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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RI, 방사능 물질 투여 않고 암 찾는 영상장비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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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RI, 방사능 물질 투여 않고 암 찾는 영상장비 개발

세계 3번째 생체 영상 확보...양전자단층촬영 장비 대체 기대
인체 무해 산화철 활용...기존 대비 전류량 1% 제작비 5% 불과

쥐에게 나노 산화철입자를 투여해 MPI 장비로 질병 위치를 파악하는 ETRI연구진의 성과를 보여주는 그래픽. 자료=ETRI이미지 확대보기
쥐에게 나노 산화철입자를 투여해 MPI 장비로 질병 위치를 파악하는 ETRI연구진의 성과를 보여주는 그래픽. 자료=ETRI
국내 연구진이 방사능 물질 없이도 암을 찾아내는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이로써 안전한 방법으로 질병을 찾아내 국민 건강 증진에 기여하고 국내 의료 영상 장비 시장에도 큰 도움이 될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산화철(Fe3O4) 나노 자성입자의 위치를 통해 암을 포함한 특정 질병을 찾아내는 의료 영상 장비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 기술은 암이나 특정 질병을 찾아내는 데 가장 우수한 의료 영상 기법 중 하나인 양전자단층촬영(PET)을 대체할 수 있다.

특히, 자성을 띤 산화철 나노입자를 이용해 의료영상기기(MPI)기술로 보다 안전하며 저렴하다. 현재 활용되는 의료 영상장비는 X-ray, MRI, PET 등 3가지로 크게 구분할 수 있으며 각 영상 장비마다 진단할 수 있는 질병과 수준이 다르다.

X-레이는 골격을 촬영해 진단하고 MRI는 인체구성물질의 자기적 성질을 측정해 질병을 진단하는 해부학적 영상 장비다.

PET의 경우, 암과 같은 특정 질병을 찾는데 최적화된 장비다. 방사능 물질인 추적자(tracer)를 마시거나 주사한 뒤, 방사능 물질의 위치를 찾아 암의 위치를 알 수 있는 장비다.

암 확진 환자의 경우에는 PET 검사를 통해 암의 정확한 위치를 찾는데 도움이 되지만 단순 검진이나 진단 목적으로 PET를 사용하는 것은 방사능 피폭 문제가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검사에 쓰이는 방사선으로 인해 오히려 암에 노출될 가능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인체에 무해하고 자성을 띠는 산화철 특성을 이용해 자기장을 통한 산화철 위치를 파악하는 MPI 기술을 개발했다. 산화철 입자는 인체에 무해할 뿐만 아니라 연속적 사용이 가능해 만성 질환의 추적과 진단을 위한 효과적 방법이 될 수 있다.

질병을 찾을 수 있는 항원-항체를 산화철 입자에 코팅해 생체에 주입하면 질병이 발생된 부위에 부착된다. 이후 입자에서 나오는 신호를 확보해 3차원 공간정보와 결합하여 정확한 위치를 영상화해 판별한다. 이로부터 X-ray, MRI 등 해부학적 정보와 함께 정확한 발병 부위를 확인할 수 있게 된다. 부착하는 항원-항체에 따라 다양한 질병을 탐색할 수도 있다.자성을 지닌 나노 입자를 활용한 MPI 방식은 2000년대 초부터 개발이 시작돼 세계적 의료 영상 장비 업체와 연구기관들이 원천기술 확보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생체 대상 영상 확보에 성공한 기관은 필립스와 마그네틱 인사이트 두 곳이 전부다.

하지만 해외에서 개발한 MPI 장비를 운용하기 위해서는 약 수 천Wh급 전력 공급 시스템이 필요하다. 많은 열이 발생하기 때문에 거대한 냉각시스템도 필요하다. 장비 가격도 비싼 편이다. 연구진은 자기장 발생장치를 비롯한 중앙 제어시스템과 제어 SW 등 장비에 필요한 원천기술 대부분을 독자 개발했다.

크기는 170cm x 60cm로 소모 전류량을 1/100 가량으로 줄여 거대한 냉각장치가 필요 없다. 제작 가격도 1/20 수준으로 부담을 줄였으며 연구 장비 목적으로 즉각 상용화가 가능하다.

연구진은 자기장 신호를 만들어 확보하는 기술과 혼합전자기장 분석 기술(FMMD)에 대한 핵심 특허를 확보해 3차원 공간 안에서 특정 위치의 자성을 판별하고 영상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ETRI 연구진(왼쪽부터 홍효봉 책임연구원, 정재찬 선임연구원)이 MPI 장비를 통해 데이터를 확보한 뒤, 측정 결과 대해 논의를 하고 있다. 사진=ETRI이미지 확대보기
ETRI 연구진(왼쪽부터 홍효봉 책임연구원, 정재찬 선임연구원)이 MPI 장비를 통해 데이터를 확보한 뒤, 측정 결과 대해 논의를 하고 있다. 사진=ETRI

홍효봉 ETRI 책임연구원이 장비에 들어갈 코일 설계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ETRI이미지 확대보기
홍효봉 ETRI 책임연구원이 장비에 들어갈 코일 설계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ETRI


연구진은 자체 제작한 장비로 나노 입자를 실험용 쥐에 투여한 뒤, 쥐의 엑스레이 사진과 결합한 결과 나노 입자의 정확한 위치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향후 이 기술이 고도화되면 복개를 통한 조직검사 대신 나노 자성 입자를 투여한 뒤 간단한 검사를 통해 암의 위치를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연구책임자인 ETRI 지능로봇연구실 홍효봉 박사는 “이 기술은 어떤 항원-항체를 활용하는지에 따라 다양한 질병을 탐색할 수 있기 때문에 저렴하고 효과적인 진단 방법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의료 지출로 인한 사회비용을 감소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공동연구를 수행한 을지대학교 의과대학 송대용 교수는 “인체에 무해한 산화철 나노입자를 이용하여 암 등의 병변부위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장비들과 차별화된 획기적인 기술이라 판단된다”고 말했다.

향후 연구진은 개발한 장비를 연구용 장비 업체에 기술을 이전하고 획득한 생체 정보를 바탕으로 임상 단계를 거쳐 인간의 질병 진단을 위한 기술과 장비를 연구개발 할 예정이다. 연구진은 상용화 시점을 7년 이내로 보고 있다. 궁극적으로 자기장을 활용해 검진과 동시에 치료까지 가능한 장비를 연구개발할 예정이다.

이 연구에는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이화여대, 을지의대가 공동으로 참여했으며 향후 연구진은 외국 유수의 대학과 공동연구를 통해 저렴한 영상장비를 개발하는데 집중할 예정이다. 연구진은 이 기술과 관련해 국내 특허 33건, 국제 특허 14건을 획득했으며 SCI급 논문 10여 편 발간, 기술 이전 3건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 내용은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 편집진의 승인을 받았고, 조만간 게재될 예정이다.


이재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k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