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샐러리맨 우상' 조성진 부회장, 혁신신화 이어간다

공유
96

'샐러리맨 우상' 조성진 부회장, 혁신신화 이어간다

LG그룹, 올해 연말 인사서 조성진 부회장 유임 결정
조성진, LG에 ‘세계 최고 가전업체’ 타이틀 선물한 명장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이 지난 1월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이 지난 1월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올해 연말 인사에서 교체가 예상됐던 조성진(63) LG전자 부회장이 대표이사 자리를 계속 이어갈 것으로 알려지면서 조 부회장의 '샐러리맨 신화'가 다시 관심을 모으고 있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LG그룹은 이달 28일 단행할 예정인 정기 임원 인사에서 조 부회장을 비롯한 LG그룹 부회장단 전원을 유임시킬 것으로 알려졌다.
조 부회장이 '세대교체' 필요성을 이유로 사의를 밝혔으나 구광모(41) LG그룹 회장이 "최근 경기가 어렵고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조 부회장과 같은 연륜 있는 경영자 역할이 중요하다"며 만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성진, '40년 세탁기 장인' 등 'LG전자 가전명가' 일궈낸 입지적 인물


LG전자가 '가전은 역시 LG'라는 찬사를 얻기까지 조 부회장의 혁신 DNA 수혈이 있었다는 것이 업계의 전반적인 평가다.

그는 '세탁기 장인'으로 불릴 만큼 40여년 가까이 세탁기에 몸 담으며 우리나라 세탁기를 세계 최고 수준에 올려놓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이 쓴 <오직 이 길밖에 없다>는 책에 평사원이었던 조 부회장 이름과 업적이 나올 정도로 세탁기에 대한 그의 열정은 가히 독보적이다.

조 부회장은 1976년 우수장학생 자격으로 LG전자에 입사한 후 지난 2012년까지 36년 동안 세탁기 분야만 맡아왔다.

그가 LG전자에 입사할 당시 우리나라 세탁기 기술 수준은 일본 기술을 빌려야만 겨우 완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을 정도로 일본 의존도가 절대적이었다.

당시 세탁기는 세탁통과 모터가 벨트로 연결된 형태였다. 조 부회장은 이 같은 구조에서 벗어나 세탁통과 모터가 한 몸처럼 움직이는 '다이렉트 드라이브(Direct Drive:DD)모터’를 적용한 세탁기를 만들고 싶었다. DD모터를 장착한 세탁기가 세탁 성능과 에너지효율, 소음 등 모든 면에서 기존 제품에 비해 뛰어났기 때문이었다.

그는 독자적인 세탁기를 세상에 내놓기 위해 십여 년 동안 150번 넘게 일본을 드나들며 세탁기에 관한 모든 기술을 섭렵했다. 그가 당시 LG전자 세탁기 생산공장에 침대까지 마련해 놓고 밤낮으로 세탁기 개발에 매진했다는 일화는 이미 업계에선 유명한 얘기다.

그의 노력에 힘입어 LG전자는 마침내 1998년 인버터 기술을 토대로 한 DD모터를 세계 최초로 세탁기에 상용화 하는데 성공했다. 그는 이에 멈추지 않고 2005년 세계 최초로 듀얼분사 스팀 드럼세탁기를 개발해 LG전자 ‘트롬’ 브랜드의 드럼세탁기를 세계시장에 알리는 데 중추적 역할을 했다.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사진 왼쪽)이 지난 3월 산업용 로봇 제조업체 '로보스타'를 방문한 자리에서 로보스타의 다양한 산업용 로봇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LG전자 제공이미지 확대보기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사진 왼쪽)이 지난 3월 산업용 로봇 제조업체 '로보스타'를 방문한 자리에서 로보스타의 다양한 산업용 로봇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LG전자 제공

◇글로벌 가전 공룡 ‘월풀’도 제친 조성진 '혁신 마법'

세탁기 신화를 바탕으로 LG전자 HA(Home Appliance)사업본부장(2013년)과 LG전자 부회장(2016년) 자리에 연달아 오른 그는 세탁기를 비롯한 혁신 가전을 대거 세상에 선보여 LG전자를 프리미엄 가전제품 전문업체로 육성했다.

LG전자는 2015년 세계 최초로 상단 드럼세탁기와 하단 미니워시를 결합한 ‘트윈워시’ 세탁기를 내놔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당시 트윈워시 세탁기는 다른 세탁기에 비해 가격이 월등하게 비쌌지만 뛰어난 성능 덕분에 한국과 미국 등 주요시장에서 흥행에 성공했다.

또한 지금은 또 하나의 필수가전으로 자리잡은 의류관리기(스타일러), 건조기 등도 모두 그의 머리에서 나왔다.

이러한 혁신에 힘입어 LG전자는 올 상반기 매출 규모가 글로벌 최대 가전업체인 미국 월풀을 넘어서며 세계 1위 가전업체로 등극하는 기염을 토했다.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사진 앞줄 가운데)이 지난 1월 美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 정보통신(IT) 전시회 'CES 2019'에서 'LG 클로이(LG CLOi)' 로봇 제품들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사진 앞줄 가운데)이 지난 1월 美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 정보통신(IT) 전시회 'CES 2019'에서 'LG 클로이(LG CLOi)' 로봇 제품들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성진 마법, 로봇·전장 등 신사업 분야서도 이어진다


특유의 혁신을 바탕으로 LG전자를 세계 가전 업계 최강자로 이끈 조 부회장은 최근 자동차 전장(전자부품) 사업과 로봇 분야 등 신(新)사업에서도 마법을 걸고 있다.

이들 신사업은 구 LG그룹 회장이 LG그룹 미래를 위해 반드시 성과를 내야 하는 분야로 강조할 만큼 미래 먹거리로 손꼽히는 분야다.

LG전자는 로봇사업을 향후 2~3년 안에 주력사업으로 키워 자사의 인공지능(AI) 로봇 '클로이'를 단계적으로 상업화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LG전자는 지난달 자사 연구원 인력들을 로봇사업센터로 대거 이동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최근 서울대병원 어린이병동에 ‘LG 클로이’를 배치하고 패밀리레스토랑 ‘빕스’ 1호점 등촌점에 ‘LG 클로이 셰프봇(LG CLOi Chefbot)’을 도입하는 등 ‘LG 클로이’를 알리는 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장 사업 역시 조 부회장이 향후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키우고 있는 핵심 사업이다. 이에 따라 그는 전장 사업분야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릴 방침이다.

LG전자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LG전자 '자동차부품솔루션(VS)' 부문 연간 투자 규모가 지난해(7090억 원)보다 약 27% 늘어난 총 8985억 원으로 집계됐다. LG전자는 올해 말까지 VS 부문에 4557억 원을 추가 투입할 계획이다.

또한 LG전자는 VS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미국 정보기술(IT)업체 마이크로소프트(MS), GS칼텍스 등 국내외 유력 업체와 업무 협력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재계 관계자는 “구광모 회장의 단단한 신임으로 대표이사직을 유지하게 된 조성진 부회장이 또 어떤 혁신으로 글로벌 시장을 깜짝 놀라게 할지 기대된다”고 밝혔다.


오만학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h3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