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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또 무산…소비자 불편 언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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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또 무산…소비자 불편 언제까지

금융증권부 이보라 기자
금융증권부 이보라 기자
10년간 끌어온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 처리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또 무산됐다.이에 따라 소비자의 불편이 지속할 전망이다. 이 불편이 언제쯤 끝날지는 미지수여서 답답하기만 하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위한 보험업법 개정안은 지난 21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서 논의될 예정이었지만 신용정보법 개정안, 인터넷은행 특례법 등에 밀려 사실상 폐기됐다. 다음 국회에서 의원 발의부터 다시 해야 하는 만큼 법안이 처리되려면 최소 2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
실손보험금 청구 간소화는 병원이 환자 진로 명세 등을 전산으로 직접 보험사에 보내도록 하는 것이다. 현재는 실손보험금을 청구하려면 소비자가 직접 의료기관을 방문해 진료비 영수증, 세부 내역서 등 종이 서류를 발급받아 보험사에 제출해야 한다. 진료 당일 서류 발급을 잊은 날이면 병원으로 다시 가야 한다. 서류 발급 시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입퇴원확인서는 1000∼2000원, 일반진단서는 1만∼2만 원, 상해진단서는 5만∼20만 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실손보험은 3400만 명이 가입해 제2의 건강보험이라고 불리지만 이처럼 보험금 청구절차가 복잡해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 보험이기도 하다. 보험금을 청구하는 것은 소비자의 권리임에도 번거로운 청구 절차가 이를 막는 것이다.

지난해 7월 보험연구원이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20세 이상 성인 남녀 2440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실손보험금 청구 사유가 발생했는데도 청구하지 않은 비율은 입원 환자 4.1%, 외래 환자 14.6%, 약 처방 20.5% 등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청구 금액이 소액인 데다 절차가 번거롭다는 이유로 청구를 포기했다.

2009년 국민권익위원회가 보험 가입자의 실손보험 청구 비효율성을 지적한 뒤 실손보험금 청구 간소화 시도가 있었지만 의료계의 반대에 부딪히면서 번번이 무산됐다. 의료계는 환자의 개인 정보 유출 가능성, 인프라 부족 등을 이유로 실손 보험금 청구 간소화를 반대하고 있다.

업계 간 줄다리기에 소비자가 언제까지 이런 불편함을 겪어야 하는가? 환자의 개인 정보를 그렇게 소중히 여긴다면 환자인 소비자가 스스로 자기 권리를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보험업계와 의료계는 하루빨리 협상에 나서는 게 옳지 않을까.


이보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lbr00@g-enews.com