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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계 '52시간 근무제' 놓고 찬반 의견 분분..."야근할 권리 줘야" vs "가족과 좋은 시간 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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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계 '52시간 근무제' 놓고 찬반 의견 분분..."야근할 권리 줘야" vs "가족과 좋은 시간 원해"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이달 20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단을 만나 주 52시간 근무제 확산을 위한 협조를 당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이달 20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단을 만나 주 52시간 근무제 확산을 위한 협조를 당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선업계가 내년 본격화될 ‘주 52시간제’를 놓고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조선업계가 주 52시간제가 시행되면 경영안 가중에 따른 생존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시행 유예를 요청한 가운데 노동계는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해 7월 주 52시간제를 도입해 단계적으로 확대 시행 중인 정부는 는 내년부터 50~299인 이하 사업장에 대해서도 이를 확대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이달 20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단을 만나 "주 52시간제 이른바 탄력근로제 입법을 위해 경총이 좀 더 노력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이날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경총 회장단 정책간담회'에서 "내년부터 300인 이하 사업장까지 주 52시간 근무제가 확산하는데 원만하게 정착하기 위해 탄력근로제 등 입법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에 대해 조선업계는 정부의 탄력근무제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조선업은 선주(발주처)의 일정에 따라 모든 업무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선주가 원하는 스케줄에 장비 탑재, 해상 시운전 등이 진행돼야 되고 이런 일정을 맞추려면 야간근무가 이뤄지는 게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조선업계는 대부분 대규모 협력업체들과 함께 일을 한다. 대형조선사는 선박 건조 업무를 할 때 인력 80% 이상이 협력업체에 소속되어 있다. 이에 따라 정부의 52시간 근무제 적용에 조선업계가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선주 일정에 맞춰 업무량을 적절하게 분배해 하루 일정량의 업무를 진행하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조선업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대목이다.

조선업은 스틸컷팅(철판절단), 용골적치(선박 뼈대 구성) 단계가 지난 후 선박건조 업무가 야외에서 이뤄진다. 게다가 선박건조가 이뤄지는 야드는 바다 앞에 자리잡고 있어 바람이 강하게 불거나 비가 거세게 내리면 야외 건조업무가 불가능한 경우가 태반이다.

아무리 비바람을 막는 시설이 잘 갖춰져도 선주가 안전상 문제로 그날그날 건조상황을 미룰 수 있어 결국 조선 건조 일정이 늦춰지게 된다.

이 같이 건조 일정이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당초 하루 업무 할당량을 마무리 해도 추가 업무를 진행할 수 밖에 없다.

조선사는 선박 수주 물량이 충분하면 선박 제작이 끝난 후 같은 장소에서 다른 선박을 제작한다. 이는 업무 효율성 측면에서 당연한 결정이다. 그런데 52시간 근무제가 확립되면 야드 부지를 효율적으로 운용하기가 쉽지 않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저이다.

52시간 근무제에 대한 근로자 입장도 엇갈린다. 일부 근로자들은 “그동안 초과 근무수당을 받아 생활에 필요한 돈을 버어 가정을 유지했는데 52시간 근무제가 적용되면 야근할 권리를 빼앗긴 것이나 다름없다”며 반발한다.

이와 달리 일부는 "적절하게 근무하고 여유시간을 가족과 함께 보내고 싶다"며 52시간 근무제를 반대하는 입장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선주 의뢰를 받아 건조를 진행하며 기후에 크게 영향 받는 조선업 특성을 고려한 정책이 뒷받침돼야 조선업 종사자들에게 미치는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남지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an592@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