맺으면서 양자컴퓨터의 프로토타입을 테스트해왔다. 파트너 중 하나인 JP모건 체이스는 지난 여름 IBM의 양자컴퓨터를 통해 금융리스크를 계산하는 방법을 찾아냈다고 밝히기도 했다.

여기까지 나열한 각각의 논리에서 IBM과 구글의 논쟁은 양자 컴퓨팅의 모순된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양자 컴퓨팅은 지난 몇 년 사이에 경이적인 진보를 이루었으며, IBM과 구글,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기업들이 대규모 연구팀을 결성해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다.

구글은 양자초월성의 실증이 임박했다고 몇 년 전부터 주장해 왔다. 이에 대해 구글의 경쟁자들은 구글이 최고의 전문가를 끌어들여 최고의 실적을 내고 있다는 마케팅을 통해 잠재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반박한다. 양자컴퓨터의 실현 가능성에서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현실성을 띄어 온 현 상황을 감안한다면, 구글의 마케팅이 전혀 허위라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양자초월성의 실증과 실용화에서는 여전히 멀리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얼마나 멀리 있는지조차 판단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양자컴퓨터 향한 '경쟁' 과열…구글·알리바바와의 다툼도

9월에 온라인으로 유출된 구글의 초고논문에 따르면, 구글은 프로토타입의 양자 프로세서 '시카모어'와 오크리지국립연구소의 세계에서 가장 빠른 슈퍼컴퓨터 '서밋' 모두에게 통계 수학 문제를 주었다. 거기서 얻은 결과에서 시카모어는 3분 20초 만에 문제를 해결했는데, 세계에서 가장 빠른 슈퍼컴퓨터 서밋은 약 1만년이 걸릴 것으로 추측했다.

그러나 서밋을 개발한 IBM은 실제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1만년이 아니라 '2일 반' 정도면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업그레이드를 통해 최적화해 실행하면 "2일 반 보다도 더 짧은 시간에 완료할 가능성도 있다"고 강조했다. 구글이 얘기한 서밋의 1만년 소요는 시카모어의 성능을 과대포장하려는 속셈이라는 지적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구글의 시카모어가 기록한 성과는 대단한 것임에 틀림없다.

존 프레스킬(John Preskill) 캘리포니아 공과대학 교수가 양자초월성이라는 개념을 정의했을 때 양자초월성을 나타내려면 양자컴퓨터가 고전 컴퓨터에서는 전혀 할 수 없는 불가능한 일을 할 필요가 있다고 되어 있다. 이 정의를 감안한다면 슈퍼컴퓨터와 별 차이가 없는 성능은 궁극적인 양자초월성과는 다른 개념이라는 것이 구글을 향한 IBM의 비난이다.

구글의 라이벌 기업이 양자초월성을 달성하려는 구글의 계획에 의문을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구글이 지난 2017년 양자초월성의 이정표가 가까워졌다고 발표한 직후에도 IBM 연구팀은 "골포스트를 건드린 것과 같은 연구 결과일 뿐"이라고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또 구글이 2018년 3월에 '브리슬콘(Bristlecone)'이라는 이름의 72큐비트 양자 프로세서를 발표하고 양자초월성의 실증 준비가 갖추어졌다고 주장하자 중국의 알리바바 연구팀은 "칩이 불안정해 연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류가 너무 많다"며 "브리슬콘은 구글이 발표한 것을 실증할 수 없다"는 분석 결과를 공개하기도 했다. 독자적으로 양자컴퓨터를 개발하고 있는 알리바바는 구글과 IBM의 강력한 경쟁자이자 미국과 중국의 '경쟁전(競爭戰)' 선봉장이라 할 수 있다. 양자 컴퓨팅 연구 물리학자도 양자초월성 최우선 아님에 '동의'구글은 향후 시카모어에 의한 양자초월성 달성에 관한 학계의 심사 논문을 정리·공개한 뒤 자신의 주장을 과학적인 연구 기록으로 남길 계획이다. IBM이 21일 발표한 논문은 일정한 평가를 거치지 않았지만, IBM은 심사를 통해 시비를 가린 뒤 다시 공개할 예정이라고 했다.

IBM의 톱클래스 양자연구자인 제이 갬베타(Jay Gambetta) 박사는 구글의 주장이 최종적으로 기술자들 사이에서 받아들여질 것인지에 대한 여부는 IBM의 논문이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지가 관건이라며 실제 IBM은 구글이 내놓은 연구 성과가 인정되지 않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IBM은 이번에 구글의 기술적인 문제를 제기하는 데 있어서 도발적인 방법을 선택했다. 그러나 갬베타 박사에 따르면, IBM의 동기는 구글을 적으로 돌리는 것이 아니라 '양자초월성'이라는 용어에 대한 무익한 기대를 없애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갬베타 박사는 "양자 컴퓨팅은 중요한 기술이며, 컴퓨팅 방식을 바꿀 것"이라며 "이제 거창한 과장은 그만두고 양자 컴퓨팅 로드맵에 초점을 맞추자"고 제안했다.이러한 IBM의 주장에 대해, 양자 컴퓨팅 연구에 종사하고 있는 다른 물리학자들도 양자초월성에 대한 실증이 최우선이 아님에 동의하고 있다. 오히려 일각에서는 타 경쟁자를 배제시킨 IBM과 구글의 싸움은 결코 양자컴퓨터 업계의 우선순위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다울링 박사는 "나는 양자초월성에 대한 이러한 주장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일단은 '양자초월'이라고 여기던 결과가 바로 다음 날 뒤집혀 고전적이고 열등한 결과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또 "오히려 특정 문제에 대해 기계와 기술이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자컴퓨팅 스타트업 기업인 '아이온큐(IonQ)'의 공동 창업자인 크리스토퍼 먼로 메릴랜드대 교수도 같은 의견이다. 아이온큐는 거대 테크기업 2개사의 학술적인 논쟁보다 초기 양자컴퓨터의 실용적인 용도를 제시해 나가는 것에 더 관심이 있다고 밝혔다. 먼로 교수는 "이번 양자초월성을 둘러싼 논란 때문에 잠들 수 없는 날들을 보내는 일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일축했다. 구글의 연구성과가 학계를 흥분시킬만한 위대한 기록은 아니라는 의미다.


김길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